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한참을 바라만 보다 겨우 읽은 책.

늘 책이 생기면 내가 먼저보고 다른 이들에게 권해 주거나 알아서 집어 가거나 했는데

이 책은 다른 이들의 손을 전전하다 이제서야 내가 읽게 되었다.

 

기대감?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제목이 왠지 흥미롭기도 했고 표지도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책의 두께에 비해 가벼운 무게로 인해 기분도 살짝 좋았더랬다.

그리고 읽어 본 이들의 반응. 일단은 다들 빨리 읽고 돌려 주더라. 그리고 재밌었다고.

아, 금방금방 쉽고 재밌게 읽히는 책이구나.

 

자아, 기대감을 안고 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이 책은 막 궁금하거나 하진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책장을

넘겨대고 있었다. 보통의 추리 소설과는 다른 느낌. 보통은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손에서

놓지 못 하는데 이 책은 그렇게 막 궁금한 건 아닌데 손에서 떨어지지 않더란 말이지.

 

그리고 주인공. 대개 추리소설의 주인공들은 엄청 똑똑하다. 하지만 이 소설 주인공, 평범하다.

아니, 오히려 좀 지루하달까, 심심하달까, 존재감이 없달까. 하지만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존재인

느낌. 신경내과 만년강사. 이 타이틀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나 비 정치적인 인물이며 얼마나

욕심이 없는 인간인지. 주인공 자신의 삶도 그냥 좀 심심하다.

 

그런데 이런 사람에게 병원장의 특명이 떨어졌으니, 수술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바티스타 수술팀의 내사를 맡아 달라는 것. 이유인 즉, 이 팀이 최근 들어 3번의 수술 실패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3번이라고는 해도 이 수술의 평균 성공률에 비춰보면 뛰어난 성적인 것.

하지만 자신의 기술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이 팀의 수장, 기류 박사의 요구에 의한 조사라 하니,

뭔가 냄새가 난다. 다들 말은 하지 않지만 의료사고보다는 고의적인 살인을 의심하는 것.

이렇게 이 소설은 시작된다.

 

추리과정은 좀 심심하다. 추격하고 스릴있고 그런 건 아니라는 거지~

그냥 사람들 불러다 놓고 조금 이야기 좀 듣고, 서류 좀 들춰보고, 수술 관찰도 좀 하고.

이렇게 심심하게 전개 된 이야기는 후생노동성에서 파견된 시라토리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호흡이 빨라지면서 긴장감도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 인간이 앞으로 무슨 짓을 할런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도 함께 생긴다. 자, 다구치로 시작했던 수사는 이제 시라토리라는 인물로 인해

전형적인 콤비 수사물이 되었다. 한 쪽은 패시브~ 한쪽은 액티브~같은.

하지만 이 소설책에서는 이들이 번갈아가면서 나온다기 보단, 다구치라는 인물이

먼저 기초조사를 다 해둔 시점에서 시라토리라는 정반대의 캐릭터가 등장 해 주위 사람들을

마구 휘둘러 가며 문제를 해결해버리는 형식이다.

 

음..글쎄, 기대만큼의 기막힌 반전은 없었다.

오히려 혹시..하고 점찍었던 사람이 범인이어서 조금 김이 새기도 했고 뻔한 방식의 범죄라서

그다지 신선하지도 않았고. 범죄의 이유는 그 의사가 너무 무료한 나머지 정신병자가 되었다..

정도인데 이 역시도 그다지. 하지만 적당히 절제할 줄은 알아서 이야기가 지저분해지지는

않았다는 정도로 위안을.

 

결말로 가는 과정까지는 책이 참 재밌게 느껴졌는데 막상 그 결말을 보고 나서는 좀 실망

스러웠던 책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미스테리 작가로서의 면모는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이런 책도 재밌다니까. ^^

 

 

참, 옮긴이는 옮긴이의 글에서 이러한 주문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우리의의료 현실에 빗대어 본다거나 범죄학적 접근을하셔도 못본 척 하겠다는 것.

부디 이 엔터테인먼트 소설에서는 지은이가 주는 즐거움을 실컷 맛보시기를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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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 2007-05-0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만이삼~
보믄 책을 편하게 보시는 것 같네요. 저는 좀 심각한 편인데...
셤도 끝나고, 다시 공부 시작해야겠네요.,..
 
존 리드 평전 - 사랑과 열정 그리고 혁명의 투혼
로버트 A. 로젠스톤 지음, 정병선 옮김 / 아고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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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드. 누구인지 한번에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세계를 뒤흔든 열흘'. 이래도 모를 수도 있다.

이렇게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인물인 존 리드.

이를 예상했음일까? 1장에선 존 리드라는 인물에 대한 흥미유발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생소한 인물이었던 존 리드에 대해 표면적으로나마 어떤 인물인지 감을 잡게 해 주었다.

 

평전이라..존 리드 평전은 일전에 나왔던 이휘소 평전 같은 이미지이다.

평전이라 하면 왠지 위인이나, 아니면 애덤 스미스나 마르크스 같은, 한 인간이 사유했던

결과물이 몇백년 동안 전 세계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런 인물의 일생을 다루고 있을

것 같지만 이휘소 평전처럼 한 개인에 대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났던 개인에 대해, 그 개인이

그분야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다던가, 특정한 목적으로 그 뜻을 전파시키고 싶다던가

할 경우에 쓰여지기도 한다. 존 리드 평전의 경우,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었고, 존 리드

사망 후, 1975년, 미국의 사회적 배경에 따른 필요에 의해 발굴된 느낌이랄까.

혁명의 기운에 휩싸였던 희망의 시절, 그 시절을 대변해 줄 인물로서 존 리드를 선택했고,

이에 그의 평전이 씌여진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존 리드는 앞서 말했던 위인들이나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에 비하면 세계에 끼쳤던 영향이랄까

업적이 미약하다. 그들과 동급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일반인들,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생각해 보자면 비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혁명과 관련하여 몇몇 저서들을 남겼고,

그의 활동은 열정적이었으며 종군 기자로서, 혁명가로서의 명성이 높았다.

그런 이유로 그의 평전이 씌여진 것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이 책은 존 리드를 애써 미화하지는 않는다. 존 리드를 갑작스레 신격화 시킨다던지

하는 것이 저자의 목적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저, 한 평범한 인간이, 1970년대 미국 사회에서

혁명의 기운에 휩싸였던 그 희망의 시절을 살았던 그들과 같은 한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혁명가로 성장해 갔는가, 어떤 열정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갔는가..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존 리드를 통해 그들 자신을 발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존 리드가 그들이 되고

싶었던 역할모델은 아니었을까.

 

이 책은 존 리드 개인의 고민에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존 리드의 고민을 그의 글이나 말

그대로 옮겨놓았다기 보단, 그의 행동을 반추해 보며 그 상황을 분석해 보며 그 시절, 그가

두 가지 길에서 어떻게 고민했는지, 그 고민이 어떤 형식으로 표현되었는지 등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일축하고 애초에 멋있는 혁명가로 만들 수도 있었을 테지만 오히려

한 평범한 개인이 어떤 고민과 고뇌를 거쳐 혁명가로 거듭났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에서 그 시대에

큰 의미를 지녔으리라 본다.

 

시인이자, 기자이자, 혁명가였던, 존 리드.

글쓰기에 있어 시인의 길과 기자의 길 사이에서 고민했고, 그 기자의 글 또한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밥벌이를 위한 글 사이에서 고민했다. 연인 곁에 있고 싶은 한 남자와 혁명의 장소에서

그 혁명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은 기자로서 고민했다. 아들로서,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그

가족들의 가치관과 염려속에서 가족 부양의 의무의 길과 혁명가의 위험한 길 사이에서 고민했다.

애초에 확고한 혁명가의 길을 걸었던 것이 아니라 한해 한해 살아가면서 두 가지 길을 놓고

끊임없이 고민했다. 한 번은 이 길로 갔다가, 아니야, 하며 다른 길로 들어서기도 했고 그런

과정을 거쳐 끝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기 속에서 받아들이고 결국엔 그 길을 갔다.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 비범하긴 했지만 우리와 같이 고민하고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고,

하지만 도전적이고 열정적이었던 점이 저자로 하여금 저자가 살던 시대 속에서 하필이면 그러한

시점에 하필이면 존 리드라는 인물에 대한 평전을 쓰게 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 책에선 결국엔 혁명가가 된 존 리드를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르크스 평전이라기 보단 체게바라 평전에 가까운 것 같다. 종군 기자였던 탓에, 몇날 몇일

어디로 이동, 상황이 어떻고..등등. 그래도 체게바라 평전처럼 맨날 전투한 이야기만 하고 있진

않으니 미리 걱정하진 마시고. 존 리드의 연애사와 그가 참여했던 간행물 이야기, 그가 제작했던

연극이야기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니 그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면들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가 갑작스럽게 죽어버려서 괜히 슬퍼졌다. 언제나 악동처럼 오래오래 살 줄

알았는데, 늘 위험 속에서도 살아 돌아 왔기에 이번에도 이런 위험이 있었지만 결국엔 잘 견뎌내고

살아났다, 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죽어버려서 정말 아쉬웠다.

조금 더 오래 살아서, 조금 더 많은 일들을 해 주었으면 싶기도 했고, 정말 한 사람이 한 생애에서

발산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해 봤다.

젊은 시절, 자신의 에너지를 극한에 이르기까지 끌어올려 사용한 자들은 왠지 좀 일찍 죽는 것만

같아서. 조금만 더 여유로왔어도 좋을 뻔 했다. 그의 비범함에 삶의 여유까지 갖추었더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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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전쟁 -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학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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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부터 인간은 아주 약한 동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약한 동물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을 자처하며 생태계의 맨 꼭대기에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이 책의 내용이 이 의문에 대한 절대적인 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는 할 수 있다. 정자전쟁. 우리는 무수한 세기에 걸친,

치열한 정자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정자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유전적 정보가 쌓이고

쌓여 우리는 불리한 환경 속에서 인간 종족을 보존, 번식시킬 수 있었다. 수정의 성공도 실패도

결국엔 종족보존을 위한 전략이라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 종족보존 시스템은 이젠

인구 과잉을 걱정해야 할 정도이다.

 

모든 인간은 유전자 속에 강간의 유전자와 부정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

강간과 부정이 자손을 남기는 데에 유리한 전략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동성애조차

남자의, 여자의, 유리한 전략 중 하나라고 하니 동성애를 비난하는 쪽에서는 과연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하늘의 뜻을 거스른다거나 남녀의 성역할에 위배된다거나 하는 이유로 동성애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 책의 주장에 따르면 남자는 남자로서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자손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여자 또한 여자로서 좀 더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자손을

남기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양성애자가 되고, 이들의 후손은 이들로 인해 양성애의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양성애자이지만 간혹 부작용으로 배타적 동성애자가

나오기도 하는 것일 뿐이라 하니, 과연 이 시대의 동성애자들을 어찌 감히 그들만의 잘못으로

치부하며 비난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강간을, 부정을 무작정 옹호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총, 칼,

핵탄두 등을 들고 하는 전쟁이 어떤 점에서는 좋은 점이 있었다고 해서 우리가 그 전쟁을

옳은 것으로 보진 않듯이, 저자는 강간과 부정이 인간의 어떤 무의식적인 신체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지에 대해 인간의 종족보존, 정자전쟁 등의 개념을 빌어 설명하고 있을 뿐, 강간과

부정, 그 자체를 인정하고 옳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 또한 동성애로서 얻게 되는 유전

자적 우수성,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자손을 둘 수 있다는 이점 등을 설명함과 동시에 동성애의

취약점인 질병으로의 사망, 불임 등 그 손실 또한 지적하고 있으며 전 생애를 비춰 보면 이성애

자든, 동성애자든 비슷한 수의 자녀를 남기는 것으로 보아 어느 것이 옳고 그른가 이전에 다만,

인간이 선택한 전략의 하나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의 난점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인간의 모든 전략적인 행위와 무의식적인 신체

적인 행위가 모두 이 정자전쟁, 그리고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자손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로맨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건 애초에 번지수 자체가

잘못된 것이니 이 책을 탓할 문제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모든 행위가 오로지

종족보존의 행위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합조차 낭만적이지

못하게 느껴지니 실로 안타깝다고 하겠다. 이 점에 있어서는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 책을 통해 정자와 난자의 전략, 남자와 여자의 전략에 대해 정보를

얻었으니 자녀계획에 있어 어느정도는 통제가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과 동시에 이러한

시도의 우연인지 필연인지의 실패로 인해 결국엔 우리 몸은 우수한 유전자를 받아들이도록

되어 있다고 하는 걸 보면 이런 정보도 다 소용없다 싶기도 하는 등, 실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래, 다 소용없다. 이 책에서 여자들이 건질 것이라고는 여자는 의도적으로 남자의

정자전쟁을 유발시키는 존재라는 것. 그리하여 좀 더 우수한 유전자를 선택해 수정시킨다는

것. 여자들의 자위 행위가 시기에 따라 임신의 유무에 기여하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온갖

성적 지식으로 무장해 임신을 하려 해도 여자가 판단하기에 임신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

라면 여자 몸은 수정이 됐다 할지라도 자연유산을 감행 한다는 것. 온갖 피임법으로 무장해도

그 유전자가 아주 우수 하다거나 상황이 임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면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하게 된다는 것. 머리 아픈가? 그냥, 하늘에 맡기고 살지어다? 하지만 우리는

이성을 지닌 인간이지 않은가. 최대한 자신의 가족계획에 따라 행해 보고 만약 자신의 가족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땐, 하늘의 뜻이라 여기기 보다는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자손을

남기려고 하는 우리의 본능이 작용한 것이라 믿고 우수한 아이로 길러내겠다 하는 것이 좀 더

속 편한 선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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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 2007-03-2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대로라면 책 내용은 지나치게 환원주의적인 것 같네요...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따른 임신이나 남녀출생의 성비 등은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는 일관성있게 나타나는 부분인 것 같네요. 뭔가 이론적으로 보편화 시키긴 어렵지만...

잘 지내시죠?
ㅋㅋㅋ
 
iCon 스티브 잡스
제프리 영 외 지음, 임재서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 재밌다. 쫄지 마라. 이 책, 재밌다.

너무 두꺼워 보이는가? 경영이니 뭐니 잘 모른다 싶은가?

쫄지 마라. 책의 두께가 무색하리만큼 책장이 잘 넘어간다.

경영에 관한 골치 아픈 내용만 줄줄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실은, 거의 이 책의 절반 이상이 스티브 잡스의 뒷담화이다.

이보다 책장이 더 잘 넘어가는 이야기가 어디에 있으리!

 

스티브 잡스의 재능 중 하나는, 무언가를 만드는 재능이다.

자신이 직접 만드는 것 보다는, 자신의 비전에 따라 적절한 인재들을 데려다 소규모의 팀을

꾸린 후, 그들을 채찍질해서 결과물을 내어 놓는 재능이다. 이게 가능한데에는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와 매력이 한 몫 하기도 했지만 좀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스티브 잡스는 사디스트이고

팀원들은 마조히스트인 것 같다. 스티브는 팀원들에게 불가능 해 보이는 과제를 던져주면서

그들을 채찍질 하며 쾌감을 느끼고 팀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분발하는 것을 보면 그 비명이란 고통의 비명이 아니라 쾌락의 비명인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어찌됐건, 사디스트인 스티브 잡스와 마조히스트인 인재들의 만남으로 그들은

애플 컴퓨터, 매킨토시, 토이 스토리, 아이팟 등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책 말미에 보면 "우리의 영웅들에게도 결점은 있기 마련이다. 결점 없는 영웅들은

오히려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그들의 결점이 아니라 업적이다."

라고 되어 있다. 확실히 내가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알던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창시자이며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난 후, 픽사를 통해 재기에 성공, 다시 애플의 CEO가 되어

아이팟이라는 제품을 내어 놓는 등, 완전 부활했다는 정도. 게다가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스티브 잡스의 감동적인 강연. 어느 대학 졸업식에서 연설하던 장면인데 대학 시절 대학을

중퇴하고도 학교에 남아 강의를 듣던 이야기, 애플을 창업한 이야기, 쫓겨난 이야기, 다시

일어선 이야기 등, 어찌됐건 그 강연은 아주 감동적이었고,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은 청중을

휘어잡을 줄 아는 카리스마를 지닌 멋진 사람. 이 정도. 캬, 멋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스티브 잡스에 대해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진짜 못돼 쳐 먹었다.;;;라는 말이었다. 너무 못됐는데 너무 매력적인자라 시기도 미움도 받고

일부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인 충성도 받고 그랬구나. 이런 것.

진짜 못됐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가 엄청 못된 사람이기에 이 책이 꽤 재밌게 읽혔을 것이다.

온갖 악행들이 다 서술되어 있다. 적절히 인터뷰 내용도 섞어 가면서 한편으론 스티브를

옹호도 해 가면서. 늘 결론은, 스티브는 이렇게 못된 행동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열정적이고 사람들 설득할 줄 아는 카리스마, 매력을 지녔다는 것. 그리고 그의 독단, 독선으로

인해 실패하기도 했지만 그의 뛰어난 디자인 감각이나 선견지명 등으로 많은 성공 또한

거두었다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 점은, 현재 스티브가 정상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좀 더 성숙해 졌다는 것과 스티브의 행적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

등이 이유가 되겠지.

 

여하튼, 흥미진진하다. end가 아닌 and이다.

스티브 잡스라는 한 사람이 앞으로 또 무슨짓을 할 지 정말 기대된다.

그가 실패를 한다 하더라도 기대가 되고 그가 성공을 한다 하더라도 기대가 된다.

그의 실패엔 실패할 만한 요소가 들어 있다. 우연적인 실패는 거의 없다. 그의 못된 성질

때문에 일을 그르쳤던지, 오로지 그만이 옳다는 독선때문에 실패를 했던지, 스티브 잡스의

실패의 이유에는 언제나 스티브 자신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점은 재밌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했다. 마냥 멋진 사람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게다가 많은 성공을 거두기도 한 사람인데

참,,자기 마음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일을 이렇게 까지 만들다니. 그것도 아주 유치한

이유로. 동양식 선 수행을 하기도 했다는데 대체 마음을 닦은 거야, 만 거야 등등.

어찌 됐건 스티브의 실패엔 분명한 이유가 있기에 타산지석이 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가 성공을 한다면 정말 기대가 된다. 스티브의 성공엔 늘 혁신적인 요소가 있었다.

컴퓨터야 애초에 스티브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였지만, 픽사를 사들인 후, 픽사가 만들어

냈던 애니메이션, 다시 애플로 돌아간 후 음악 산업에 미친 영향.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스티브 만의 업적은 아니다. 심지어는 남의 업적을 가로 챈 것 또한 많다.

하지만, 스티브가 있음으로 인해서 시도초자 못하고 사라졌을 법한 일들을 추진할 수 있었고

스티브와 같은 고약한 매니저가 있었기에 좀 더 높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의 앞으로의 성공이 또 어떤 혁신을 가져올 지, 어떤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지,

진정으로 기대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이제 50도 넘으셨는데..좀 착해지시기를. ㅎ

 

참, 내가 보는 스티브의 매력.

이 책 보면서 스티브 잡스가 참 못됐다, 못됐다 하면서도

친구들에게 스티브 이야기를 할 때 난 웃고 있었다.

아주 불쾌해 하면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이런 건 아니었던 거다.

바로 이 점이지 않을까. 정말 못됐다는 걸 누구나 다 알지만,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그만의 매력. 열정과 재능의 결합이지 않을까. 그의 열정 앞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받아주게 되고, 열정으로도 열지 못한 마음은 그의 재능으로 긍정시켜 버리니 말이다.

재능은, 모든 걸 긍정한다고 하질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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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 2007-03-2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자기 앞의 생(生) 청목 스테디북스 79
에밀 아자르 지음, 김영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어떤 사람이 이외수 선생님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선생님께선 많고 많은 책들 중에서 '자기앞의 생'을 추천해 주셨다.

이 책을 덮으며 눈물이 났다.

왜 이외수 선생님께서 하필이면 이 책을 추천해 주셨는지 알 것도 같았다.

 

모모라는 아이는 아이이면서도 아이가 아니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은 소설책이면서 철학책이기도 했다.

대사 하나, 구절 하나, 어느 하나 거저 넘길 게 없었다.

 

처음엔 그냥 어떤 이야기인가..하고 읽어내려 가다가 음..이 아주머니가 죽게 되면 모모라는

아이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생기게 되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가?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로자 아주머니의 죽음과 함께 끝나게 된다. 이 책의 중반부 쯤 이르렀을 때,

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인생이요,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로자 아주머니는

이 책이 끝날 즈음에 죽겠구나 하는 것도.

 

모모는 창녀의 아이이다.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할 아이.

이런 아이를 돌보아 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로자 아주머니.

 

이 모모라는 아이는 로자 아주머니가 자신을 돌보아 주는 것이 매달 보내오는 수표 때문인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로자 아주머니는 모모의 수표가 끊긴 이후에도

모모를 돌보아 준다. 심지어는 모모가 자신을 너무 일찍 떠나 버릴까봐 그의 나이를 4살이나

더 어리게 속이기도 했다.

 

모모는 자신이 4살이나 더 먹었다는 것을 알고도 로자 아주머니 곁을 지켜준다.

병져 누은 로자 아주머니를 씻겨 주고, 입혀 주고, 화장도 시켜 준다.

아주 이쁘고 마음씨 따뜻한 다른 아주머니가 따뜻한 집에서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주면서

모모에게 같이 있자고 해도 모모는 혼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로자 아주머니에게로 돌아간다.

 

모모는 이미 세상이 어떤지를 알고 있다.

모모는 아이가 아니니까. 모모는 엉덩이로 먹고 사는 게 어떤 건지도 알고 주사 바늘이 사람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 주는 지도 안다. 하지만 모모는 엉덩이로 벌어 먹고 사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 했고 주사 바늘 앞에서도 자신은 절대 행복해지지 않겠다고도 맹세 했다.

 

모모는 훌륭한 경찰과 테러리스트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테러리스트 보다는 힘쎈 경찰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로자 아주머니와 약한 다른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 했다.

모모는 어린 나이에 이미 세상이 어떤지를 다 알고서도 그랬다.

그리고 로자 아주머니를 사랑했다.

 

어린 나이에 이미 세상이 어떤 건지 알아버렸음에도 그는 로자 아주머니를 사랑했고

끝까지 그녀의 곁을 지켰다. 이게 중요한 거다. 모모가 마냥 어리고 철없고 로자 아주머니

말고는 갈 곳도 없어서 그녀 곁을 지킨 게 아닌다. 그래서 그녀를 사랑한 게 아니다.

모모는 모든 것을 다 알면서도 끝내 이 사랑이라는 것을 마음속에서 져버리지 않았고

끝내 인간으로서의 사랑을 지켜냈다. 그래서 눈물이 난 게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난 거다. 아무리 세상이 어떤지 알고, 또 살면서 어떤 상처를 어떻게

받았다 할지라도  마음 속에서 사랑만은 남겨두어야 한다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난 거다. 그래서,.눈물이 난 거다.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읽고 나서 바로 연달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책은 실로 오랜만이다.

아마 중학생이 된 이후로부터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초등학생 때는 책이 얼마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제인에어를 꽤 여러번 읽었고

외동딸 엘리자베스 시리즈를 여러번 읽었던 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는 한 책을 여러번 읽었던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실로 오랜만인 것이다.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더 읽어보지 뭐, 하는 책

말고 당장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은 그런 책.

 

책에는 좋은 책, 재밌는 책, 유익한 책, 마음에 드는 책, 등등이 있지만

이 책은 내게 있어 몇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 되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읽어보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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