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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스티브 잡스
제프리 영 외 지음, 임재서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 재밌다. 쫄지 마라. 이 책, 재밌다.
너무 두꺼워 보이는가? 경영이니 뭐니 잘 모른다 싶은가?
쫄지 마라. 책의 두께가 무색하리만큼 책장이 잘 넘어간다.
경영에 관한 골치 아픈 내용만 줄줄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실은, 거의 이 책의 절반 이상이 스티브 잡스의 뒷담화이다.
이보다 책장이 더 잘 넘어가는 이야기가 어디에 있으리!
스티브 잡스의 재능 중 하나는, 무언가를 만드는 재능이다.
자신이 직접 만드는 것 보다는, 자신의 비전에 따라 적절한 인재들을 데려다 소규모의 팀을
꾸린 후, 그들을 채찍질해서 결과물을 내어 놓는 재능이다. 이게 가능한데에는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와 매력이 한 몫 하기도 했지만 좀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스티브 잡스는 사디스트이고
팀원들은 마조히스트인 것 같다. 스티브는 팀원들에게 불가능 해 보이는 과제를 던져주면서
그들을 채찍질 하며 쾌감을 느끼고 팀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분발하는 것을 보면 그 비명이란 고통의 비명이 아니라 쾌락의 비명인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어찌됐건, 사디스트인 스티브 잡스와 마조히스트인 인재들의 만남으로 그들은
애플 컴퓨터, 매킨토시, 토이 스토리, 아이팟 등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책 말미에 보면 "우리의 영웅들에게도 결점은 있기 마련이다. 결점 없는 영웅들은
오히려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그들의 결점이 아니라 업적이다."
라고 되어 있다. 확실히 내가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알던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창시자이며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난 후, 픽사를 통해 재기에 성공, 다시 애플의 CEO가 되어
아이팟이라는 제품을 내어 놓는 등, 완전 부활했다는 정도. 게다가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스티브 잡스의 감동적인 강연. 어느 대학 졸업식에서 연설하던 장면인데 대학 시절 대학을
중퇴하고도 학교에 남아 강의를 듣던 이야기, 애플을 창업한 이야기, 쫓겨난 이야기, 다시
일어선 이야기 등, 어찌됐건 그 강연은 아주 감동적이었고,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은 청중을
휘어잡을 줄 아는 카리스마를 지닌 멋진 사람. 이 정도. 캬, 멋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스티브 잡스에 대해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진짜 못돼 쳐 먹었다.;;;라는 말이었다. 너무 못됐는데 너무 매력적인자라 시기도 미움도 받고
일부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인 충성도 받고 그랬구나. 이런 것.
진짜 못됐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가 엄청 못된 사람이기에 이 책이 꽤 재밌게 읽혔을 것이다.
온갖 악행들이 다 서술되어 있다. 적절히 인터뷰 내용도 섞어 가면서 한편으론 스티브를
옹호도 해 가면서. 늘 결론은, 스티브는 이렇게 못된 행동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열정적이고 사람들 설득할 줄 아는 카리스마, 매력을 지녔다는 것. 그리고 그의 독단, 독선으로
인해 실패하기도 했지만 그의 뛰어난 디자인 감각이나 선견지명 등으로 많은 성공 또한
거두었다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 점은, 현재 스티브가 정상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좀 더 성숙해 졌다는 것과 스티브의 행적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
등이 이유가 되겠지.
여하튼, 흥미진진하다. end가 아닌 and이다.
스티브 잡스라는 한 사람이 앞으로 또 무슨짓을 할 지 정말 기대된다.
그가 실패를 한다 하더라도 기대가 되고 그가 성공을 한다 하더라도 기대가 된다.
그의 실패엔 실패할 만한 요소가 들어 있다. 우연적인 실패는 거의 없다. 그의 못된 성질
때문에 일을 그르쳤던지, 오로지 그만이 옳다는 독선때문에 실패를 했던지, 스티브 잡스의
실패의 이유에는 언제나 스티브 자신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점은 재밌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했다. 마냥 멋진 사람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게다가 많은 성공을 거두기도 한 사람인데
참,,자기 마음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일을 이렇게 까지 만들다니. 그것도 아주 유치한
이유로. 동양식 선 수행을 하기도 했다는데 대체 마음을 닦은 거야, 만 거야 등등.
어찌 됐건 스티브의 실패엔 분명한 이유가 있기에 타산지석이 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가 성공을 한다면 정말 기대가 된다. 스티브의 성공엔 늘 혁신적인 요소가 있었다.
컴퓨터야 애초에 스티브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였지만, 픽사를 사들인 후, 픽사가 만들어
냈던 애니메이션, 다시 애플로 돌아간 후 음악 산업에 미친 영향.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스티브 만의 업적은 아니다. 심지어는 남의 업적을 가로 챈 것 또한 많다.
하지만, 스티브가 있음으로 인해서 시도초자 못하고 사라졌을 법한 일들을 추진할 수 있었고
스티브와 같은 고약한 매니저가 있었기에 좀 더 높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의 앞으로의 성공이 또 어떤 혁신을 가져올 지, 어떤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지,
진정으로 기대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이제 50도 넘으셨는데..좀 착해지시기를. ㅎ
참, 내가 보는 스티브의 매력.
이 책 보면서 스티브 잡스가 참 못됐다, 못됐다 하면서도
친구들에게 스티브 이야기를 할 때 난 웃고 있었다.
아주 불쾌해 하면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이런 건 아니었던 거다.
바로 이 점이지 않을까. 정말 못됐다는 걸 누구나 다 알지만,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그만의 매력. 열정과 재능의 결합이지 않을까. 그의 열정 앞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받아주게 되고, 열정으로도 열지 못한 마음은 그의 재능으로 긍정시켜 버리니 말이다.
재능은, 모든 걸 긍정한다고 하질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