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生) 청목 스테디북스 79
에밀 아자르 지음, 김영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어떤 사람이 이외수 선생님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선생님께선 많고 많은 책들 중에서 '자기앞의 생'을 추천해 주셨다.

이 책을 덮으며 눈물이 났다.

왜 이외수 선생님께서 하필이면 이 책을 추천해 주셨는지 알 것도 같았다.

 

모모라는 아이는 아이이면서도 아이가 아니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은 소설책이면서 철학책이기도 했다.

대사 하나, 구절 하나, 어느 하나 거저 넘길 게 없었다.

 

처음엔 그냥 어떤 이야기인가..하고 읽어내려 가다가 음..이 아주머니가 죽게 되면 모모라는

아이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생기게 되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가?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로자 아주머니의 죽음과 함께 끝나게 된다. 이 책의 중반부 쯤 이르렀을 때,

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인생이요,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로자 아주머니는

이 책이 끝날 즈음에 죽겠구나 하는 것도.

 

모모는 창녀의 아이이다.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할 아이.

이런 아이를 돌보아 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로자 아주머니.

 

이 모모라는 아이는 로자 아주머니가 자신을 돌보아 주는 것이 매달 보내오는 수표 때문인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로자 아주머니는 모모의 수표가 끊긴 이후에도

모모를 돌보아 준다. 심지어는 모모가 자신을 너무 일찍 떠나 버릴까봐 그의 나이를 4살이나

더 어리게 속이기도 했다.

 

모모는 자신이 4살이나 더 먹었다는 것을 알고도 로자 아주머니 곁을 지켜준다.

병져 누은 로자 아주머니를 씻겨 주고, 입혀 주고, 화장도 시켜 준다.

아주 이쁘고 마음씨 따뜻한 다른 아주머니가 따뜻한 집에서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주면서

모모에게 같이 있자고 해도 모모는 혼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로자 아주머니에게로 돌아간다.

 

모모는 이미 세상이 어떤지를 알고 있다.

모모는 아이가 아니니까. 모모는 엉덩이로 먹고 사는 게 어떤 건지도 알고 주사 바늘이 사람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 주는 지도 안다. 하지만 모모는 엉덩이로 벌어 먹고 사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 했고 주사 바늘 앞에서도 자신은 절대 행복해지지 않겠다고도 맹세 했다.

 

모모는 훌륭한 경찰과 테러리스트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테러리스트 보다는 힘쎈 경찰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로자 아주머니와 약한 다른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 했다.

모모는 어린 나이에 이미 세상이 어떤지를 다 알고서도 그랬다.

그리고 로자 아주머니를 사랑했다.

 

어린 나이에 이미 세상이 어떤 건지 알아버렸음에도 그는 로자 아주머니를 사랑했고

끝까지 그녀의 곁을 지켰다. 이게 중요한 거다. 모모가 마냥 어리고 철없고 로자 아주머니

말고는 갈 곳도 없어서 그녀 곁을 지킨 게 아닌다. 그래서 그녀를 사랑한 게 아니다.

모모는 모든 것을 다 알면서도 끝내 이 사랑이라는 것을 마음속에서 져버리지 않았고

끝내 인간으로서의 사랑을 지켜냈다. 그래서 눈물이 난 게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난 거다. 아무리 세상이 어떤지 알고, 또 살면서 어떤 상처를 어떻게

받았다 할지라도  마음 속에서 사랑만은 남겨두어야 한다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난 거다. 그래서,.눈물이 난 거다.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읽고 나서 바로 연달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책은 실로 오랜만이다.

아마 중학생이 된 이후로부터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초등학생 때는 책이 얼마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제인에어를 꽤 여러번 읽었고

외동딸 엘리자베스 시리즈를 여러번 읽었던 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는 한 책을 여러번 읽었던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실로 오랜만인 것이다.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더 읽어보지 뭐, 하는 책

말고 당장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은 그런 책.

 

책에는 좋은 책, 재밌는 책, 유익한 책, 마음에 드는 책, 등등이 있지만

이 책은 내게 있어 몇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 되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읽어보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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