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즐거움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필기(!) 하면서 책을 읽었다. 책을 제대로 읽는 다는 것은 어떻게 읽는다는 것인가에 대해서 사실 많이 궁금했었다. 대체로 사람들은 그냥 잘 즐기면 되는거 아니야?라고 얘기들을 한다. 심지어 문학교육을 하고 있는 사람들 조차도(!). 그것이 한국의 문학 교육 시장의 현실이려나. 대부분의 그림책 관련한 교육은 이미 문학 교육의 범주에서 벗어난 듯 보이기까지 한다. 5분 간 짧은 리딩.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후속 활동. 과연 그것을 놓고 문학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늘 있어왔다. 물론 의미가 없다는 애기는 아니다. 단지 과연 그것이 문학을 이용한 바람직한 방향일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뿐이지.

저자인 수잔 와이즈 바우어는「The Story of the World(번역: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로도 유명한 작가이자, 교육가이다. 아동용 책으로 먼저 알았던 분을 성인 코너에서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란! 요즘 이곳저곳에서 홈스쿨을 시작하는 분들이 계셔서 완전히 생각 밖에 있었던 홈스쿨을 새롭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수잔은 홈스쿨로 자녀를 길렀을 분만 아니라 '독학'으로 '교수'까지 되신 분이다. 누군가에게 배워서 알기 보다는 '스스로 학습'하는 자기주도적인 역량이 필요한 시대이기는 하다. 더디더라도 느리게, 하지만 진정성 있게 지식과 생각을 쌓아가기. 이 책도 그러한 맥락 안에서 진행이 된다.

이 책의 원제는 Well Educated Mind인데. 원제가 책 내용을 더 잘 나타내고 있다. 마음을 제대로 교육하기. 무엇으로? 고전 독서를 통해서. 그렇다면 어떻게? 고전적인 방법인 3학과 독서 법으로. 3학과 독서법이란 무엇인가? 문법, 논리, 수사를 단계적으로 알아가는 독서법을 말한다. 독서 방법론의 전달이 이 책의 가장 주된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요 부분은 살짝 더 소개해 보겠다.

3학과 독서법은 중세 시대부터 주욱 전해오는 독서법이라고 한다. 사실 성격이 급하고 조급증이 있는 나로서는 책을 한번 몰아치듯 읽고는 덮어버리기 일수이다. 하지만 이러한 읽기는 나의 정신과 사고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냥 이야기 하나. 레파토리 하나를 더 갖게 된다 뿐이지. 진정한 독서는 나의 사고를 교정하고, 생각을 형성하는 독서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한 텍스트는 검증된 텍스트. 고전일 경우에 해당한다. 1단계는 문법을 아는 독서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내용과 등장인물 그리고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1차적인 단계이다. 2단계는 논리의 단계로 계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면서 why, what, how를 질문하는 단계이다. 작가가 어떠한 논리로 주제를 끌고 가고 있는지 그의 논지에는 타당성이 있는지를 검증을 한다. 3단계는 수사 단계로 나의 생각을 반영 시켜서 텍스트에 대한 비평을 하는 단계이다. 이 모든 단계를 글로서 정리하고 요약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타인의 말을 나의 언어로 바꾸어 쓰는 것에서 진정한 의미의 학습은 일어나는 것이니깐. 써놓고 보니 너무 뻔하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 이 3학과의 전통이 독서 치료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1) 인식(recognition)의 단계, 2) 고찰(examination)의 단계, 3) 병렬(juxtaposition)의 단계, 4) 자기적용(application to self)의 단계를 거치니깐.

여하튼 이러한 3단계를 반드시 기억하고, 독서를 할 때 읽어 헤치우는 것이 아니라 곱씹어서 텍스트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그런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1부에서는 전체적인 방법론을 설명하고, 이어지는 2부에서는 각 유형별로 3단계를 어떻게 적용 시켜서 읽을 것인가를 설명한다. 2부도 많이 유익했는데 각 텍스트 유형별로 읽기 방식과 포커스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소설,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 이렇게 다섯가지 유형이 나오는데 각 유형별로 시대에 따라서 텍스트를 담고 있는 장르의 변천사를 읽다보면 사상의 변천사와 장르의 기능 확장, 의미 변화등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사실 연도별로 책을 읽을 생각을 거의 하지를 않았었는데. 시대순으로 읽을 때에 사조의 흐름과 매체의 변화 등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장기적으로 연도를 고려한 고전 읽기 계획을 세워봐야 겠다는 결심도 들었다.

진정한 교육은 타이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떤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어떤 책을 읽었고. 더 나아가서 어떤 연수, 어떤 학과, 어떤 학위를 받았는지에 따라서 나타나지 않는다. 진정으로 자기 반성적인 사고와 쉽지 않은 고전들과 씨름할 때 그 때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조금씩 빛을 내는 것이지. 다양한 각도로 교육과 문학을 생각할 기회들이 생겨서 감사한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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