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 가족의 재회 빨간우체통 2
패트릭 왓슨 지음, 트레이시 톰슨 그림, 윤희순 옮김 / 박물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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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항상 생각했던 것은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자연을 보다 아름답게(?) 혹은 보다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자연을 변화시킨다. 하지만 과연 자연은 그런 인간의 행동들을 반길 것인가.

 

'비버 가족의 재회'는 비버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인간의 환경 파괴 행위가 자연의 생태계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한 편의 동화처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읽는 내내 텔레비젼 프로에서 해주던 동물의 왕국이 떠오르며 좀더 자세히 비버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책장을 덮은 후 인터넷을 통해 비버와 다른 동물들에 대해 찾아보고자 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지은이는 친절하게도 뒷편에 그들에 대해 설명까지 해 놓았으니 말이다. 다른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해하기 쉽도록 먼저 뒷부분부터 읽어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린 비버 아흐멕은 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댐에 나가서 실종되고 말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사람이라는 동물에게 납치되었음을 말이다. 어느날 그들이 살고 있는 근처에 사람이 찾아왔고, 할머니와 아버지, 아흐멕은 사람을 관찰했다. 곧 그 사람이 선한 사람(그는 우리 말로 하면 화가였다.)이었고 비버 가족에게 맛있는 사과를 주었다.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던 비버가족은 행복했지만.. 곧 불행이 닥쳐왔다. 밀렵꾼들이 들이 닥쳐서 착한 사람을 때리고 쫓아내 버렸다. 곧 비버가족은 밀렵꾼들에 의해 쫓겨다니는 신세가 되었고 그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이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북쪽으로 아흐멕은 혼자서 남쪽으로...아흐멕은 이 날 이 사건을 엄마가 댐을 고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실종사건 이후 그의 짧은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작은 욕심 하나가 동물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아픔일지 조금이나마 느껴진다.

 

아흐멕은 길을 떠났고 힘들고 지칠때 흰색 비버를 만났다. 비버들은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기에 그를 만나서 좋았다. 흰색 비버는 조언자로 그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흰색 비버는 동료들 사이에서 털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침을 당한 불쌍한 왕따(?) 비버였지만 착한 사람의 손에서 아주 행복하게 자랐고, 자신의 불타는 사명감으로 다시 자연으로 돌아온 용감한 비버였다. 휜색 비버는 그에게 길을 알려주었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약속을 했다. 아흐멕은 꿈인지 생시인지 알수는 없었지만 그 목소리에 의지하여 계속 길을 갔고 어느 한 곳에 정착했다.

 

그곳은 사향쥐가 혼자서 외로이 살고 있는 곳이었는데 댐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흐멕에게 사향쥐는 그것이 자신은 싫어하는 행동임을 말했고, 혼자가 아닌 둘이 되기 위해서 아흐멕에게 댐 만드는 일을 허락했다. 아흐멕은 전에는 한번도 댐과 연못을 만드는 일이, 한번도 그런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반갑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이들까지 좋아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게 됐다.

 

아흐멕은 혼자서 자신의 집터를 모두 만든 뒤 사향쥐와 함께 지내다가 독립할 나이가 되어 집을 떠나온 여자 비버, 크웨젠흐스를 만났고 둘은 함께 더 큰 댐을 지었다. 아흐멕은 둘이었지만 그의 친구 사향쥐. 와흐주스크는 혼자였기에 아흐멕은 항상 신경이 쓰였다. 와흐주스크 또한 혼자 임이 외로웠고 여행을 싫어하는 그였지만 친구를 찾는 짧은 여행을 하다가 그의 연인. 와흐테싸나우그흐 곧 테스를 만났고 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서로 자신의 가족들을 소개하는 모습. 그리고 후에 자식들을 낳고 생활하는 모습에서 가족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동물도 이러한 모성애. 부성애를 느끼며 살아가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정말 파렴치한 사람들이 많은 모습에 가슴이 답답하며 아려온다.

 

평화로운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날 아흐멕은 향수병에 걸려 과거 가족들과 함께 살던 곳에 가보고 싶었다. 그는 사향쥐 가족에게 인사하고 그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아흐멕의 가족들은 무너진 댐을 복귀하고 다시 자신들의 집으로 가고자 했다. 그곳에서 비버의 천적이지만 친구인 수달을 만났고 그곳에 자신의 조언자. 무드지아카위스를 만났다. 그리고 다시 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났다. 그리고 실종되어 찾을 수 없던 어머니를 만났다. 꿈만 같았다. 그 모든 것이 천적이라고 여겨져 멀리하라했던 자신의 친구 수달의 도움이었다. 이들을 보다보니 불현듯 로미오와 줄리엣이 생각난다. 뭐..로미오와 줄리엣은 서글픈 결말이지만 이들은 해피엔딩의 피날레를 만들어 주었지만 말이다.

 

모든 가족이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며 서로의 과거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람에게 잡혀갔던 어머니 비버의 탈출기를 듣고 가슴아팠다그녀가 잡혀갔을 곳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침하고 음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 밀엽꾼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동물들을 실험도구로 쓴다고... 사람은 동물을 실험도구로 사용해서 약의 효용성을 테스트 한다. 하지만 동물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 느껴지게 된다. 갑자기 유대인 대 학살사건이 떠올랐고 우리보다 더 커다란 무언가가 우리를 가지고 실험을 한다면...하는 생각이 들자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또 그녀는 오면서 한 남자가 죽어있었다는 얘기를 했다. 비버가족은 그가 착한 남자가 아니기를 기도했다.

 

집구경을 시켜주겠다며 할머니를 모시고 다시 자신이 새로 지은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비버 가족을 보면서 가족이란 이렇게 따끈하고 푸근한 것이구나 라는 느낌이 왔다.

 

실질적으로 착한 사람으로 나왔던 탐 좀슨은 실존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 카누 호수에서 그림을 그렸고 40세의 젊은 나이에 호수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이 책은 자신이 비버를 관찰하며 본 것과 느낀 것들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그런 만큼 조금 더 가까이에서 그네들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 하다.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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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가볍고 쿨하거나, 진하고 뜨겁거나

                         연애에 관한 가장 솔직담백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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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따러 독일 갔다, 연애만 하다온 가방끈 씨의 리얼 러브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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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인터뷰하다> 댓글 이벤트♡

>이벤트 기간 : 2008년 2월 22일~3월 7일

>이벤트 발표 : 2008년 3월 10일

>참가방법 :

1. 이벤트 포스트를 블로그 및 카페로 스크랩하고 스크랩주소를 복사해서 달아주세요.

        (스크랩 수도 선정에 참고합니다.)

2. <연애는00이다>에 들어갈 말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20분을 선정해 '연애를 인터뷰하다' 도서를 보내드립니다.

     예) <연애는 롤러코스터다> 짜릿하지만 짧다. 끝나면 허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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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inner + view + love = 연애를 인터뷰하다

문학박사의 꿈을 품고 독일로 떠난 남자가 있다. 하지만 그는 독일에서 지낸 8년 동안 ‘딴짓’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결국 제도권 내에서 고고한 학자가 될 품성을 결코 타고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학업을 중단했다. 서울로 돌아온 이 가방끈 긴 남자는 인종과 국경을 초월해 많은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만들고 때로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경험을 바탕으로, 연애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소울메이트를 찾지 못한 이들의 솔직한 고백을 듣고 담백한 충고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애정문제에 관한 고민을 이야기할 때 그를 경험 많은 아줌마 취급을 하며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을 털어놓곤 했다. 이 책은 그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기록한 것이다.

연애에 관한 대부분의 에세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고 섣불리 단정 짓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인터뷰 형식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연애의 본질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inner에 view가 더해져 만들어진 ‘interview’의 어원처럼 저자인 가방끈 씨는『연애를 인터뷰하다』를 통해 사랑을 세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독자는 한번쯤 자신을 스쳐지나갔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사랑 때문에 초라했고 사랑 때문에 애태웠던 자신의 지난날을 위로 받고 다시 사랑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볍고 쿨하거나, 진하고 뜨겁거나 우리 시대 솔직담백한 연애리포트

아직은 외롭지 않다고, ‘그’ 혹은 ‘그녀’가 없어도 사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당신. 당신도 뒤돌아서면 외롭다. 솔로로 지내긴 싫어 짧은 연애로 ‘돌려막기식’ 사랑을 하고 있는 당신도 외롭긴 마찬가지. 이 책에서는 우리 시대 연애남녀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들춰보며 가볍고 쿨하거나, 진하고 뜨거운 그들의 연애심리를 파헤친다. 독자들은 연령, 직업, 연애 경험이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 속에서 늘 미완성으로 끝나는 자신의 연애사를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주변에 남자라고는 그림자도 찾을 수 없어 외로워죽겠다고 하소연하는 그러나 ‘그냥 친한 친구’는 수두룩한 여자가 있다. 가방끈 씨는 그녀를 자기 스스로 연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등잔 밑이 어두운 여자’라고 진단한다. 주변의 괜찮은 남자를 ‘좋은 친구’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어두고 실제로는 은근히 연애감정을 누리면서 “연애할 만한 남자가 없다”고 푸념한다고 말이다(<그와 난 좋은 친구일 뿐이에요> 중에서).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잡은 물고기론’도 경상도 사나이의 인터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자가 자신에게 완전히 ‘넘어왔다’고 느끼는 순간, 시시해진다고 고백하는 남자의 인터뷰 말미에 가방끈 씨는 오히려 여자들에게 이런 남자는 불붙기 전에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권하고 있다(<여자가 넘어오는 순간, 떠날 준비를 합니다> 중에서).

능력 있고 똑똑한 소위 ‘잘난 여자’는 어떤가. 그녀는 자신이 잘났기 때문에 남자들이 부담스러워해 연애를 못한다고 말하지만, 가방끈 씨는 남자는 ‘잘난 여자’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잘나기만 한 여자’를 싫어할 뿐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겸손의 미덕과 현명함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말이다(<잘난 여자, 부담스럽지 않아요?> 중에서).

가방끈 씨는 실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사랑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제일 먼저 할 일은 다음날 바로 소개팅을 하는 것도, 세상 모든 남자를 경멸하며 마음의 문을 걸어잠그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실연당한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대면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애도의 시간’을 통해 슬픔을 온전히 비우고 난 뒤에야 그 자리에 다른 사랑이 채워질 것이라고 따뜻하게 조언한다(<실연후, 애도의 시간을 가져라> 중에서).




연애를 독려하고, 연애를 교정해, 연애를 완성하게 만드는 책

이 책은 연애를 해봐야 외로움이 뭔지도 알기에 진정한 행복을 위해 나만의 누군가를 꼭 찾기를 독려한다. 3년째 같은 사람만 바라보며 소심한 사랑을 하고 있는 여자에겐 “당신을 사랑했어요”라는 과거형 고백을 통해 그의 관심을 끌어내라고 말하며, 야근하느라 시간 없어서 연애 못한다는 핑계를 대는 여자에겐 ‘메신저토크’부터 끊으면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 충고한다.

연애에 있어 번번이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연애패턴과 마음가짐도 교정해준다. 습관적으로 “난 당신에게 부족한 여자 같아요”라는 멘트를 남기며 에둘러 이별통보를 하는 여자에겐 그에게 정말로 부족한 게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것이 사랑했던 남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설명한다. 주변 사람들의 섣부른 카운슬링에 흔들리는 여자에겐, 그건 연애를 하는 과정에 누구나 거치는 일종의 시험이라고 말하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정답을 찾는 법을 귀띔해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고 ‘사랑’ 때문에 행복해하면서, 그렇게 나만의 누군가를 원하며 살아가고 있다. 매번 똑같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도 이유를 몰라 답답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연애를 교정하고 마침내 연애를 완성해 ‘사랑’ 때문에 행복해하는 날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이동준

문학박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지만 학위취득보다 딴짓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독일생활 6개월 만에 베를린의 연극판에 뛰어들어 소극장 조연출로 일했고, 월간 <PAPER> 등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베를린의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녔다. 주독 한국대사관 현지직원으로도 일했다.

물론 그 와중에 다섯 번쯤 사랑에 빠졌고, 다섯 번쯤 이별을 경험했다. 결국 종잡을 수 없는 유학생활 8년 만에, 제도권 내에서 고고한 학자가 될 품성을 결코 타고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학업을 중단했다.

서울에 돌아온 뒤에는 홍대 앞에 둥지를 틀고 칼럼니스트, 번역가로 일하면서 서서히 베를린 사람이 아닌 홍대 앞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해외저작권 에이전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가 같다는 말보다 소위 ‘가방끈’ 냄새가 난다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연애에 관한 나름의 철학이 있다면 연애를 할 때마다 결혼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헤어질 땐 이혼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다.

 지은 책으로는 『Catch the Berlin, 언더 더 베를린』『위트 상식사전 스페셜』 등이 있고, 홍대문화에 관한 옴니버스 『홍대 앞으로 와!』를 엮어서 내기도 했다. 옮긴 책으로 『위트 상식사전』『광기와 우연의 역사 2, 3』『오류와 우연의 과학사』 등이 있다. 고려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드라마이론과 문화이론을 공부하다 말았다.

 

 

상세정보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2836484&CategoryNumber=0010010170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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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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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은 뇌, 개미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으로 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는 거대한 우주범선 파피용을 타고 1천 년간의 우주여행에 나선 14만 4천 명의 마지막 지구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이 들어왔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작품을 접한 것은 그 유명한 뇌나 개미가 아닌 파피용이 된 탓에 아직은 그에 대한 글에 대한 평가를 섣부른 잣대로 말 할 수는 없을 터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 나 또한 독특한 그의 상상의 나래에 박수를 보내줄만 하다. 하지만 나만의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겠지만 신앙하는 사람으로서 성경을 인용하여 신을 모독(?)한다는 것이 약간은 느껴지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내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내가 듣고 읽어왔던 성경의 내용들이 인용된 부분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모두 마지막엔 어리버리한 한 여자 인간의 이름 바꾸기 능력(?)으로 성경 속 인물의 이름으로 치부해 버린 탓에 더 기분이 나빠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높이 평가한다. 그는 타고난 글쟁이다. 어찌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아마도 상상의 늪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게다.

 

파피용은 프랑스어로 나비를 뜻한다. 우주를 날아가는 나비.

 

발명가인 이브 크라메르와 엘리자베트 말로리. 둘은 필연적인 만남을 한다. 솔직히 둘의 만남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여성의 몸으로 세계 요트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미모의 항해사인 그녀에게 넘어오지 않는 남자가 없었고, 그녀는 그런 인생을 즐기며 살아갔다. 어느날 이브가 운전하던 차와 부딪힌 후 하반신을 못쓰게 되던 둘은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이브는 말로리의 모든 비방을 받아들였으며 또한 미너리즘에 빠져 맥없이 살아가다가 불현듯 날아든 나방을 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광자 추진 우주선 개발에 몰두했다. 학계에 발표는 했지만 터무니 없다는 이유로 버려졌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억만장자 맥 나마라. 그는 텔레비젼을 보며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다. 억만장자였지만 그에게 남은 건 이제 커질대로 커져서 수술도 불가능한 암덩어리 뿐이었기에.. 그렇다. 그는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이브의 프로젝트를 만났다. 그에겐 영웅심리가 발동했다.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언가 남기고 싶은 욕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그는 아마 이름을 남기고 싶었을게다.

 

맥 나마라는 이브를 찾아갔고 제안했다. 프로젝트가 어느정도 안정되자 이브는 비서 사틴을 엘리자베트 말로리에게 보내 동참의사를 표했지만 완강한 거부를 했고, 사틴은 머리를 굴려 그녀가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어느날 찾아온 말로리는 키크고 멋진 여성이 아닌 뚱뚱하고 패기없는 그런 여성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완성해가면서 바뀌어갔고 다시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

 

막바지에 이르면서 상태심리 학자인 아드리앵 바이스가 팀에 합류하면서 희망없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을 향해 14만 4천명은 천년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전 지구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을 힘을 다해 마지막 종족인 희망의 씨를 다른 행성에 전하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그들은 떠났지만 세대가 지날 수록 지구행성에서 있었던 전쟁과 평화의 역사가 되풀이 될 뿐이었다. 결국 천년이 지나고 남은 것은 폐허된 파피용과 다섯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였다. 이브가 남긴 퀴즈를 풀어낸 그들은 두 명 이상은 탈 수 없는 우주선을 보며 종족의 번영을 위해 여자와 여자가 고른 남자 한 명이 동참하여 이브가 말했던 행성에 정착했다.

 

그곳은 초기 지구의 공룡시대와 같았다. 하지만 인간이 들어오면서 그들과 함께 온 바이러스로 인해 공룡은 죽게 되었고, 남자인 아드리앵과 여자인 엘리트는 그곳에서 정착하며 살아갔으며 이브가 남겼던 지구의 생물들의 씨앗을 그곳에 뿌렸다. 둘은 부부로 살았지만 말도 안되는 사소한 다툼으로 인해 엘리트가 집을 나가 동굴에서 살다 독사에 물려 죽었으며 그것을 발견한 아드리앵은 절망하며 이브를 찾아댔다. 그렇게 신을 부르듯 말이다. 아드리앵에게는 아마도 이브가 신이었을테니..

 

이제 혼자 남은 아드리앵. 밤낮 이브만 불러대다 불현듯 기억이 떠 올랐다. 이브의 기록을 보고 배우며 자신의 갈비뼈 하나를 취해서 이브가 알려주는대로 생명을 만들었다. 그 아이가 바로 에야다. 에야는 여자아이였고 조금 어리숙했다. 그리고 이름 바꾸는 능력(?)도 탁월하다. 아드리앵이 들려주는 과거 지구 이야기를 들으며 파피용을 만든 이브를 야훼. 파피용 프로젝트에 처음엔 참가했다가 배신을 했던 사틴을 사탄. 아드리앵을 아담. 자신을 이브라고 불렀다. 그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태초의 인물들이 존재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베르베르는 이 책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는 것은 파피용호 자체가 아니라 파피용호에 탄 인간들이라고,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과학적 소재를 차용한 그의 문학이 결국은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탐구로 귀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르베르의 눈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 역시 인간이다.


 

파피용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던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해 알고 싶었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에 대해 묻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그의 인터뷰 내용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과학잡지의 기자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복잡한 내용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물론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또 다른 점은 삽화다. 무언가 잡지를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눈을 즐겁게 해줬었다. 아직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세계를 이 작품만으로는 어설프게 느껴질 뿐이다. 기회가 있다면 조금 더 접해보면서 느껴보고 싶다.

 

파피용의 인터뷰 내용 :

http://blog.naver.com/damho67?Redirect=Log&logNo=150019877565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하였다. 1961년 툴루즈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고등학교 때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 '유포리Euphorie'를 발행했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 G. 웰스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 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했다. 그리고 1991년 120여 회의 개작을 거친 「개미」를 발표했다. 이후에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타나토노트」「여행의 책」「아버지들의 아버지」「천사들의 제국」등을 썼다.


 그린이. 뫼비우스

본명은 장 지로Jean Giraud이다. '지르'라는 이름으로 서부극 만화의 고전 「블루베리」를 그린 사실주의 만화의 대가인가 하면, '뫼비우스'라는 이름으로 SF 만화인 「잉칼」을 그린 그렸다. 만화 전문 출판사 '위마노이드 아소시에'를 세우고 SF 만화잡지 '메탈 위를랑'을 창간하는가 하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에일리언'에서 의상을 담당하거나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을 위해 '트론'의 스토리보드를 그리기도 하였다.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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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거침없이 떠나라 - 성공하는 내일을 준비하는 여자 20대들의 선택
남인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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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내일을 준비하는 여자 20대의 선택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한 나는 그냥 막연한 물음표만 연거푸 지을 뿐이었다. 도대체 어디로 떠나라는 말인가? 성공한 내일을 준비하는 20대 여자는 거침없이 떠나라는 말인듯 한데...도대체 어디로?...무엇을 위해서?...어떻게?...그런 물음들을 뒤로한 채 그 전에 읽고 있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이 책의 첫장부터 차례차례 하나씩 넘기던 나는 이 책의 매력에 물씬 빠져들고 말았다.

 

20대를 위한 책..그렇다.

이 책은 20대 여성을 위한 책이었다. 이제 갓 30대에 접어 든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며 왜 이 책을 20대가 아닌 30대에 만나게 되었는지 한탄 아닌 한탄을 했었다. 이 책을 훨씬 더 전에 만났다면 내 인생도 조금은 더 바뀌었을까...그런 생각이 들면서 이제 20대 중반을 맞이하는 막내 여동생에게 강한 추천을 해주며 강제적으로라도 읽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 느낌이 강하게 오는 부분에 줄을 그으면서 읽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직자와 볼펜 또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미경은 소심하고 여리면서 현실에 안주하며 그냥 살아가는 꽤 괜찮은 기업에 다니고 있는 스물 다섯살의 사회생활 2년차의 사보담당 여직원이다. 그녀는 직장 상사들이 싫고 자신이 혼자서 맡아서 할 수 밖에 없는 사보담당 업무에 화가 나기도 했으며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생활을 바꿀 용기(?)도 없는 그런 여자였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떠나지 못하는 것이겠지...

 

어느날 그녀가 받은 전화. 계열사 장미경 전무가 일개 사보담당 사원에게 몸소 전화를 해서 사보를 꼭 챙겨달라는 부탁을 했다. 자동발송을 해놨기에 걱정말라했지만 사보는 사고(?)로 인해 도착하지 않았다. 그렇다.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은 일이 이 사건으로 인해 터진 것이다. 상사들의 윽박과 회사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인해 장미경 전무에게 찾아갔지만 지금까지 힘들고 지쳐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철철 흘러내렸다. 꺼이 꺼이 소리내서 우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과거 자신과 미경이 만난 것을 기억하지 않느냐 했다. 입구에 들어선 미경을 째려보는 듯 보였던 건..과거 어디선가 보았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려했던 것이었을 뿐.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미경은 심장이 콩알만해져서 울었던 거였다.

 

과거 둘의 만남은 비행기 안에서 이뤄졌었다. 아파하던 장전무에게 매실청을 전해주던 꽃다운 나이의 미경을 보며 장전무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생활의 리듬을 가질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미경은 장전무의 구원자이기도 했다. 그 둘사이에서 이제는 장전무가 구원의 길을 미경에게 열어준다. 일곱 가지의 떠남이 법칙...그 일곱가지의 법칙이 미경을 성공으로 이끌어주리라는 것을 첫 만남 당시에 어떻게 알았을까?...

 

장전무는 7회로 나누어 사보에 칼럼을 싣기로 했고 그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들은 미경은 자신의 삶에 그것을 적용 시켜갔다.

 

1.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라.

2. 갈 길은 반드시 스스로 결정해라.

3. 떠나기 위해서 떠나지 마라.

4. 재미가 아닌 기쁨을 좇아라.

5. 스스로에게서 먼저 떠나라.

6. 선물은 여행에서 돌아와서 받아라.

7. 언제나 좋은 곳에 도착할 거라고 믿어라.

 

떠남에 대한 깨달음을 찾고있을 때 야무지고 똑똑한 신입사원 후임인 이서린이 들어와서 과거 잡지사 경력을 이야기하며 얼마간 일해보다가 그만뒀다는 말을 들으며 그녀가 잘 떠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했다. 싹싹하고 업무능력도 좋은 그녀. 그녀가 잘 떠나는 것인가?..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월급을 받고 그만둬버린 그녀를 보며 더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아직 깨달음이 오지 않았기에 그녀를 판단할 수 없었다. 미경도 고민중이었기에... 후에 들은 이야기에 그녀는 많은 직장을 철새처럼 옮겨다녔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곳, 맞는 사람들 찾아서...그리고 미경의 회사도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당당히 그만 두고 나서버렸다.

 

떠나는 준비를 한다는 것을 그냥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버리고 무작정 떠남인 줄 알았던 미경은 고민했다. 오래전부터 서랍속에 넣어두던 사표를 내야 할 것인가 하고...하지만 친구 채령은 반대했다. 조금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깨달음은 용쓰지 않아도 생각을 품고 있으면 스스로 찾아와 준다는 장전무의 말처럼 그녀는 오랜 자취생활로 맞지 않던 양말들이 굴러다니던 것을 보며 정리하고 양말짝을 하나 하나 맞추며 그 깨달음을 얻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떠나는 건 더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도착하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그래서 떠날 대는 항상 나 자신이 지금 떠나기 위해 떠나는가. 아니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떠나고 있는가를 돌아봐야 해요."라고 말하는 장전무의 말로 가슴에 印이 찍힐 정도로 뜨거워진 것은 내가 떠나기 위해서 떠나버린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과거 나라는 사람은 '이서린'과 닮았다.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 그것이 나의 특기였다. 그야말로 안해본 것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의 난.. 무작정 떠나기는 했지만 단지 떠나기 위해서 떠나버린 사람이었다. 그래서 후회라는 감정을 달고 살았던 듯 싶다. 어른 들의 말이 무조건 옳다(?)라는 식의 생각을 하며 살게 된 것은 떠나기 위해 떠나버린 나에 대한 책망이었으리라. 이 사실을 좀 더 어릴 때 알았다면 어떻게 변했을까...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보기도 한다. 떠남이란 일생동안 꾸준히 해야 할 것이기에...

 

첫사랑인 남자친구 유빈과의 관계.

친구라고 믿었던 하영과의 관계.

직장 상사들과의 관계.

 

그 모든 것에서의 떠남은 미경을 미경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서평에 모든 내용을 적을 수 없음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느껴봤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단지 성공을 위해서라기 보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사랑과 우정에서까지 조언을 받을 수 있기때문이다. 모든 것에서 떠난 미경은 갈 곳을 알았다. 그리고 장전무와 함께 일하게 되는 그녀를 보며 '잘됐다'라는 건 내 생각 뿐이었을까?...

 

'삶이란 그리 친절한 편이 아니지만 생각만큼 냉정하지도 않다. 더 나은 가치를 향해 익숙한 나의 것을 버리고 떠나온 사람들의 용기에 대해 그만큼의 대가를 준다.' 그 말을 믿기에 앞으로는 조금 더 달라져보기로 했다. 떠남에 대한 방법을 어렴풋하게 느끼며 내가 가야할 길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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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낳은 후궁들 표정있는 역사 8
최선경 지음 / 김영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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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궁궐 안 깊숙이 감춰진 후궁들의 삶을 통해 잃어버린 조선의 역사를 복원하겠다는 취지하에서 쓰여졌다. 후궁의 이야기는 역사의 중심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이야기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계층과 인물에 대한 관심은 역사의 진실에 접근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 했다. 가부장적인 그 시대에서 여성들의 자료를 찾는 것이 지은이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으리라.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조선의 왕 단종 · 연산군 · 광해군 · 경종 · 영조 · 사도세자는 모두 정비가 아닌 후궁의 아들이었다. 첩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는 정통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최고 권력자의 내면에 연민과 콤플렉스를 남긴다. 권력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어머니와 아들의 비통한 사연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역사서는 여타 다른 책들보다 유독 나의 눈길을 끈다. 아마 그것은 우리네 조상들이 살아온 그림자를 밟아보며 그 시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살려내주기 때문이리라. 어느 순간 손에 닿은 '왕을 낳은 후궁들'. 제목만큼이나 호기심을 자아냈고 숨가쁘게 읽어가기 시작했다.

 

근래들어 텔레비젼을 보면 유독 우리나라 과거를 심도있게 다룬 드라마들이 많다. 전부터 사극은 있었지만 태왕사신기, 정조대왕 등 많은 인물들이 회로를 타고 안방극장에 찾아왔었다. 그런 흐름에 발을 맞춰서일까? 여기 저기 우리나라 과거사를 다룬 책들도 참 많이 나왔다. 그런 덕분에 요즘엔 마음이 훈훈하고 기분 좋은 바람까지 마음속에서 부는 듯 하다.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들은 '아, 만약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했던 것이였다. 솔직히 가슴아프기도 했으며 화가 나기도 했다. 역사상 성군으로만 느끼고 멋지다 생각했던 성종마저 나의 배신을 때리다니...실로 눈물이 앞을 가릴만큼은 아니지만 씁쓸했다.

 

과거시대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타국에서도 여인들의 자리는 항상 찬밥신세였다. 부친이나 남편, 혹은 아들의 자리에 따라 자신의 자리도 달라지는.. 그러면서도 정치에는 전혀 관여할 수 없었던 비통한 여인네들의 가슴아픈 한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었다.

 

얼마전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아왔던 '왕과 나, 김처선'에서 폐비 윤씨는 가녀리고 연약하면서도 순박하고 착하지만 정치와 세력의 희생물이 된 것처럼 나왔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니 폐비가 될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찌 그녀만을 탓할 수 있을까?.. 장희빈은 권력을 위해 악착같은 요부가 되었지만 윤씨는 달랐다. 그저 남편 성종만을 바랐던 한 여인이었을 뿐이었다. 윤씨는 성종보다 12살이 많은. 요즘 말로 연상의 여인이었다. 오랫동안 총애는 계속 되었지만 어느 순간 다른 후궁들에게로 눈을 돌린 성종.  세명의 정비에 후궁이 열명, 자손만도 16남 12녀로 여색을 즐겼던 성종. 남성의 바람기는 인정되고 여성의 질투는 용납되지 않는다(?) 어찌 그녀의 투기를 그녀의 잘못이라 할 수 있을까.

 

희대의 여인으로 불리던 장희빈. 왕비의 자리까지 오르고 아들을 낳아 세자로까지 책봉되었지만 질투심과 시기심으로 인해 후에는 그 모든 것이 물거품되어 사약을 받게 되던날. 그녀는 청하여 자신의 아들(경종)을 불러 아래를 잡아늘여 성불구자로 만들어버렸다. 그런 장씨의 행동을 보면 악독스럽다(?)라는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행동은 말도 안되는 여성억압과 남성우월주의. 그리고 왕과 왕궁에 대한 무언의 시위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 외에도 몇몇의 여인들과 궁중 생활들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궁생활이 화려함과 아름다움이라기 보다는 암투가 벌어지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많은 여인네들의 혈투장으로 느껴졌다. 왕의 사랑을 받고 아들을 낳고 살면 모든 것이 다 좋았을 꺼라는 막연한 그런 기대심리는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어떤 남성들은 과거처럼 일부다처제를 원한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어떤 여성들은 일처다부제를 하는 건 어떻냐는 핀잔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남성도 여성도 둘의 관계에서 의지를 하고 삶을 살아감에 있어 따뜻한 배려를 한다면 사랑나눌 이를 양으로서 판단하지는 않으리라 싶다.

 

일부일처제든. 일부다처제든. 일처다부제든간에 그저 그냥 서로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따뜻한 살림을 꾸리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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