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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파피용은 뇌, 개미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으로 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는 거대한 우주범선 파피용을 타고 1천 년간의 우주여행에 나선 14만 4천 명의 마지막 지구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이 들어왔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작품을 접한 것은 그 유명한 뇌나 개미가 아닌 파피용이 된 탓에 아직은 그에 대한 글에 대한 평가를 섣부른 잣대로 말 할 수는 없을 터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 나 또한 독특한 그의 상상의 나래에 박수를 보내줄만 하다. 하지만 나만의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겠지만 신앙하는 사람으로서 성경을 인용하여 신을 모독(?)한다는 것이 약간은 느껴지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내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내가 듣고 읽어왔던 성경의 내용들이 인용된 부분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모두 마지막엔 어리버리한 한 여자 인간의 이름 바꾸기 능력(?)으로 성경 속 인물의 이름으로 치부해 버린 탓에 더 기분이 나빠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높이 평가한다. 그는 타고난 글쟁이다. 어찌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아마도 상상의 늪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게다.
파피용은 프랑스어로 나비를 뜻한다. 우주를 날아가는 나비.
발명가인 이브 크라메르와 엘리자베트 말로리. 둘은 필연적인 만남을 한다. 솔직히 둘의 만남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여성의 몸으로 세계 요트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미모의 항해사인 그녀에게 넘어오지 않는 남자가 없었고, 그녀는 그런 인생을 즐기며 살아갔다. 어느날 이브가 운전하던 차와 부딪힌 후 하반신을 못쓰게 되던 둘은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이브는 말로리의 모든 비방을 받아들였으며 또한 미너리즘에 빠져 맥없이 살아가다가 불현듯 날아든 나방을 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광자 추진 우주선 개발에 몰두했다. 학계에 발표는 했지만 터무니 없다는 이유로 버려졌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억만장자 맥 나마라. 그는 텔레비젼을 보며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다. 억만장자였지만 그에게 남은 건 이제 커질대로 커져서 수술도 불가능한 암덩어리 뿐이었기에.. 그렇다. 그는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이브의 프로젝트를 만났다. 그에겐 영웅심리가 발동했다.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언가 남기고 싶은 욕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그는 아마 이름을 남기고 싶었을게다.
맥 나마라는 이브를 찾아갔고 제안했다. 프로젝트가 어느정도 안정되자 이브는 비서 사틴을 엘리자베트 말로리에게 보내 동참의사를 표했지만 완강한 거부를 했고, 사틴은 머리를 굴려 그녀가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어느날 찾아온 말로리는 키크고 멋진 여성이 아닌 뚱뚱하고 패기없는 그런 여성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완성해가면서 바뀌어갔고 다시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
막바지에 이르면서 상태심리 학자인 아드리앵 바이스가 팀에 합류하면서 희망없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을 향해 14만 4천명은 천년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전 지구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을 힘을 다해 마지막 종족인 희망의 씨를 다른 행성에 전하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그들은 떠났지만 세대가 지날 수록 지구행성에서 있었던 전쟁과 평화의 역사가 되풀이 될 뿐이었다. 결국 천년이 지나고 남은 것은 폐허된 파피용과 다섯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였다. 이브가 남긴 퀴즈를 풀어낸 그들은 두 명 이상은 탈 수 없는 우주선을 보며 종족의 번영을 위해 여자와 여자가 고른 남자 한 명이 동참하여 이브가 말했던 행성에 정착했다.
그곳은 초기 지구의 공룡시대와 같았다. 하지만 인간이 들어오면서 그들과 함께 온 바이러스로 인해 공룡은 죽게 되었고, 남자인 아드리앵과 여자인 엘리트는 그곳에서 정착하며 살아갔으며 이브가 남겼던 지구의 생물들의 씨앗을 그곳에 뿌렸다. 둘은 부부로 살았지만 말도 안되는 사소한 다툼으로 인해 엘리트가 집을 나가 동굴에서 살다 독사에 물려 죽었으며 그것을 발견한 아드리앵은 절망하며 이브를 찾아댔다. 그렇게 신을 부르듯 말이다. 아드리앵에게는 아마도 이브가 신이었을테니..
이제 혼자 남은 아드리앵. 밤낮 이브만 불러대다 불현듯 기억이 떠 올랐다. 이브의 기록을 보고 배우며 자신의 갈비뼈 하나를 취해서 이브가 알려주는대로 생명을 만들었다. 그 아이가 바로 에야다. 에야는 여자아이였고 조금 어리숙했다. 그리고 이름 바꾸는 능력(?)도 탁월하다. 아드리앵이 들려주는 과거 지구 이야기를 들으며 파피용을 만든 이브를 야훼. 파피용 프로젝트에 처음엔 참가했다가 배신을 했던 사틴을 사탄. 아드리앵을 아담. 자신을 이브라고 불렀다. 그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태초의 인물들이 존재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베르베르는 이 책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는 것은 파피용호 자체가 아니라 파피용호에 탄 인간들이라고,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과학적 소재를 차용한 그의 문학이 결국은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탐구로 귀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르베르의 눈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 역시 인간이다.
파피용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던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해 알고 싶었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에 대해 묻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그의 인터뷰 내용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과학잡지의 기자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복잡한 내용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물론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또 다른 점은 삽화다. 무언가 잡지를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눈을 즐겁게 해줬었다. 아직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세계를 이 작품만으로는 어설프게 느껴질 뿐이다. 기회가 있다면 조금 더 접해보면서 느껴보고 싶다.
파피용의 인터뷰 내용 :
http://blog.naver.com/damho67?Redirect=Log&logNo=150019877565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하였다. 1961년 툴루즈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고등학교 때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 '유포리Euphorie'를 발행했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 G. 웰스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 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했다. 그리고 1991년 120여 회의 개작을 거친 「개미」를 발표했다. 이후에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타나토노트」「여행의 책」「아버지들의 아버지」「천사들의 제국」등을 썼다.
그린이. 뫼비우스 
본명은 장 지로Jean Giraud이다. '지르'라는 이름으로 서부극 만화의 고전 「블루베리」를 그린 사실주의 만화의 대가인가 하면, '뫼비우스'라는 이름으로 SF 만화인 「잉칼」을 그린 그렸다. 만화 전문 출판사 '위마노이드 아소시에'를 세우고 SF 만화잡지 '메탈 위를랑'을 창간하는가 하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에일리언'에서 의상을 담당하거나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을 위해 '트론'의 스토리보드를 그리기도 하였다.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