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산책 - 법률을 story telling한
우에다 타모츠.기쿠모토 하루오 지음, 김현숙 옮김 / 자유토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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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독자라면 모르되 우리나라 독자가 굳이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없겠다. 
스토리텔링은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고, 담고있는 정보는 곰팡내 날 정도로 오래되었다. 
번역서라고보기 어려운 직역과 최소한의 감수도 거치지 않은 난삽한 구성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다고보기엔 내용이 너무 무미건조하고 전문서를 보충하는 책이라 보기엔 너무 비전문적이다. 
원제는 취미로서의 법률. 
내용 중 여러가지 취미가 등장한다고 광고했던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는 않다. 
쉽게 말해 법률덕후를 위한 책쯤 되겠다. 

입문서를 찾는다면 요즘 나오는 청소년 대상 법률교양서가 훨씬 낫다. 
전문서를 보충하는 책으로는 양창수나 송덕수의 입문서가 더 좋다. 
여러모로 대실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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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 2009 세계 천문의 해 기념 작품집
배명훈 외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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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9년 세계천문의 해 기념 작품집이다. 

그런 해가 있는 줄도 몰랐지만.


총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1.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김보영)

아시모프의 '전설의 밤'에 대한 오마쥬일까?


2. 유랑악단(김창규)

중반까지 흥미롭게 전개된다. 

결말은 좀 어수선하지만 발상이 기막히다. 


3. 백만 광년의 고독(박성환)

표제작. 

기계의 자서전.


4. 방해하지 마세요(배명훈)

4차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맞이하게 될 족쇄...

스마트폰은 시작에 불과하다.


5. 마지막 천사의 메시지(유광수)

구더기의 모험.

맨인블랙이 떠오른다.


6. 입적(정소연)

환생이야기.


7. 보살들(고드 셀라)

물리학과 불교를 가장한 독백...


어디선가 본듯한 작품도 있고, 신선한 작품도 있고.

아주 강렬한 작품은 없었지만 소소하게 인상적이다. 

이런 작품집이 많아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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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윤동주 유고시집, 1955년 10주기 기념 증보판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윤동주 지음 / 소와다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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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용 초판본.

역설적인 발상의 주인공은 1인 출판사 소와다리의 김동근 님이다. 

이 책으로 작년 한해 큰 수익을 냈는데,

그걸 다시 투자해 다른 작품을 발간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들었다.

몇개월간 하루 열 몇시간씩 노트북에 매달린 결과물.


폰트를 구할 수 없어 한글자씩, 말 그대로 한땀한땀 정성들여 "그린 책".


그저 허영심에 불과한 게 아닐까 몇번이나 망설이다 책을 집어들었다. 


초반본의 울림은 어쨌든 살아있었다.

세로쓰기된 오래된 활자의 느낌은 윤동주의 시에 색다른 울림을 더했다.

감응이라고 할까?


가장 유명한 '서시'는 말 그대로 제일 앞에 쓴 시였다. 


제목이 서시가 아니라 가장 앞에 서문을 대신해서 쓴 것이라 서시였다...

'서시', '자화상', '소년' 같은 유명한 시 몇편을 구경했을 뿐 그의 시집은 처음이니 당연한 오해였겠다.


복간본이다보니 당연히 초판본의 불편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글자가 흐리다거나, 잉크가 번져있다거나...

그런데 그것이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기를 쓰고 글씨를 알아먹으려 애쓰는 시간, 그 시간만큼 시에 대한 애착이 깊어지는 역설을 경험한다.


출판사의 다른 시집도 적극구매해보려 한다. 

어린왕자 초판본은 이미 구매했고.


초판본의 부록으로 다른 초판본을 줄 것이 아니라 해제집을 주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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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다시 읽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6
양지열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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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헌법을 테마로 한 책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변호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책인데, 오늘 볼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변호사 아빠가 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할까. 


1.

내용은 당연히 헌법에 관한 것이고, 이것을 어떻게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풀어쓸 것인지 궁금했다. 

놀랍게도 "수리"(=시리?)라는 인공지능을 등장시킨다

이 부분이 신의 한수.

기자답게 현실감각이 뛰어난 분 같다. 


수리와 시연이의 대화를 통해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예컨대, 수학공부를 왜 해야하는 걸까?라고 시연이 묻는다. 

수리는 이렇게 답한다.

"시연이가 수학 문제를 푸는 동안 뉴론들이 결합하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장치가 머릿속에 만들어지는 셈이지...16.


대화는 다소 딱딱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

특히 변호사스러운 아빠의 등장을 보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는 한미디로 대답할 수 있도록 질문을 정리하라고 가르쳐줬는데... 21."

게다가 시연의 오빠 시우는 갑자기 헌법조문을 줄줄 읇어대기도 한다...55.

  

2.

상당히 흥미로운 전개를 보인다. 

가령, 공부를 왜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서 헌법조문을 설명한다던지(행복추구권평등권교육권 등등),

복불복 게임에서 사회계약론을 설명한다던지,

하늘공원에서 경제헌법(8119조 제12)을 설명한다던지...


교과서적인 설명도 빼놓을 수 없다. 

학급회장 선거를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설명한다던지,

남녀평등을 말하여 헌법 제36조 제1항을 말한다던지,

소녀상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인간의 존엄성’(10)을 말한다던지...


출판일이 최근이라 그런지,

 "대통령이 잘못했을 때 탄핵을 해서 임기가 끝나기 전이라도 물러나게 만드는 것처럼요...83."라는 대목도 등장한다. 


구체적인 내용설명에 오류가 있다거나 무리한 전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잘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법적인 설명 외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현상을 풀이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3.

각 장 말미에는 내용정리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헌법을 부록으로 싣고 있다. 




4.

이 정도 작업을 하기 위해서 꽤나 창작고를 겪었을 법 하다.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고, 이 책을 발판삼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헌법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모든 국민의 헌법에 대한 관심이 최고도로 올라간 이때, 

자녀와 함께 헌법에 관한 대화를 풀어나가기에 적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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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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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판으로 거의 20여년만에 다시읽기를 했다. 
다시 읽어보니 이 책이 내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실감했다. 

이 책은 남녀가 뒤바뀐 세상을 그린다. 
보다 정확하게는 단순히 뒤바뀐게 아닌 전혀 다른 인류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그 모습은 현재 인류의 모습과 흡사하기도 하다)
짧지 않은 분량이기도 하고, 엄청나게 많은 얘깃거리와 생각할꺼리가 등장하기 때문에 쉽게 정리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대충이나마 정리해둔다.  

아 참,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문구는 이것이다. 
갑자기 그들은 "너는 성관계를 어떻게 하니?"라는 단순한 질문이 사회가 총체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265쪽.

1부에서는 충격적인 성애묘사 장면이나 무도회 장면이 먼저 눈에 띈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엔 나도 그런데 꽤나 민감할 나이였기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물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지은이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지은이의 관찰력이나 역발상,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와 용어, 설정이 등장한다. 

페호: 여자의 브레지어와 같은 기능을 하는 맨움의 성기에 착용하는 속옷.

최고등 동물은 수컷이 새끼를 돌보는 물고기: 우리문명은 동물의 '모성애'를 강조한다. 부합하지 않는 사례는 버려진다.

부성보호: 여성이 아이의 부성을 고를 수 있다. 사실 부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데서 모든 권력싸움이 시작되는게 아니던가.

ps(거세가위): 프로이트를 이런데 써 먹다니!

탄생궁전: 출산을 쾌락으로 묘사하는 역발상...(어쩌면 가능할지도. 문화의 힘이란 그만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느님 어머니, 스파크스(맑스), 도나제시카(예수): 이름은 중요치 않다. 그 이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라.

이 외에도 참 많은 용어와 상황설정을 음미해 볼 수 있다.
혹자는 통쾌함을 느낄 것이고, 혹자는 욕지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 생각에 1부의 키워드는 이것이다.
확증편향.
역사는 권력을 소유한 자들이 만들어내고, 학계의 연구라는 것 또한 힘에 의해 좌우된다. 
움이 권력을 잡은 사회에서 그려지는 움과 맨움의 모습은 확증편향의 연속이다. 
우리 문명 또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명비판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2부는 현실 여성운동에 대한 오마쥬로 읽을 수 있다. 
동성애, 의회진출과 좌절된 전복, 페호불태우기, 데이트 폭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페트로니우스의 소설이 등장한다. 
그 소설은 이갈리아에서 보면 반대로 쓰여진 소설이다.. 
"결국, 아이를 낳는 것은 여자(women)야."368쪽-페트로니우스의 소설.
"결국, 아이를 보는 것은 맨움이야."13쪽-이 소설의 첫 문장.
'맨움'이라는 단어에는 아무런 표기도 없고,
'여자'라는 단어에 별도표기를 해야되는 세상.
그곳이 이갈리아다. 
그러니까 문명이란, 인간이 만든 세상이란 상대적이란 말이다. 

사실 이 소설은 첫 대목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너무도 낯설고 당황스러운 설정 때문이다. 
굉장한 불편함과 이질감을 동반하는데, 
재미있는 건 이 소설이 끝나갈 때쯤엔 페트로니우스의 소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아무렇지 않던 현실인데 한바귀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니 여간 이상한게 아니다. 
책 한권을 통해 단순히 지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살아본다는 것.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를 의심하게 된다는 것.
흔히 말하는 고전소설의 미덕을 갖추었도다.

내게는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길이 남을 소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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