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용 초판본.
역설적인 발상의 주인공은 1인 출판사 소와다리의 김동근 님이다.
이 책으로 작년 한해 큰 수익을 냈는데,
그걸 다시 투자해 다른 작품을 발간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들었다.
몇개월간 하루 열 몇시간씩 노트북에 매달린 결과물.
폰트를 구할 수 없어 한글자씩, 말 그대로 한땀한땀 정성들여 "그린 책".
그저 허영심에 불과한 게 아닐까 몇번이나 망설이다 책을 집어들었다.
초반본의 울림은 어쨌든 살아있었다.
세로쓰기된 오래된 활자의 느낌은 윤동주의 시에 색다른 울림을 더했다.
감응이라고 할까?
가장 유명한 '서시'는 말 그대로 제일 앞에 쓴 시였다.
제목이 서시가 아니라 가장 앞에 서문을 대신해서 쓴 것이라 서시였다...
'서시', '자화상', '소년' 같은 유명한 시 몇편을 구경했을 뿐 그의 시집은 처음이니 당연한 오해였겠다.
복간본이다보니 당연히 초판본의 불편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글자가 흐리다거나, 잉크가 번져있다거나...
그런데 그것이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기를 쓰고 글씨를 알아먹으려 애쓰는 시간, 그 시간만큼 시에 대한 애착이 깊어지는 역설을 경험한다.
출판사의 다른 시집도 적극구매해보려 한다.
어린왕자 초판본은 이미 구매했고.
초판본의 부록으로 다른 초판본을 줄 것이 아니라 해제집을 주었더라면 더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