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미래 - 인구학이 말하는 10년 후 한국 그리고 생존전략
조영태 지음 / 북스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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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책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재미있고 신선했다.


이 책은 쉽게 반박하기 어려운데, 

첫째 반박하는 입장에서 인구학적 지식이 매우 부족하고, 

둘째 추측 내지 전망 가운데 영 글러먹었다고 볼 부분이 별로 없기 때문.


1부에서 인구학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

4인가족이라는 이데아는 이제 버려야 한다(2025년이 되면 3인, 4인 가구를 합쳐봐야 30%를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47쪽)

동시에 소형아파트가 잘 팔릴테니 투자해야겠다는 어리석음도 버리라고 충고한다(대형아파트 가격이 무너지면 다른 평형 아파트도 같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고, 미래의 1~2인 가구는 아파트를 구매할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53쪽).

하고싶은 말을 분명히, 쉽게 전달하는 재주가 있다.


2부에서 저출산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려준다.

주로 교육문제에 국한되어 있다(지은이는 대학교수이고, 부인도 대학교수이며, 두 딸의 학부모이기도 하다).

많은 주제를 거론하기 보다 한 주제를 다양하게 살펴보는 방식이 좋았다.

학문적 예측을 자신의 일상과 조화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그래서 나도 두 아이의 학원을 끊었다. 그 대신 서예학원을 보낸다. 92쪽).

그러는 한편으로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아 불안하다 고백하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와 진지한 대화가 가능해졌다.


3부에서 저출산에 더해 고령화가 어떤 의미인지 짚어본다.

2부의 충격이 가시기 전에 더 큰 쓰나미가.

'코호트' 개념을 설명하면서 세대간의 갈등, 부의 이전, 정치의 보수화, 건강불평등, 청년실업, 노동유연화, 인재 해외유출 같은 문제를 살펴본다.

놀랍게도 이러한 문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비로소 인구학의 논의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베트남 얘기가 좀 많이 들어가 있는데 지은이는 이미 베트남에 대한 책을 쓸 정도로 관심이 많았나보다.


4부에서 저성장이라는 변수를 추가해본다.

연령구조를 살펴볼 때 우리나라는 생산가능 인구가 부족하고,

이것을 해결하려면 결국 해외유입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다문화에 대해 시스템과 인식 모두 부족해 걱정이다. 

다차원적응과 적극적 해외투자를 제시한다.


5부에서 다운사이징을 주장한다.

지은이의 논지가 분명하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궁극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고, 인구감소를 받아들여 인구구성 변화에 맞는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여야 한다(다운사이징은 비단 규모의 축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에 맞춘 새로운 체질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것을 가리킨다. 251쪽).

당연히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원론적인 차원에서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각자도생의 미래가 펼쳐지는 일을 막기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그런데 불안하다...

과연 우리는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그럴 의지가 있는 것일까?


예전에 '풀하우스'를 읽으며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반복 가운데 주장과 논거를 조금씩 변주해가며 설득하는 방식.

이제 사회과학 책 중에도 그런 책이 나왔다!


(편집에서 별을 하나 뺀 이유가 있다. 이 책은 표가 거의 없음에도 각종 통계치를 잘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참 대단한 능력이다. 하지만 간혹 통계치를 함께, 혹은 부록으로라도 실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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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소녀 혹은 키스 사계절 1318 문고 109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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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쓰는데 무척이나 오래 걸렸다. 
기대이상으로 포만감을 느꼈다. 

청소년 소설이라더니 의외로 작품마다 온갖 불행과 장애와 비극이 펼쳐진다. 
그런데 문체는 경쾌하고 간결하고 밝고 따듯하다. 
잘난체하거나 가르치려들거나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한다. 
퐁당퐁당 얕은 개울 건너듯 인간심연을 묘사하는 작가를 발견했다. 
대단히 좋다. 

방주. 
1년에 한번 방주에서 만찬. 이라지만 사실은 유통기한 넘은 통조림을 와구와구 먹어치우는 일. 방주는 엄마가 돌풍에 떨어진 간판에 맞아 죽은 다음 만들어졌다. 학교에서는 나를 정신과 치료받게 했지만 아무 것도 치료되지 않았다. 그림실력만 늘었을 뿐(20쪽). 사람들은 방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내게 접근할 뿐이다. 그럴수록 방주는 더욱 꼭꼭 숨겨진다. 나만큼 외로워 보이는 아이. 외계도 우주도 아닌 온세계(23쪽)를 만나기 전에는. 온세계와 만나면서 굳건한 방주처럼 내안에 견고하게 숨겨둔 두려움과 슬픔이 터져나온다(37쪽). 예상과 달리 내 안의 방주가 허물어진 다음에도 멸망은 찾아오지 않았다. 눈부신 빛 속을 두 손을 꼭 잡은 채로 우리는 나란히 걸어나갔다(39쪽). 

키스장면은 없는데 첫키스처럼 달콤하고 풋풋한 향내가 진동한다. 표지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작품. 

잘자요, 너구리
나와 여자애의 만남. 그 계기는 야생 너구리. 나는 사고로 10년간 누워있다 깨어났다. 여자애는 10년간 발레를 하다 그만두었다. 10년.쯤 인생에서 사라져도 살아갈 수 있겠구나... 

도시 한복판에서 야생너구리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렵겠지만. 누군가의 현실. 그저 안부를 물어본다. 잘자요...

한밤의 미스터 고양이. 
첫사랑.은 짝사랑. 민트 향 숨결. 과감한 상상력과 세밀한 심리묘사가 진부한 소재를 돋보이게 한다. 

굿바이, 지나
학교에는 폭력과 악의가 넘쳐났고 교실은 비정한 생태계 축소판이었다. 그 속에서 내가 선택한 생존 방식은 포식자도 피식자도 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96쪽. 우리는 부족한 게 아니었다. 우리는 외로웠던 것이다. 105쪽. 뒤에서 담임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달렸다. 지금은 멈추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달리고 싶었다. 막, 우리는 이별을 했으므로. 굿바이, 지나. 143쪽. 

게이의 외로움. 명왕성의 외로움. 왕따들의 외로움... 생각해 본 적 없는 내가 몰랐던 외로움들... 단편영화로 똭. 재기발랄한 대사는 그대로 갖다 써도 되겠다. 

아이슬란드
전학생. 호기심은 증오심으로 변하지만 그 아이는 그대로. 오란디. 섬나라 어머니에게서 났다는 아이. 갑작스런 사고로 전교1등에서 똥오줌도 못가리게 된 나. 포도송이를 들고 매일 나를 찾는 그 아이. 마치 아무도 듣지 못하는데 혼자 노래하는 고래처럼. 그 아이가 중얼거린 아이슬란드어. 어릴적 엄마의 자장가와 같이. 오로라처럼 아련한 꿈속으로. 어쩌면 다시는 깨지 못할. 

무나의 노래
환상시. 

수영장
기적이란 조롱거리를 가리킨다. 215쪽. 기적을 바라던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고백
비명과 괴성, 으르렁거림, 흐느낌 등 인간보다는 유인원에 가까운 소리를 내던 5년 만에 최초로 문명의 언어를 구사한 나는 다시 익숙한 침묵으로 돌아갔다. 230쪽. 해파리 이후로 처음으로 나는 문장을 말한다 너를 본 순간부터 하고 싶었던 고백을. 나는 너를 좋아해.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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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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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미야 잡화점 안에 있으면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그리고 과거와 연결된다.

과거로부터 고민상담 편지를 받게 된다.

나미야 잡화점(나야미-일본말로 고민)은 고민 상담을 해주는 곳이므로. 


2.

3인조(아쓰야고헤이쇼타좀도둑은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에 은신하게 된다.

그곳에서 과거로부터 온 고민상담 편지를 받게 되고 답장을 한다.

답장은 우유상자에 넣자마자 없어진다.

고민자가 들고 간 것이다.

잠시 후 우편함에 또 다른 편지가 도착한다...

 

3.

1장에서는 암 선고를 받은 남자친구를 두고 올림픽 출전을 위해 훈련에 전념해야 할까 고민하는 여성의 편지가 도착한다그 여성의 본심은 따로 있었으니...

2장에서는 가수를 꿈꾸는 가쓰오의 사연을 들려준다정말로 성공한 삶이란 무엇일까?

3장은 나미야씨의 살아생전 에피소드어떤 여성이 임신을 했다알고 보니 남자친구는 유부남이다여성은 불임증으로 이번이 마지막 임신이 될 것 같다어떻게 해야 할까?

3장부터 에피소드가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4장 이후로 퍼즐조각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마지막엔 예상치 못한 그림이 떠오른다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소름...!

 

4.

이 소설은 소위 타임슬립물로도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다.

지금 여기서 답장하면 과거로 날아가고과거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구성과 설정이 참신한데서 그치지 않는다. 

편지를 통해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사연, 또 감정과 생각은  공감을 자아내고 울림을 준다.

아주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다.

추리소설의 대가답게 완벽한 구성이 돋보인다.

마지막까지 완벽하다.

 

5.

서민교수가 이 책을 추천했었다.

책읽기가 두렵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라고.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두꺼운 분량이 조금 부담이긴 하지만 이야기에 빠져들 여건만 된다면 반나절 정도면 읽어낼 수 있다.

번역도 아주 좋았다.

 

아주 기분 좋은 책.

주저없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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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하는 쓰기책
북드라망 편집부 엮음 / 북드라망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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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해서 부담이 없다. 
요즘 2,000원이면 커피 한잔 값도 안된다. 
선물로 주기도 좋다. 
독서모임 선물로 호평받았던 아이템. 

한번씩만 쓰면 되니 더 부담이 없다. 
다른 교재는 한글자를 열번씩 쓴다거나 획순까지 짚어가며 꼼꼼히 공부를 강요하는데 이 책은 그냥 한번 쓱 쓰면 끝. 
공책 한면에 열여섯 글자씩. 
부록까지 합쳐도 88쪽. 

천자문에 관한 책은 많다. 
하지만 정작 천자문을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드물고 한번씩 써 본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책으로 천자문을 공부하기엔 아주 부족하다. 
한자도 굉장히 크기가 작아 획이 잘 구별되지 않기도 한다(그래서 별을 많이 뺐다). 
그래도 천자문을 한번 필사해본다는데 의미를 두자. 
어차피 훈장님 모시고 회초리 맞아가며 읊조릴 여건은 안되니. 

부담없이 권한다. 
영혼을 위한 커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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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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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

상당한 분량이지만 "눈호랑이"작전 위주로 에피소드를 추릴 수 있다. 

1부는 장리철. 강민준. 롱. 최태룡. 은명화. 장풍군. 눈호랑이 작전. 등 주요인물과 설정제시. 

2부는 장리철의 액션. 은명화. 박우희 등 주변인물의 사연과 헌병대장의 죽음. 등 상황전개. 

3부는 장리철의 정체 공개 및 마무리. 

내가 기대한 소설은 아니었다. 
통일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묵시록은 아니었다.
다만, 기본설정 하에 전개되는 캐릭터의 향연과 범죄액션의 치밀한 묘사는 돋보인다. 
사실 나는 통일이후 설정을 왜 이렇게 했는지 그게 궁금했는데..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논문과 참고문헌을 뒤에 상세히 실어두고 있다. 

재미는 있었는데 왠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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