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세트 (반양장) - 전10권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10권이라 만만치 않은 분량이에요. 게다가 한권당 300페이지가 넘구요.

재작년에 완독을 했던거 같아요. 대학생때부터 한번 봐야지 했었으니 10년도 더 넘게 걸린 셈이네요.


내용은 "빨치산"이야기에요.

그들이 왜 좌익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그들의 활동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요.

지루할 것 같지만 눈 앞에 그리듯 생생한 묘사(가끔은 너무 잔인하다 싶은 장면도 있어요)와 진한 전라도 사투리(말을 소리나는대로 적을 때의 독특한 느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과 인물들 간의 갈등이 관전 포인트에요(대하소설답게 등장인물이 엄청나요).


한번 빠져들면 엄청난 속도로 읽게 되는 소설이지만 빠져들지 못한다면 도저히 읽어내기 어려운 소설이기도 하지요.

김제동이 이 책을 30대에 만나고 인생이 달라졌다고 해서 다시 한번 도전하게 되었던 책이에요.

결론적으로 내 인생은 그리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그래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해요.

잊혀진 역사의 진실을 전하기 위해 수년간 칩거해서 밥먹고 글만 쓰는 열정으로 태어난 소설이지요.

읽는 것도 벅찬데 어떻게 썼나하는 소리가 절로 나와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엄청나게 읽히는 소설이기도 해요.

이 책을 전부 필사하면 전시관에 전시도 해 준대요. 70대 할머니도 도전해서 성공했다고 들었어요.


이 책은 조정래 대하 3부작이라고 아리랑, 한강과 함께 거론되는데 가장 먼저 쓴 책이래요.

그래서 그런지 가장 치열하고 뜨거워요(한강은 못 읽어봤지만).

메너리즘이 찾아올 때 다시금 손에 쥐고 싶은 책이에요.

다음 번에 읽게되면 좀 더 천천히 손에 펜을 쥐고 읽게 될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리랑 세트 - 전12권 (반양장)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에 말한대로 이 책은 태백산맥보다 나중에 썼지만 시기상으로는 더 앞서는 책이에요.

일제시대를 다루고 있어요.

원래는 태백산맥만 읽고 말아야지 했는데 혹시몰라서 도서정가제 시행전에 마지막으로 고른 책이에요(이 책과 토지를 샀는데 토지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어요).

결론적으로는 사길 잘했어요.


작가는 태백산맥도 잊혀진 역사의 복원이라는 사명감으로 썼다고 했는데, 이 책은 그보다 더한거 같아요.

다루고 있는 시간자체도 태백산맥보다 길거니와 더 많은 등장인물과 사건, 그리고 역사적 사실이 등장해요.

학교에서는 거의 배우지 못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더 한숨 나오는 이야기가 많아요.

분량도 태백산맥보다 2권이 더 많아요.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인지 태백산맥보다 몰입하기 쉬웠던거 같아요.

어쩌면 조정래 작가의 이야기 방식에 많이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요.

어쨌든 태백산맥보다 이 책이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단 사람들이 꽤 있던데, 읽고보니 나도 그래요.


마침 작년이 해방 70주년이었기에 다 읽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한국사람인데 해방 70주년을 맞아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으로.

그런데 작가의 바램과 달리 친일파 문제는 거의 해결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워낙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맞물렸다고는 해도 맺을 건 맺고 끊을 건 끊어야하는데...

정권이 보수화되고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친일파 문제는 점점 금기의 영역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요.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

그래서 이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학+의학+역학=인문의역학.

해괴망측한 이름이에요.

세상을, 사람을, 나를 잘게 나누어 보려는게 아니라 통째로 파악하려는 몸부림이라고 할까요?

지은이는 꽤 오래전부터 그동안 비주류로 취급받아온 동양의학이나 역학, 고전(낭독)에 길이 있다고 외쳐왔어요.

그리고 그에 맞춰 생활하고 있기도 하죠.


이 책은 여러 시리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총론에 해당해요.

특히 역학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기존에 리뷰한 동의보감이 의학에 중점을 두고 있듯이).

두 책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어요(사실 지은이의 모든 책은 맥락이 비슷해요).


흔히 사주팔자라고 하면 미신이라고 생각하거나 심오한 것이라고 여겨요.

지은이는 이것을 정확히 짚어내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맞게, 필요한만큼만, 제대로 알자는 거에요.

왜 내가 누구인지 다른 사람에게 묻고, 왜 내 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왜 내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는가?

그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내몸을 모르고, 내 인생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거에요.

쉽게 알 수 없는게 당연하지만 알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거에요.

백번 생각해도 맞는 말이에요.


근데 한편으론 약올리는 말 같기도 해요.

하루하루 눈코뜰새 없이 바쁜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런 인생은  의미가 없는걸까요.

그런 논조는 아니지만, 원래 공부라는 게 잉여들만 할 수 있는거잖아요.

그리스에서도 그랬고, 조선시대에도 그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관심을 갖는걸 보면 난 잉여류임에 분명해요.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알게 되는 날이 올까요?

알면 사랑한다는데.

사랑하게 되는 날이 올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킬 박사와 하이드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용을 다 알고봤는데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압권은 지킬박사 최후 진술이었어요.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고뇌와 절규로 후끈해요.

번역이 상당히 친절하고 좋았어요.

문예출판사 책은 시간이 지나면 종이가 상당히 바래지는데 그래서 더 좋은 기분으로 남는듯 해요.

  

옮긴이 해설 중 이런 부분이 있어요.

"지킬은 자신을 선과 악으로 나누고 싶었지만 결국 탄생한 것은 본래 있던 그대로(선으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의 지킬과 순수한 악의 결정체인 하이드였다(208쪽, 옮긴이의 말)."

  

지킬박사 본인도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만약 각자를 다른 개체로 분리할 수 있다면 참기 어려운 괴로움에서 인생이 자유로워질 것이 아니겠는가?

악한 본성은 고결한 쌍둥이인 착한 본성의 향상심과 양심의 가책에서 해방되어 제 갈 길을 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착한 본성은 이 이질적인 악한 본성이 저지르는 불명예스러운 일을 접하고 괴로워하거나 참회할 필요 없이, 그에게 기쁨이 되는 좋은 일을 하면서 위로 항햐는 향상의 길을 확고하고 안정적으로 올가갈 수 있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삭정이들이 한다발로 묶여 있어 양심은 고뇌에 빠지고, 극적으로 다른 선과 악이 계속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재앙이다(103쪽)."

  

이 작품을 두고 흔히 선과 악의 대립 끝에 파멸하고 마는 인간본성을 그린 것이라고 해요.

하지만 나는 다르게 읽었어요.

지킬'박사'는 희석된(혼재된) 악이에요.

반면에 하이드는 순수한 악이지요.

그러니까 희석된 악과 순수한 악의 대결양상이에요.

나이를 먹고나니 이 부분이 눈에 띄네요.


그러니까 지은이는 인간을 순수한 존재라고 그리지 않았어요.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사람일지라도 내면에는 많은 갈등과 악한 면이 있음을 갈파한 것이지요.

고위 공직자들이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한다거나,

바깥에선 얌전한 사람이 집에서 술만 먹으면 개가 된다거나...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내가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킬은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갈데까지 가보자는 거지요.

그저 한잔 술로 잊자면서 흐지부지 하지 않았어요.

그 끝에 악마가 있더라도 나는 기어이 보고 말겠다는 의지가 돋보여요. 

그래서 처음부터 파멸은 예정된 것이지요.


지킬(희석된 악)은 진실과 마주서는데 성공하지만, 하이드(순수한 악)는 그저 도망다니다 파멸하고 맙니다.

시작과 맺음 모두 지킬의 손에서 이루어져요.

그는 진정 괴로웠겠지만, 우리는 그를 통해 위안을 얻어요.


인간이란 믿을 수 없는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가치없는 존재는 아니다.  


멋진 책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20년된거 같아요.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게(읽고싶다는 소망이 아니라!).

여러번 실패했다가 이번에 비로소 읽어봤어요(김영하 번역이 분명 도움이 된 듯).

  

초반엔 지루했어요.

중반을 넘어서면 마구 내달려서 신나게 책장이 넘어가네요.

다 읽고 곱씹어보니 초반의 지루함은 작가의 치밀한 설정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데이지의 성격,

톰과 게츠비의 갈등,

노란색 중고차 매매,

은색 개줄... 

 

이 작품을 거의 신성시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그 정도 감흥은 없었어요.

그냥 남들이 하도 유명하다고 치켜세우니 읽어볼까? 싶었고.

읽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책.

그렇다고 읽지않으면 후회할 책은 아닌거 같아요.


영화로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