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음악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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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미덕은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다. 책을 읽고 나면 여기 나온 음악을 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솟아오른다. 클래식음악에 대한 저자의 순수무구한 사랑이 특별히 가슴에 와닿는다. 평생토록 진실하고 절절하게 음악에 순정을 다 바친 저자의 이야기가 감격을 선사한다.

여러해 전에 안동림 선생의 <이 한 장의 명반>이 LP 버전의 클래식음반 가이드였다면, 이 책은 그에 견줄만한 CD 버전의 가이드다. 순애보라는 측면에서는 더 생생하고 울림이 있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예술을 만들었다`라는 인용구를 이 책에서 읽은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이 구절을 난폭하게 축약하면, 즉 뻥을 좀 치면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음악을 만들었다`로 압축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것들 중에 참으로 기기하고 묘묘한 것들이 많고 많지만, 그 중에 으뜸의 하나가 음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 장쾌하고 오묘한 음악의 세계와 속세를 이어주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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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4-09-23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동생이 풍월당에서 시디를 사오곤 했습니다..봉투를 볼 때마다 그참 이름 한번 잘 지었네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주인님이 예사롭지 않은 분이었어여...신밧드님처럼 ^^
읽어야지 하면서 고급 독자인 동생이 언젠가 사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 고급 독자냐구요? 무려 2년전쯤에 동생 책꽂이에 있는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을 보구서 혼자 놀랐지요...그때는 마라이가 아직 알라딘 '공식버닝대상'이 아니었을때였거든요.

배바위 2004-09-2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다녀가셨군요. 기회될 때 한번 읽어보세요. 정말 순애보예요. 한가위 즐겁게 보내세요.
 

2003년 가을에 설악산 십이선녀탕으로 단풍 구경을 갔다. 단풍은 이미 졌지만 십이선녀탕계곡의 절경을 완상하며 여유롭게 등산하는 맛은 그저 그만이었다. 계곡 바위에 등 대고 푸른 하늘 바라보며 누웠는데 바로 옆 바위 위로 계곡물이 쏜살같이 타고 흘렀다. 무심코 바라보다 가슴이 찡해 왔다. 흐르던 물이 넓쩍 바위 위에서 두께 5mm로 쫙 깔리며 내달리니 자연 속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 이보다 시간의 속도를 극명히 드러내보일 수 있으랴. 세월의 속도가 이와 같음을 어찌 통탄치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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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공급 살인사건 소설로 읽는 경제학 1
마샬 제번스 지음, 형선호 옮김 / 북앤월드(EYE)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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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경제학 보조 텍스트로 분류함이 마땅하다. 저자들의 의도가 그러함도 물론이다. 이 텍스트 속에 복잡한 경제학의 명제들은 없다. 수요와 공급 곡선, 기회비용, 효용함수, 죄수 딜레마 등 몇몇 명제들이 등장하는데 쉽고 명쾌하며 반복학습까지 시켜주기 때문에 책을 덮을 때쯤 되면 자본주의 경제학의 기본철학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요컨대 공짜는 없다는 것인대, 주인공은 이 법칙에서 벗어나 주로 공짜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의 이상행동을 추적해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 해결 과정이 흥미진진하거나 박진감 있는 것은 아니나, 수요공급법칙에 대해서는 잊어먹지 않도록 해준다. 경제학도가 아니라도 수요공급법칙이라는 중대명제를 머리속에 각인시키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할 만하다.

공짜 얘기가 나와서 말인대, 세상에는 정말 공짜가 없는 것이 확실하다. 세상에 공짜가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대, 사실은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고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있게 마련이라고 한다. 나는 종종 이 진리를 까먹는다. 주로 받기만 하고 주는 것을 까먹거나, 또는 정당한 이유없이, 즉 공짜로 주거나 하여 내 주변의 질서를 흐뜨러 뜨려 이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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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경감 듀 동서 미스터리 북스 80
피터 러브제이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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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참으로 희안한 방식으로 `완전범죄`를 달성하게 되는데, 그것은 순전히 그에게 복이 있어서다. 그는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 별로 물어보지도 않는다. 엉겁결에 가짜 탐정이 되었으나 열심히 잘 들어주기만 하니 사건도 풀고 위기탈출도 한다. 들을 줄 안다는 것은 하늘이 내린 복이다.

그는 원래 자기 주장도 없이 사는 변변치 못한 인간이다. 변변치 못하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여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소설과 현실을 구분 못하고 소설 같은 사랑을 꿈꾼다는 점에서 역시 변변치 못하다. 그러나 이 변변치 못한 갑남을녀들이 결국은 전설적인 탐정이 되고 사랑의 큰 성공을 이룬다. 최소한 남자 주인공에게 있어서 그 원인은 남의 말을 잘 들어준 덕분이다. 평생 그렇게 살아온 덕에 복 받았다.

저자의 이야기솜씨와 더불어 글솜씨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글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조사(한글인 경우) 하나조차 아끼고 아껴서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한다는 작문의 수칙을 무척이나 잘 지킨 듯한, 말끔한 신사 같은 글이다.

나는 휴양지에서 돌아오는 공항에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복 없게도 새벽 1시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가 4시반으로 연발됐는데, 그 피곤한 가운데도 소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비행기가 가거나 말거나 다른 나라 승객들이 거의 연좌데모 직전까지 가거나 말거나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중추신경은 갈수록 말똥말똥 해지고 거침없이 소설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야기가 주는 마력으로 잘 다듬어진 추리소설만한 것이 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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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9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배바위 2004-08-2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그런데 정말 신혼여행에 대부라니요... 즐거웠습니다. 바다도 산도 핏자도우도, 그리고 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거기는 개들이 무척 여유로워서 사람이 가도 쳐다보지도 않고 영역표시를 위한 오줌싸기도 거의 안 하는 것 같고, 파도 치면 파도 놀이 하고...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발리에서 유래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서울보다 선선해서 놀랐습니다. 하긴 남반구라 겨울이니...
 
프라이싱 - 소비자를 사로잡는 가격 책정 기술
아오키 준 지음, 한양심 옮김, 이강락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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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격을 메긴다. 먼저 원가 계산하고 그 다음에 적당히 이윤 붙이면 그게 가격이다. 아무 생각 없이 장사하면 이렇게 된다. 운 좋으면 이래도 돈 벌겠지만 대개는 성공하기 힘들단다.

그러면 어찌하란 말인가. 이 책은 철저한 경쟁사 가격조사, 고객의 요망 조사 후에 확실한 전략을 가지고 가격을 정하라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장사의 핵심은 가격 설정이니 가격설정 할 때 생각 좀 하고 정하라는 것이다.

`원가+이윤=가격` 이건 생각 없는 짓이다. 생각하는 장사꾼은 먼저 전략적인 가격을 정하고 그 다음에 여기에 원가와 이윤을 끼워 맞춘단다. 그러면 전략적인 가격은 어떻게 정하나.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를 정하면 가격은 그 가치의 표현일 뿐이므로 누워서 떡먹기로 나온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제공할 가치를 정했으면 확실히 비싸든지 확실히 싸든지, 이유가 명확한 가격을 정하고 설득하라. 대강 이런 이야기인데... 과문하여 가격에 관한 책 중 베스트로 생각된다. 리뷰를 쓴다고 난폭하게 정리하였으나 책에는 여러 뚜렷한 메시지들이 있다. 무릇 상인들은 일독하고 곰곰히 생각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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