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좀 즐긴다는 이들의 이 집 저 집에 꽂혀 있길래, 헌책방에서 사두었다가 읽어 보았다.

  지적 차이와 그로 인한 구조적 차별의 극복은 반지성주의가 아니라, 대중의 지식인화를 통하여야 한다고 믿기에, 클래식도 공부하고, 반복 훈련-연습하여야만 친해질 수 있다는 글쓴이의 머리말이 반가웠고,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시중에 넘쳐나는 여느 클래식 입문서들과 마찬가지로 에피소드 나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요즘은 포노(Phono) 출판사 등에서 아래과 같이 주옥같은 책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국내 서적을 보면 여전히 '요런 이야기는 못 들어봤지?'하며 흔하고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야사野史 경쟁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음악이론을 전공하셨다는데, 글쓴이만의 음악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통찰 같은 건 발견하기 어려웠고, 제시된 내용 중에는 모르는 이가 읽으면 오해할 만한 서술도 있었다.

  글빨의 문제였는지, 이강숙, 민은기 같은 분들의 (아마도 귀하디 귀한) 지인 찬스 추천사에도 불구하고, 회사나 문화센터 교양강좌에서 다룰 정도의 내용에 그쳤다. 다만, 장과 장 사이 오진국 화백이라는 분의 그림만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밖에 위와 같은 책을 내셨는데, 『클래식 음악계의 낮과 밤』이라는 제목이 당장 솔깃하나, 한 분의 혹평이 마음에 걸린다. 글쓴이의 다른 책을 읽어 본 입장에서 어떤 느낌인지 짚이는 바가 없지 않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응원하고픈 출판사, 포노(PHONO)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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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대

  987 위그 카페, 프랑스 왕으로 등극

  1337~1453 백년전쟁

  1431 잔 다르크, 루앙에서 화형당함




  자크 르 고프에 관하여는 http://blog.aladin.co.kr/SilentPaul/9705039 참조.




2. 롤랑의 노래 Le Cahnson de Roland (1100년경)


[176 시절]  롤랑 백작은 소나무 아래 누웠다. 그러고는 에스파냐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용사로서 자신이 정복한 땅들, 남작, 다정한 프랑스, 자기 가문 사람들, 자신을 키워 준 주군 샤를마뉴에 관한 수많은 추억이 떠올랐다. 그러자 눈물과 한숨이 흘러나와 참을 수가 없었다.


CXXXVI. Le Comte Roland se couche sous un pin: vers l'Espagne il a tourné visage. De bien des choses lui vient le souvenir: de tant de terres qu'il a conquises, le baron, de douce France, des hommes de son lignage, de Charlemange, son seigneur, qui l'a nourri; il ne peut s'empêcher d'en pleurer et d'en soupirer.



  원문 보기 https://www.hs-augsburg.de/~harsch/gallica/Chronologie/11siecle/Roland/rol_ch00.html



3. 궁정풍 이야기 Roman courtois (1152~1259년경) - 『트리스탄과 이죄 Tristan et Yseut』(1170년경)를 비롯하여...


  "부인(?), 일어나세요. 제가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정말이지 당신보다는 나에게 슬퍼할 사연이 더 많아요. 내가 그를 더 사랑했으니까요."

  «Dame, relevez-vous et laissez-moi approcher. J’ai plus de droits à le pleurer que vous, croyez-m’en. Je l’ai plus aimé.»



  독일 판 트리스탄. 바그너의 음반들은 패스...




4. 서민문학 - 『르나르 이야기 Le Roman de Renart』(1200년경)


  샹트클레르는 그에게 왁자한 웃음을 터뜨린다...

  Chantecler lui jeta un éclat de rire...


- 르나르와 샹트클레르 Renard et Chantecler의 마지막 문장




5. 중세 말 - 비용, 『유언집 Le Testament』(1461~1462)


  사람들이여, 이건 전혀 빈정거리는 것이 아니니,

  대신 하느님께 우리 모두가 용서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길!


  Hommes, ici n'a point de moquerie;

  Mais priez Dieu que tous nous veuille absoudre!


- François Villon, 교수형 당하는 자들의 노래 Ballade des pendus


  그러나 지난 해 내린 눈은 어디 있는가?

  Mais où sont les neiges d'antan?


- François Villon, 옛날 귀부인들의 노래 Ballade des dames du temps jadis




6. 이형식 교수님께서 옮기신 책은 위에 등장한 책들 말고도 아주 많다. 건국대 영문과 교수님으로 영화 이론서를 다수 내신 이형식 교수님과는 구별 요망!




7. 일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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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아래 어려운 장사가 없도록 하라." - 마윈


  영국 투자 무역청(UK Trade & Investment) 보고서 등은 핀테크 사업 영역을 지급 결제 Payments, 금융 소프트웨어 (Financial) Software, 금융 데이터 분석 Data Analytics, 플랫폼 Platform (Service)으로 분류하였다.

  Ernst & Young LLP, "Landscaping UK Fintech" (2014. 8. 6.) https://www.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341336/Landscaping_UK_Fintech.pdf

  Mehmet Basaran, "Fintech: The UK’s unique environment for growth" (2015. 9. 4.) https://www.slideshare.net/MehmetBasaran/fintech-the-uks-unique-environment-for-growth

  Ernst & Young LLP, "UK FinTech: On the cutting edge: An evaluation of the international FinTech sector" (2016. 2. 24.)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uk-fintech-on-the-cutting-edge


  위 책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이들 분야에서 어떻게 ABCD(인공지능 AI, 블록체인 Blockchain, 클라우드 컴퓨팅 Cloud Computing, 데이터 Data) 기술을 바탕으로 독점 관리 관치금융을 해체하고 중국 신뢰 시스템의 기반을 만들어나가고 있는지에 관한 때맞춰 나온 보고서이다(중국 BAT 중 B, 바이두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고 있다). 2018년 2월 20일에 제1판 제1쇄가 나왔는데, 2018년 1월의 일까지 다루고 있다. 실용주의적 기술민족주의(pragmatic techno-nationalism)를 표방하는 중국이, 언제 (중앙집권형) 법정 가상화폐를 발행할 것인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글쓴이는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 2월 연세대학교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중국지역 전공으로 "중국 핀테크기업의 성공요인 분석: 알리바바와 텐센트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149쪽짜리 '천연색'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http://www.riss.kr/link?id=T14450493 시의성 있는 주제를 잡은 데다, 글도 썩 좋았는지 꽤 읽힌 것으로 보인다(추록이 영문뿐 아니라 중문으로도 쓰여 있다! 다만, 위 논문에서 글쓴이는 중국 핀테크기업 성공요인을 제도주의 경제학 이론으로 규명해 보겠다고 하였는데, 제도주의 경제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쓴 것 같지는 않다. 본문에 더글러스 노스의 『Institutions, Institutional Change and Economic Performance』(1990)를 인용한 어떤 문헌을 다시 따온 것 같은 흔적이 있는데, "North(1990)" 내지 "Amable and Petit"라고만 표시되어 있고, 뒤의 참고문헌 목록에는 해당 문헌이 나타나 있지 않다. Ernst & Young 보고서의 저자를, 연구를 발주한 영국 재무부 경제장관(Economic Secretary to the Treasury)인 Harriett Baldwin으로 쓴 것도 오류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Economic_Secretary_to_the_Treasury 참조. 이상과 같이 논문은 책에 비하여 이래저래 급하게 내신 것 같지만, 어쨌든 좋은 주제를 잡아 성실하게 잘 엮어내셨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스마트시티 개발 정책을 연구하기 위하여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시라고 한다. 성공하시기를 바란다.


  참고문헌을 추려 본다.



  스리체어스라는 출판사도, 북 저널리즘이라는 시리즈도 생소한데, 찾아보니 작년 초부터 흥미로운 책들을 많이 내고 있다. 2018년 4월 2일자로 발행될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까지 17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제2권『검사는 문관이다』는 들어본 일이 있다. 소제목들을 참 잘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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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랐지만, 짧은 분량에 핵심만 간결하게 담았다.

  신경약리학 박사로, 치매 분야 최고 권위자인 저자께서 '의학' 관점에서 주로 쓰셨기 때문에, 최근에 유행하는 이른바 '뇌과학' 책을 찾았던 분들은 실망하실 수 있다(그렇다고 그토록 쉽게 깎아내릴 책은 아니다).

  서유헌 교수님은 여러 종의 전문서, 대중서를 쓰고 옮기고 감수하셨고, 위 책도 먼저 내신 책들에 흩어져 있는 내용을 추리고 압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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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거물급(?) 저술가 반열에 오른 홍성욱 교수님이 유학을 갓 마치고 귀국해 내놓은 문명론. 2002년 6월에 나왔다. 21세기 초의 시대적 분위기에서 쓰인 것이라, 시대가 성장, 성숙한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별점을 많이 주기는 어렵고, 당시에 어떤 재료들을 가지고 사유를 전개하였는지를 들여다 보는 정도의 의의는 있다(후술). 케빈 켈리의 신경제 10대 법칙이 그 시절의 공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새 시대의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라 할 수 있을까(95쪽).


1. 네트워크로 연결된 무리의 힘을 이용하라.

2. 대규모 단일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3. 희소성보다는 풍요의 법칙에 따라 행동하라.

4. 모든 것을 무료로 배포하라.

5. 먼저 네트워크의 가치를 키워라.

6. 현재의 성공을 잊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라.

7. 지구 전체를 무대로 사유하고 행동하라.

8. 조화가 아니라 흐름에 투자하라.

9. 기술로 시작해서 신뢰로 끝내라.

10. 효율성보다 기회를 택하라.


  유망한 연구자의 진화되기 전, 다듬어지지 않은 초창기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 자신의 말처럼, 모든 글은 짧은 자서전이기도 하니까. 이제 공저까지 포함해 어마어마한 포트폴리오를 갖추셨다. 적정기술연구소장이기도 한 한밭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홍성욱 교수와 주제가 다소 겹쳐 혼동하기 쉽다.




  그해 5월에 바라바시의 『링크』가 나오고, 10월에 한국에도 번역이 되었는데, 바라바시의 책이 과학서에, 홍성욱의 책은 인문학 책에 조금 더 가깝다. 『버스트』에 대한 리뷰에서 2016년 8월에 나온 바라바시의 교과서를 언급하였는데(http://blog.aladin.co.kr/SilentPaul/9003569), 여전히 번역은 되지 않았다.



  '6단계설'과는 조금 각도를 비껴나, '친밀한 연결'을 맺을 수 있는 최대 단위로서 '12명 이론'을 메모해 둔다(128쪽).


4명 : 가장 작은 조직단위; 대화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단위


대략 12명 : 친밀한 연관을 맺을 수 있는 단위; 그 사람의 죽음이 내게 심각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친척, 친구의 수; 정규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가까운 사람의 수


대략 150명 : 각각의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단위; 초기 동인도의 정착민 마을의 규모; 군대의 전투 단위;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의 단위


1,500~2,000명 :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의 단위; 큰 학교나 회사의 규모; 회사의 오너가 종업원과 개인적으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 단위


8,000~10,000명 : 학교나 도서관을 공유할 수 있는 이웃의 규모


  그리고 그보다 살짝 전,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사이에는 실은 '정보혁명 시기의 자본론'이라는 찬사를 받은 마누엘 카스텔의 Information Age: Economy, Society and Culture 3부작이 나왔다.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은 짧은 분량 안에 방대한 책 목록을 담고 있다. 어떤 종합의 야심(?)이 느껴지는데, 한창 공부하고 있던 때의 젊은 연구자가 어떤 책들을 소개하였는지를 보자.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새내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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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13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