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쇠망사
에드워드 기번 지음 / 대광서림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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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접한 것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일 것이다. 장장 15년 동안 매년마다 1권씩 500~600쪽 분량의 “로마인이야기”는 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생생한 가운데 자주 등장하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라는 저작은 참고 자료로 자주 등장한다. 미려한 글과 세부적이면서 나름의 역사관을 가지고 로마사를 바라봤다는 에드워드 기번의 저작에 대해 어떤 내용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 읽게 된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는 전권이 11권(1990년~1994년에 출간)으로 “로마인이야기”와 동일하게 장서로 서술된 내용이라는 것을 서문을 통해 알게 된다. 읽을 책을 선택하면서 전 11권으로 번역된 책은 출판 된지 10년이 넘어 절판되거나 없는 책들이 많고, 이번에 읽은 동일역자(Genki Nakakura,김영진 공역)의 번역본이 대광서림에서 출간 된지도 4년째가 되어 간다.

     11권 분량의 이야기를 552쪽 분량의 1권으로 번역하는데 있어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번역된 문체도 “로마인이야기”를 볼 때와는 그 느낌이 다르다. 너무 고전틱(?)하다고 할까? 제일 대표적으로 “자의(紫衣)”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로마제국의 황제들이 숫하게 바뀔 때의 표현으로 “자의”라는 단어를 선택했는데 그 어감이나 느낌이 왠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든다. 그 밖에도 나오는 내용도 비슷한 느낌으로 와 닿는다.

     번역된 단어의 어감은 그렇게 인식하고 느끼면 되는 내용이기는 하나 전체 15장(‘마지막장’까지 포함하여)의 내용으로 짧게 짧게 설명하는 로마제국사는 에드워드 기번의 원작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장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역자의 해설서가 당시 상황을 더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느낌은 어찌 보면 “로마인이야기”를 보고 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로마인이야기”에 다루지 않고 있는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폴리스의 함락과정은 새로운 느낌으로 박진감 있게 느껴지고 있어 원작을 어느 정도는 한 권의 책으로도 전달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보게도 한다. 어찌 되었든 에드워드 기번의 대작을 1권 분량으로 축약한 내용 자체가 전반적인 이야기의 느낌이나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번역이기 보다는 편역(編譯(?))이 맞는 표현이 아닐까?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면서 다른 저자들의 역사관이나 저술한 시각이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면서 선택하여 읽게 된 내용이 이 책 “로마제국쇠망사”인데 가장 궁금하고 알고 싶었던 내용으로 시오노 나나미가 바라보고 서술한 로마제국의 종교관—다신교를 믿었던 공화정시대와 로마 후기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믿으면서 유일신에 대한—의 변화에 대한 역사관, 제국을 멸망의 길로 끌고 간 로마후기 시대의 황제들의 행정과 그 당시의 영웅들—스틸리코나 벨리사리우스 등—에 대한 평가,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공인한 콘스탄티뉴스 황제에 대한 평가 등 역대 황제들에 대한 평가와 그리고 당시 상황의 정황—방어체계, 생활상, 전쟁 수행 방법 등 다양한 로마제국의 상황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이런 기대를 걸고 읽었는데 서로 비교해 보기가 어려웠고, 축약본의 한계인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은 에드워드 기번의 전권을 읽어 보아야 그 구체적인 내용을 조목조목 비교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글—책을 보고 난 후기—을 쓰면서 “로마제국쇠망사”의 번역자를 보니 공동번역이다. “Genki Nakakura,김영진 공역”으로 되어 있다. 어떤 번역 과정을 거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일본인이 공동번역에 참여 하게 됐는지 의문이 든다. 일본 번역판을 재 번역한 것은 아닐까? 일본인이 쓰거나 번역한 로마사에 관련된 내용을 번역하거나 재 번역한 내용을 보면서 과연 이 내용이 맞느냐—맞느냐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문제이지만, 아니면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보여주고 있느냐에 대한 관점에서 얘기하면 답은 나오지 않겠나 생각된다.

     그대신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서술한 역사가가 충실히 자신이 생각하는 관점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연구하고, 고민해서 보여주고 있느냐에 관점을 두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로마인이야기”에는 높은 평점을 주고 싶다. 이 책 “로마제국쇠망사”의 번역본은 그다지 높은 평점을 부여하기는 어렵고, 에드워드 기번의 원작은 읽어 보지 않았으니 판단하기가 어렵다. 재차 원작을 읽어야 알 수 있는데 그 내용이 워낙 많아서—영문판으로 나온 단행본은 1,312쪽이고, 다른 양장본은 8권이나 된다—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누군가 원본의 “로마제국쇠망사”를 원작에 충실하고, 새롭게 번역한 내용을 보던가 해야지 그 의미와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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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순 2007-09-1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걸 번역이라고 해놓고 자기이름을 어떻게 버젖이 써놓는지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읽다가 정말 짜증이나고 나아가 화까지치미는건 제가 이상해서인가요? 정말 괜찮은 번역가가 이렇게 없나요?

허송 2007-09-17 17:5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공감입니다.

카알벨루치 2007-12-13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너무 좋아서 이 책은 피해야겠군요. 하는 생각...원서로 읽어볼까 생각해보지만 감히 그럴 수 있을지....대작은 대작인데 그쵸? 감사해요 공감 꾸욱~ 추천!!!
 
로마인 이야기 15 - 로마 세계의 종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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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권씩 써내겠다는 저자의 약속은 이루어졌다. 한 두 해의 이야기가 아닌 15년의 이야기다. 그래서 책도 15권을 채우고 있다. 마치 로마사에 대한 옛날이야기 같은 이야기 책을 보는 듯한 재미와 느낌을 갖게 하지만 매 권마다 읽으면서 로마인들의 생각과 생활방식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어찌 보면 저자의 생각이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 녹아나 그 느낌을 전해 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처음 로마인이야기를 직장 동료로부터 추천을 받아 읽기 시작한 것도 벌써 5,6년이 넘어간다. 그 이전부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읽히고 있던 책인데 늦게나마 접하면서 순식간에 밀렸던 책들을 읽었고, 이어 매년 출간되는 책들을 보면서 저자가 바라본 로마의 세계사를 바라 본다.

     로마제국이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에 의한 로마건국에서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476년으로 본다면 1,229년의 역사를 돌아 보는 대역사를 너무도 재미 있게 볼 수 있었다. 서유럽의 멸망에 이어 동로마제국의 이탈리아 탈환전쟁을 시작하는 544년에서 568년의 기나긴 시간 동안 로마는 그 영광의 제국이 아닌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는 유럽의 한 지역으로 변모된다. 로마건국에서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시점까지 1320여 년 동안의 내용 속에 로마인들이 생각했던 생각과 이루어냈던 모습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아직도 로마의 영향이 남아 있어 나의 생각과 생활 속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내용을 보면 20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 넘어 로마제국의 진 면목을 한번 자세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보는 관점에 따라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저자가 보는 로마사의 주인공은 당연히 율리우스 카이사르라고 생각된다. 공화정(共和政)시대에서 제정(帝政)시대의 기틀을 만든 장본인으로 지중해를 내해로 두고, 서유럽을 하나의 국가로 아우르는 거대제국을 건설한 주역일 것이다. 이런 거대 제국이 막판에 가서는 흐지부지 끝나는 모습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카이사르의 제국건설의 기본 구상과 취지, 점령지에서의 정책에 대한 생각은 로마제국을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되었는데 이런 사상의 변화와 퇴색은 결국 제국 멸망이라는 종착점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중에 이번 권에서 등장하는 인물로 기억에 남는 인물로는 스틸리코와 벨리사리우스다. 유능한 장수이면서 무능한 황제에 의해 좌지우지되다가 결국에는 죽임을 당하거나 유배되는 불운의 주인공 이겠다. 저자가 서술하는 역사적인 내용을 보면 무슨 신화와도 같은 불멸의 인물로 그려진다. 만 명도 되지 않는 병력으로 그 10배 이상의 야만족을 상대하여 매번 승리는 만들어 내는 신화와 같은 인물의 이야기와 다 잡은 승리의 완성을 모르고 휘두르는 무능한 황제의 실정(失政)은 답답함이 들게 만든다. 이런 내용이 역사 속에 필연의 멸망이라는 수순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와 다르게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서술되지 않은 자료와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그렇게 황제들이 무능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또 하나 저자가 그리는 이야기 중에 종교와 관련된 서술에 있어 유일신을 믿는 가톨릭, 기독교, 유대교에 대해 부정적인 면이 강하게 부각되어 보인다. 공화정시대의 로마의 다신교에 대한 내용은 덤덤하게 그려나가고 있는 반면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나 가톨릭에 대한 내용에 있어서는 이단이나 이교도에 대한 배척은 유별나게 보여진다. 이로 인한 전쟁의 계기나 민족 간의 배척 행위는 눈에 띄게 많이 보여진다. 이런 내용은 저자가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 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정책을 펼쳤느냐에 따라 그 평가의 내용이 다르게 보여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비근한 예로 대제라고 불리는 황제들의 면면에 대한 설명이나, 스틸리코에 대한 야만족이라는 대중의 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나 후세의 대중들이 바라보고 평가하는 내용과는 다르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관점에서 바라 본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 무능한 황제(리더)에 이어지는 것은 결국 제국의 멸망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로마인들은 결국은 곤궁과 기아 속에 허덕이는 모습으로 시대를 인식하지 못한 책임을 톡톡히 치르는 결과가 되었다.

     종합해 보면 로마제국의 초창기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통칭되는 리더그룹의 희생과 기여가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었고, 로마쇠퇴기에 접어 들면서 기득권층의 욕심으로 인한 단기간의 이익 추구가 결국은 멸망의 길로 접어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로마제국의 말로는 힘없는 국가의 전형을 보여주고 만다. 멸망이라는 모습이 한 순간 보여진 것이 아니라 서서히 잠식되어 결국에는 기아를 겪으면서 최악의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눔과 공유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제반 시스템은 로마제국을 움직였던 원동력이었고, 이런 기반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제국은 늪의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들어가 결국에는 멸망의 말로를 맞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바라 본 로마제국의 이야기는 특유의 주관에 의한 해석과 다방면의 실증적인 확인과 관찰을 통해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독서의 즐거움을 받았다고 생각되며,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 본 로마제국사에 대한 이야기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로마제국세망사』가 전 11권이라고 한다. 이 또한 『로마인이야기』와 같이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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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 사용설명서 1
스티븐 아노트 지음, 이민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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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에 관련된 모든 내용을 담았다고 하겠다. 분야별로 성(性)과 관련된 터부시 되는 내용을 포함하여 세부적이면서도 믿기지 않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과연 그럴까?”하는 의구심도 드는데 숫자와 관련 자료들을 보여주면서 거론하는 내용이니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첫 장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획기적이다. 한번쯤 궁금해 했던 내용이기는 했지만 마땅히 찾아 보기도 어려운 내용이다 보니 책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이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인간과 동물의 비교나 거대동물이나 미세동물들의 성기의 비교는 획기적이다. 거론하기에는 낯 뜨거운 내용을 덤덤하게 서술하는 느낌이다.
     이어지는 다음의 매 장마다 나오는 이야기는 나름의 체계를 갖춰 보인다. 외형에서 습관과 관련된 생활모습, 각종 기구들, 성과 관련된 성매매, 이어지는 성병들, 그리고 각종 성과 관련된 용어들 등등 나름의 체계 속에서 섹스(性)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놀랍다는 생각을 재차 하게 만든다.

     인터넷을 통해 성과 관련된 화면이나 내용들을 가장 많이, 쉽게 접하는 내용이지만 그런 모습 속에서 중구난방으로 짤막짤막한 내용의 단편들이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정리되는 느낌을 갖는다. 각 장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주제가 여느 책에서는 두꺼운 논문이나 다양하게 펼쳐지는 토론의 주제들이기는 하지만 국부적인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서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점을 이 책은 한번에 해결해 주는 느낌이다. 어찌 보면 흥미위주의 주제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고, 재미있을 만한 내용을 아예 주제에서 뺏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나름의 체계(?)를 갖추어 보여주는데 있어서는 잘 정리되었다고 생각된다.

     또 하나 놀랍다고 느끼는 것은 이 책이 번역서 인데 그 번역의 느낌이 새롭다. 미국의 저자가 쓴 내용이 이 책의 내용과 같은 느낌으로 써져 있는지는 읽어 보지 않았느니 모르는 내용이긴 한데 매 장마다 보여지는 소제목의 내용은 섹스에 통달하였다고 할까—적어도 섹스에 관련된 용어와 의미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가 있어야 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지 않나 생각된다. 미국 저자가 쓴 내용을 한국정서에 맞는 은어나 속어의 느낌으로 옮겨 적은 내용이 놀랍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적나라한 번역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저속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루는 주제가 흥미 유발형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이야기가 학술적(?)인 느낌까지 느끼게 한다. 아마 저자가 이야기 하는 내용이 쉽게 믿기지 않는 내용이니 그에 따른 근거자료를 열거하다 보니 여느 논문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재미있다. 잡다한 잡학사전과 같지만 친근하고 허물없는 사람끼리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한 두 가지 이야기 소재로 삼아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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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 제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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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나, 태인, 정서현, 정수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 주요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들의 성격과 소설 속에 보여지는 개성은 특별한 느낌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특이하다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갖는 다면 ‘정수’라는 운동권 여성이겠다. 헌데 운동권의 실체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의 기존 틀에 동화될 수 없는 모습 속에 사랑과 투쟁, 사회적응 등의 모습이 왠지 모를 부조화 속에서 고뇌하는 모습은 한국의 민주화 과정 속에 만들어 놓은 산물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측면에서 주인공인 태인은 조금은 어중간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는 상반되게 안정적이고 사회에서의 기득권 계층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보여주는 ‘정서현’이 있다. ‘정서현’의 모습은 왠지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그 일례로 ‘이나’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의 느낌은 조금은 이해될 수 없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으며, 이나를 통해 새로운 인생의 삶의 동기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공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이나’가 태인에게 끌리는 마음도 이해가 어렵다. 첫사랑이기 때문에? 어렵던 시절 첫사랑으로 각인된 모습 속에서 태인에 끌리는 마음이나, 순종적이고 맹목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이나의 행동은 답답하기도 하고 바보스럽다는 생각에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이 소설을 읽는데 있어 한편으로는 통속 소설과 같다는 생각도 해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운동권의 강한 인상과 역동성을 느끼겠지 하는 기대도 해 봤지만 그런 내용은 없이 서로서로 맹목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지루한 느낌도 들게 한다. 주인공들의 시각에서 풀어가는 상황설명과 과거의 회상이 서로 얽히면서 책의 제목과 같이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주인공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면, 냉전시대를 지나 격변기를 거쳐 민주화 시대로 접어 들면서 과거 운동권의 모습의 변화는 주인공 ‘태인’을 통해 보여지고 있으며, 그의 생각과 모습은 시대가 만들어 낸 우리들의 모습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대한 맹목적인 ‘이나’의 헌신과 사랑은 우리에게서 잊혀져 가는 우리들의 모습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더욱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은 운동권의 내용은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한 단체행동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익을 위한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내용은 달라지는데 과거 이념적인 내용은 실익이라는 주제로 바뀌어 왔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내용과도 같이 이념적인 운동권이 이제는 변화되는 과정에서 겪는 모습은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모습 속에 사랑의 이야기 또한 변화되고 바뀌어 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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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왕 - 제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영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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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의 왕???”
     처음 숲의 왕이라는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의 책일까 생각했는데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라는 것을 읽으면서 느낀다. 내용의 주제로 삼은 ‘숲’이라는 단어가 여러 가지 연상작용이 될 수 있지만 이 소설에서와 같이 자연보호에 엮어지면서 풀어가기에는 조금은 딱딱한 느낌이 든다.

     이야기 속에 들려주는 숲의 모습이나 정취, 그 숲 속에서의 느낌이 피부에 느껴지듯이 싱그럽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내가 경험해 봤던 자연림이나 삼림욕을 즐겼었던 곳들의 숲이 연상된다. 그런 숲과 연관된 소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신비적인 느낌까지 갖게 한다. 처음 시작하는 배경과 등장인물들이 찾아가는 숲의 모습은 달리 보면, 어느 일본만화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면과 같은 생각이 든다. 거대한 숲에 찾아 들어가는 모습과 그 속에서 나타날 것 같은 여러 가지 현상과 나무들의 형상은 이런 나의 경험을 통해 숲과 연관되는 화면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또 다른 느낌은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주는 ‘검은 숲’의 모습과도 연관된다. 너무 울창하여 그 속에서 마치 정령들이 떠돌아 다닐 것 같은 그런 신비의 숲이 연상된다. 지금은 그런 숲을 찾아 보기 어렵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이런 숲과 연관된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신비롭다는 생각을 하게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파괴되어 없어져 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면서 자연보호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 낸다. 자연보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자아 완성의 모습을 숲을 통해 보여주는데 그 이야기는 너무 어렵다. 인용되는 고전이나 다양한 책 속의 이야기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이야기의 내용이 너무나 추상적인 이야기라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문학상 심사위원들의 이야기와 같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점에서 끌어가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게 한다. 다양한 직원의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이야기하는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혼란스럽게 느끼는 이유도 이런 비슷한 관점과 논조로 이어지는 숲에 대한 이야기가 그 원인으로 생각된다. 어찌 되었든 등장인물들이 제시하는 숲 파괴과정의 이야기들은 간혹 신문지상이나 TV를 통해 보도되는 난 개발 내용의 일부를 보아 왔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가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싱그러운 숲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고, 그런 숲이 파괴되고 망가져 가는 과정의 이야기는 마음 아프게 한 이야기들이었다. 딱딱한 이야기이고 끌어가는 주제가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양한 계층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통해, 자연보호의 필요성과 그 숲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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