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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역사
토머스 월터 라커 지음, 이현정 옮김 / 황금가지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인 『섹스의 역사』를 봤을 때 섹스라는 단어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한다. 동사로서의 섹스라는 의미도 생각이 되고, 섹스라는 단어에 따라오는 각종 연상되는 의미들이 터부시 하는 내용들이 연상된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무척이나 학술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어찌 보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섹스(性)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통속적인 그런 내용의 책은 아니고 사람들이 느끼는 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또한 우리말로는 동일한 단어인 성(性)의 의미를 세분화하여 섹스(sex)와 젠더(gender)로의 의미를 구분하여 생각하게 한다.
책을 보면서 섹스의 역사에 대한 의미가 남성 중심의 성 체계에서 여성의 인식과 그에 따른 생물학적 신체구조와 인식에 대한 변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리스토텔레스, 갈레누스에 의한 여성의 신체적 구조에 대한 정의로 섹스에 대한 인식은 현대사회에서 인식하는 섹스 인식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성을 남성의 반대개념으로의 인식은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인식이 아니라 남성에 종속되어 있는 모습과 남성의 미완성품 정도로의 인식이 두드러진다. 중세 이후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해부학의 발전에 따른 물증적인 남성의 반대 구조에 대한 입증을 위한 해부도의 자료가 전개되었다. 이런 내용이 현미경 등의 과학기기들의 발전으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생리적, 물리적인 내용의 규명과 이를 바탕으로 한 변화가 현대의 섹스 인식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하겠다.
어찌 보면 성서에 나오는 창조론이 근간이 되어 여성은 남성에서 파생된 종속적인 개념이 지배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임신에 대한 기능 등이 오르가즘이라는 성적 쾌감과 연관된 생리현상으로의 결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현대에서는 숫한 오류로 규정하고 있는 결과들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서 강간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강간이 성립되게 되는 내용이나 이를 통해 본의 아니게 임신하게 된 결과를 보고 과거 섹스에 대한 인식을 적용한다고 하면 결국 강간을 당한 것이 아닌 성적쾌감을 느낀 결과가 되었다고 인식되고, 이로 인해 피해자인 여성이 가해자나 희생물로 용인되게 된 결과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양한 자료와 섹스에 대한 인식 변화 과정에 대해 세부적인 입증 자료들을 통해 서술되는 내용은 지루한 감은 있지만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대의 섹스에 대한 인식 내용은 생략되어 있다. 대신 현대 심리학의 대표적인 학자인 프로이트를 통해 섹스 인식론에 대한 변화의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곳 종속적인 피조물로서의 여성에 대한 인식에서 독립적인 하나의 개체로서의 인식의 변화가 곧 섹스의 역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마지막에 첨부되어 있는 역자 후기의 내용을 보면 현대의 생물학에서 밝히는 수정과정 또한 인상적이다. 대부분 남성은 능동형이고, 여성은 수동형으로 인식되는데 그 대표적인 모습이 정지되어 있는 난자에 정자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수정과정이 일어나는 사례를 들고 있다. 허나 이 내용도 난자에서 정자를 유도하는 물질에 의한 수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과학적인 사실의 발견이 되겠다.
동일한 맥락에서 과거 남성의 갈비뼈에서 여성이 만들어진 창조론의 기본 개념에서 독립적인 신체구조와 여성고유의 성체계가 남성과는 별개로 구성되어 있다는 섹스 인식이 결국 섹스 역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