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5 - 로마 세계의 종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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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권씩 써내겠다는 저자의 약속은 이루어졌다. 한 두 해의 이야기가 아닌 15년의 이야기다. 그래서 책도 15권을 채우고 있다. 마치 로마사에 대한 옛날이야기 같은 이야기 책을 보는 듯한 재미와 느낌을 갖게 하지만 매 권마다 읽으면서 로마인들의 생각과 생활방식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어찌 보면 저자의 생각이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 녹아나 그 느낌을 전해 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처음 로마인이야기를 직장 동료로부터 추천을 받아 읽기 시작한 것도 벌써 5,6년이 넘어간다. 그 이전부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읽히고 있던 책인데 늦게나마 접하면서 순식간에 밀렸던 책들을 읽었고, 이어 매년 출간되는 책들을 보면서 저자가 바라본 로마의 세계사를 바라 본다.

     로마제국이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에 의한 로마건국에서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476년으로 본다면 1,229년의 역사를 돌아 보는 대역사를 너무도 재미 있게 볼 수 있었다. 서유럽의 멸망에 이어 동로마제국의 이탈리아 탈환전쟁을 시작하는 544년에서 568년의 기나긴 시간 동안 로마는 그 영광의 제국이 아닌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는 유럽의 한 지역으로 변모된다. 로마건국에서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시점까지 1320여 년 동안의 내용 속에 로마인들이 생각했던 생각과 이루어냈던 모습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아직도 로마의 영향이 남아 있어 나의 생각과 생활 속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내용을 보면 20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 넘어 로마제국의 진 면목을 한번 자세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보는 관점에 따라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저자가 보는 로마사의 주인공은 당연히 율리우스 카이사르라고 생각된다. 공화정(共和政)시대에서 제정(帝政)시대의 기틀을 만든 장본인으로 지중해를 내해로 두고, 서유럽을 하나의 국가로 아우르는 거대제국을 건설한 주역일 것이다. 이런 거대 제국이 막판에 가서는 흐지부지 끝나는 모습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카이사르의 제국건설의 기본 구상과 취지, 점령지에서의 정책에 대한 생각은 로마제국을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되었는데 이런 사상의 변화와 퇴색은 결국 제국 멸망이라는 종착점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중에 이번 권에서 등장하는 인물로 기억에 남는 인물로는 스틸리코와 벨리사리우스다. 유능한 장수이면서 무능한 황제에 의해 좌지우지되다가 결국에는 죽임을 당하거나 유배되는 불운의 주인공 이겠다. 저자가 서술하는 역사적인 내용을 보면 무슨 신화와도 같은 불멸의 인물로 그려진다. 만 명도 되지 않는 병력으로 그 10배 이상의 야만족을 상대하여 매번 승리는 만들어 내는 신화와 같은 인물의 이야기와 다 잡은 승리의 완성을 모르고 휘두르는 무능한 황제의 실정(失政)은 답답함이 들게 만든다. 이런 내용이 역사 속에 필연의 멸망이라는 수순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와 다르게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서술되지 않은 자료와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그렇게 황제들이 무능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또 하나 저자가 그리는 이야기 중에 종교와 관련된 서술에 있어 유일신을 믿는 가톨릭, 기독교, 유대교에 대해 부정적인 면이 강하게 부각되어 보인다. 공화정시대의 로마의 다신교에 대한 내용은 덤덤하게 그려나가고 있는 반면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나 가톨릭에 대한 내용에 있어서는 이단이나 이교도에 대한 배척은 유별나게 보여진다. 이로 인한 전쟁의 계기나 민족 간의 배척 행위는 눈에 띄게 많이 보여진다. 이런 내용은 저자가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 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정책을 펼쳤느냐에 따라 그 평가의 내용이 다르게 보여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비근한 예로 대제라고 불리는 황제들의 면면에 대한 설명이나, 스틸리코에 대한 야만족이라는 대중의 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나 후세의 대중들이 바라보고 평가하는 내용과는 다르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관점에서 바라 본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 무능한 황제(리더)에 이어지는 것은 결국 제국의 멸망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로마인들은 결국은 곤궁과 기아 속에 허덕이는 모습으로 시대를 인식하지 못한 책임을 톡톡히 치르는 결과가 되었다.

     종합해 보면 로마제국의 초창기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통칭되는 리더그룹의 희생과 기여가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었고, 로마쇠퇴기에 접어 들면서 기득권층의 욕심으로 인한 단기간의 이익 추구가 결국은 멸망의 길로 접어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로마제국의 말로는 힘없는 국가의 전형을 보여주고 만다. 멸망이라는 모습이 한 순간 보여진 것이 아니라 서서히 잠식되어 결국에는 기아를 겪으면서 최악의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눔과 공유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제반 시스템은 로마제국을 움직였던 원동력이었고, 이런 기반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제국은 늪의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들어가 결국에는 멸망의 말로를 맞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바라 본 로마제국의 이야기는 특유의 주관에 의한 해석과 다방면의 실증적인 확인과 관찰을 통해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독서의 즐거움을 받았다고 생각되며,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 본 로마제국사에 대한 이야기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로마제국세망사』가 전 11권이라고 한다. 이 또한 『로마인이야기』와 같이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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