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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 제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2월
평점 :
품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나, 태인, 정서현, 정수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 주요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들의 성격과 소설 속에 보여지는 개성은 특별한 느낌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특이하다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갖는 다면 ‘정수’라는 운동권 여성이겠다. 헌데 운동권의 실체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의 기존 틀에 동화될 수 없는 모습 속에 사랑과 투쟁, 사회적응 등의 모습이 왠지 모를 부조화 속에서 고뇌하는 모습은 한국의 민주화 과정 속에 만들어 놓은 산물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측면에서 주인공인 태인은 조금은 어중간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는 상반되게 안정적이고 사회에서의 기득권 계층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보여주는 ‘정서현’이 있다. ‘정서현’의 모습은 왠지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그 일례로 ‘이나’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의 느낌은 조금은 이해될 수 없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으며, 이나를 통해 새로운 인생의 삶의 동기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공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이나’가 태인에게 끌리는 마음도 이해가 어렵다. 첫사랑이기 때문에? 어렵던 시절 첫사랑으로 각인된 모습 속에서 태인에 끌리는 마음이나, 순종적이고 맹목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이나의 행동은 답답하기도 하고 바보스럽다는 생각에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이 소설을 읽는데 있어 한편으로는 통속 소설과 같다는 생각도 해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운동권의 강한 인상과 역동성을 느끼겠지 하는 기대도 해 봤지만 그런 내용은 없이 서로서로 맹목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지루한 느낌도 들게 한다. 주인공들의 시각에서 풀어가는 상황설명과 과거의 회상이 서로 얽히면서 책의 제목과 같이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주인공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면, 냉전시대를 지나 격변기를 거쳐 민주화 시대로 접어 들면서 과거 운동권의 모습의 변화는 주인공 ‘태인’을 통해 보여지고 있으며, 그의 생각과 모습은 시대가 만들어 낸 우리들의 모습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대한 맹목적인 ‘이나’의 헌신과 사랑은 우리에게서 잊혀져 가는 우리들의 모습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더욱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은 운동권의 내용은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한 단체행동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익을 위한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내용은 달라지는데 과거 이념적인 내용은 실익이라는 주제로 바뀌어 왔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내용과도 같이 이념적인 운동권이 이제는 변화되는 과정에서 겪는 모습은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모습 속에 사랑의 이야기 또한 변화되고 바뀌어 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