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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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을 완성하는 것은 비밀이다. 연정과 비밀은 된장과 미생물의 관계와 같다. 비밀이라는 균은 연정을 발효시킨다. 비밀이 발효시킨 연정은 서서히 냄새를 풍기며 익어간다. 아슬아슬하다. 비밀이 너무 과하면 연정은 부패되고 그리하여 끝내는 악취를 풍긴다. 그때쯤되면 모두가 그것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그러나 적당하기만 하다면 연애를 신비롭고 짜릿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결혼은 연애의 결말이라기보다 전혀 다른 어떤 것일 가능성이 크다. 결혼은 연애에서 비밀이라는 위험요소를 제거한 무균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
                                                                                 -  퀴즈쇼 2장 귓속말 중에서... 
 

이민수. 27세. 대학원 졸업. 현재 백수.
초등학교 입학식날 엄마라고 불러오던 사람이 외할머니인것을 알게되고... 그때 부터 엄마가 아닌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엄마... 그는 자신의 엄마가 누구인지.. 왜 외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는지 모른다.
아빠... 아빠라는 존재 자체를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흔히들 사생아라고 말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병원에 실려간 후 그게 마지막이었다. 외할머니 = 최여사.
최여사의 부재와 그동안 만나오던 여자친구와의 이별... 최여사가 지니고 있던 부채들.. 그동안 민수가 먹고 마시며 쓰던 돈들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쓴 돈이라는 사실을 민수는 알지 못했다. 엎친데 덮친격... 곰보빵 할아버지에게 진 빗까지... 곰보빵 할아버지의 제안에 민수는 최여사와 살던 집을 곰보빵 할아버지에게 넘기고 곰보빵 할아버지는 최여사가 진 은행빗을 전부 갚아주기로 했다. 결국... 민수는 아무것도 없이 자기의 짐과 곰보빵 할아버지로 부터 받은 몇푼 안되는 돈으로 고시원으로 이사를 했다. 한달 29만원짜리 고시원방에는 창문이 없다. 퀴즈방에서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만 되는 방이면... 민수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퀴즈방에는 벽 속의 요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고시원에서 지내게 되면서 그에게는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벽 속의 요정과의 만남.. 고시원 옆방 소녀의 죽음..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부터 온 전화... 그의 제안... 1000만원.
퀴즈만 풀면된다는 그의 제안.. 솔직히 솔깃해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하룻밤의 부재는 옆방 소녀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고시원에서 쫒겨나게 되는 상황... 결국 그는 이춘성에게 전화를 걸고 그의 손에 이끌려 어느 마을 어느 공간. 마치 미로처럼 만들어진 공간 속에 한 방을 차지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퀴즈를 푸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퀴즈를 푸는 사람들... 그들의 목표는 하나다. 퀴즈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우리가 늘 상 보며 지냈던 여느 퀴즈대회와는 다른... 마권을 쥐고 응원하는 사람들... 그렇다. 이건 도박이다. 민수도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퀴즈를 풀고 돈을 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생활의 종지부를 찢게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어쩜 그 사건으로 그는 그곳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자기 삶의 괘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퀴즈쇼에는 현실속에서 방황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지 못하는 민수의 삶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일상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민수의 삶이 결국 퀴즈쇼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우리의 삶 자체가 퀴즈쇼이다. 문제를 내는 사람들과 문제를 풀어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답을 요구하는 사람들... 그곳에서 우린 수많은 갈등과 고민을 통해 퀴즈쇼의 정답을 맞추듯...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아가는 것은 아닌지...
민수는 지금 퀴즈쇼에서 자신의 정답을 찾아가고 있다. 현실 속의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의 독특한 문체와 표현을 만날 수 있어 좋은... 그의 솔직 담백한 현실표현이 맘에 드는... 그래서 더욱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해준... 퀴즈쇼.
오랜만에 현실속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되었다. 현실... 그건 하나의 퀴즈쇼와 같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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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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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 된 소설. 슬럼독 밀리어네어 Q & A.

영화로 다 만들어져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까지 받은 이 책을 지금에서야 읽게 된 것은 단순히 나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탓할 수 밖에 없다.

영화 개봉전에 사 놓은 책을... 이제서야 다 읽고 이렇게 리뷰를 남기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주인의 삶에 존경심 마저 드는 것은 소설속의 주인공인 람 모하마드 토마스의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 그리고 성실성을 보며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뭄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는 비가 오고 하루는 너무 더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상 중에 난 이 소설을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기내에서 상영해줘서 봤다고 하길래... 어땠어? 라는 말에 대답은...  별로였어... 라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제 이 책을 읽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이 소설. 영화에 대한 어떠한 기대감도 사라진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책을 읽기 적절한 시기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화된 소설들의 대부분은 영화에 대한 기대로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소설에 대한 기대감 상실과 더불어 영화 또한 참 엉터리로 만들었다는 기분이 들때가 종종 있다. 뭐.. 그렇다고 모든 영화화된 소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이 소설의 영화는 보지 못했기에.. 더불어 최 측근의 영화 감상평 또한 그닥 후하지 않기에 기대감 없이 소설을 읽을 수 있을것이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람 모하마드 토머스.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의 이름을 섞어서 만든.. 종교 통합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했지만 각 종교의 이해 타산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고아였다.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만한 외모를 지니지 못했기에 입양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번의 입양은 파양으로 돌아왔고, 결국 성당 신부님의 손에 의해 성장하게 되었다.

그는 퀴즈쇼에 우승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와 갖은 구타와 모욕을 당했다. 다행히 변호사 스미타에 의해 경찰서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지만 퀴즈쇼에서 그가 우승할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를 밝혀야만 그는 상금 십억루피를 받을 수 있다. 그는 제대로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일곱살때 까지 함께 지냈던 티모시 신부에게서 받은 영어교육이 그가 받은 전부였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일한다. 신문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아님 책을 읽는 등의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과 슬픔도 있었지만 절대 포기란 없는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가 어떻게 대학 정규 과정을 밟은 사람도 맞추기 어렵다는 퀴즈쇼의 12문제를 전부다 풀고 최초의 우승자가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의 해답은 그가 살아온 삶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삶에서 답을 찾았고, 그것이 그에게 우승이라는 행운을 거머쥐게 해주었다.

 

"왜 행운의 동전을 던져버렸나요?"

"이젠 더이상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행운은 내면에서 오는 것이니까요."

라는 마지막 대화에서 처럼... 주인공 토머스는 한번도 행운에 의지해 삶을 살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충실했고, 충실하게 살아온 그의 삶이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더 아름답게 보이는 주인공 토머스를 보면서 나태해져만 가는 요즘의 나의 삶을 보면서 나 자신은 단순히 행운만을 쫒고 있고, 그 행운이 나에게 오지 않다는 것에 한탄하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당연히 난 행운만을 쫒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다. 행운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 또한 늘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삶에서 근면함과 성실함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다소 부끄러워지는 건 당연.. 반성해야한다.

 

얼마전 케이블 티비에서 오프라 윈프리쇼를 방영해준 것을 본 적이 있다. 오프라는 광고를 통해 오프라 윈프리쇼로 엽서를 보내주시는 분들께 자동차키를 준다고 말을 했다. 미국 전역에 방영된 이 프로에서 오프라 윈프리쇼로 엽서를 보낸 사람은 고작 200여명.. 그 중 11명을 추첨해서 오프라윈프리쇼 스튜디오로 자동차를 직접 가지고 와 선물하였으며... 엽서를 보내준 200여명은 오프라 윈프리쇼에 초청되어 오프라로부터 조그마한 선물 박스를 받았다. 그때 오프라는 말했다. "행운은 행동하는 이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여기계신 200여명의 시청자들은 행동을 통해 자신의 행운을 거머쥐기 위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자 여러분 박스를 열어보십시요."

그 박스안에는 엽서를 보낸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자동차키가 들어 있었고, 결국 엽서를 보낸 200여명의 사람들은 오프라윈프리로 부터 자동차를 선물 받았다.

그 프로를 보면서 행운은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다. 행동하는 사람에게 행운은 가까워 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 람 모하마드 토머스도 그렇게 자기에게 가까이 있는 행운을 거머쥐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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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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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야, 옛날에 니 외할머니가 그랬다.
몸도 마음도 힘든 일이 생길 땐,
내가 클라나 보다, 내가 아직 작아서 클라고 이렇게 아픈가보다, 그러라고.
엄마가 니가 뭘 생각하고 사는 게 억울하단 생각을 하는진 모르지만,
그냥 니가 클라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음 좋겠다.

                                                    -KBS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중에서  

처음 그녀를 만난건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였다. 드라마 참 좋다. 정말 인생이 이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드라마의 작가의 얼굴을 낭독의 발견을 통해 알게 되었을 때 그녀가 나이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보다 조금 더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 그녀의 글에서 내가 살아갈 인생의 모습을 잠깐이지만 엿보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  더불어 갓 학생티를 벗어낸 소년스러운 웃음과 표정은 왠지모를 친근감과 친해지고 싶어진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었다. 그렇게 난 그녀의 작품과 친해지게 되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서 그녀를 또 다른 세상의 눈을 보게 되었고, 인생이란 사랑이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여지는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해주었으며 성장해 간다는 건 때론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해주었다. 

그녀의 글이 담긴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서도 그녀는...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 받았다는 입장에서 상처 주었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상처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라고 말했다. 그렇게 나도 성장해 가고 있고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거절이란... "배우겠습니다."라는 표현으로 나를 낮추고 내가 배워갈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을 글을 통해.. 그녀의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충고를 해주었기에.. 그녀에게 말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배우겠습니다."  

난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녀가 쓴 작품(드라마)이 전부 이해하지 않아도 인생은 나이가 들어갈 수록, 살아갈 수록 이해되어지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모르지만... 살아가보면 알아가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그리고, 인생은 현실이다. 현실과 드라마는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인생의 한면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음을... 

"드라마 속 인물처럼 살고 싶었다. 동료가 잘나가면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자격지심 같은 건 절대 없으며, 어떤 일에도 초라해지지 않는, 지금 이런 순간에도 큰 소리로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왜 나는 괜찮지 않은 걸 늘 이렇게 들키고 마는지.." 

                                                        -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중에서 지오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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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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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대한 나의 생각은 지극히 이해하기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영역이었다. 

물론 지금도 철학은 어렵다. 그리고 관심을 가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 늘 고민하게 만든다. 

가끔... 정말 어쩌다 가끔 철학자나 철학과 관련된 글이나 책을 읽게되면 읽는 내내 무슨 말인지.. 이걸 내가 왜 읽어야 하는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긴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분야로의 도전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읽어 보긴했었다. 

그러나 우연히... 정말 알라딘 추천 도서에 올라오지 않았다면 결코 사서 읽어보지 않았을 법한 책.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를 읽어 보게 되었다.  

어렵지는 않을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문학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해석했을까 하는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물론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종종 문학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해주시는 분들이 종종 있었지만 어린 나이게 그게 무슨 소리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제 좀 컸다고 철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문학... 궁금해졌다.  

여기에 소개된 책 13권 중에 내가 읽어본 소설은 괴테의 파우스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생텍퀴페리의 어린왕자, 최인훈의 광장. 이렇게 4권이 전부였다. 하지만 상관없다. 책을 읽어 보았던 읽어 보지 않았던.. 작가는 친절하게도 소설의 줄거리와 더불어 인물 묘사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소설속에서의 갈등과 표현을 바탕으로 철학적 해석을 해주고 있다. 

대부분 여기에서 설명되는 철학자는 학창시절 한번쯤은 들어봤던 내용이다. 물론 아닌것도 있지만... 교육학이나 사회학을 배운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접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단순하게 설명에만 그치지 않고 작가 자신의 철학적 해석과 더불어 에피소드를 통해 작품의 이해를 더 높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나', 그 자체란 없으며 오직 근원어 '나-너'의 '나-그것'의 '나'가 있을 뿐이다. (...) '너' 와의 만남은 은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내가 '너'를 향해 저 근원어를 말하는 것은 나의 존재를 기울인 행위이요, 나의 본질 행위이다. (...) 너와 나는 오직 온 존재를 기울여서만 만날 수 있다. 온 존재에로 모아지고 녹아지는 것은 결코 나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없이는 켤코 이루어질 수 없다. '나'는 '너'로 인해 '나'가 딘다. '나'가 되면서 나는 '너'라고 말한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 마르틴 부어의 <나와 너> : 어린왕자의 관계의 미학에 대한 설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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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비파 레몬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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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을 늘 기다리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 읽던 책을 두고 그녀의 소설을 먼저 읽어 버린다. 그렇다고 그녀의 소설을 두번, 세번 읽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왜 늘 그녀의 소설에 집착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장미 비파 레몬... 제목의 아름다움... 예쁜 정원, 꽃 가득한 화원 또는 Flower shop이 생각하는 제목.. 그리고, 귀여운듯...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지의 디자인.. 처음 책을 받아 본 느낌은 나쁘지 않다.

그녀의 소설은 일상이다. 하지만 그 일상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네 일상과 닮은 듯... 닮지 않은 조금은 독특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부인들의 점심, 홈파티... 그리고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또 다른 일상속의 연애.

불륜.. 연애.. 사랑.. 집착.. 이 모든것을 하나의 시선으로 처리한다. 그녀의 소설 답지 못한 듯하다. 늘 하나의 시선에서 하나의 일상만을 보여주던 그녀의 소설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 다름도 왠지 끌린다. 주인공은 따로없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결혼은 했지만 혼자사는 듯 살아가는 레이코(자신의 일이 있고 일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는 이들도 사랑한다. 그들의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파티를 여는 여성), 3년간 연애하던 수의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반년 정도 만난 남자와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는 도우코(그녀의 일상은 지극히 단순하다. 키우는 개 검둥이와의 산책... 음악감상 등.. 그렇다할 특별함이 없는 일상이지만 편안하고 고요하며 더이상의 문제는 없는 듯하다. 실제로도 그런거 같지만.), 도우코의 동생이자 도우코와 연애했던 수의사 야마기시를 사랑하는 소우코(그녀는 야마기시를 처음부터 사랑했다. 언니에 남자이기에.. 하지만 언니와 헤어진 야마기시... 그는 결혼했다. 도우코가 결혼한 1년후에.. 그래도 그녀는 야마기시를 사랑한다.), 남편과 함께 꽃집을 운영하는 에리코(남편 시노하라와의 일상은 아무 문제도 없는 듯해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늘 이혼을 생각하고 이혼을 결심한다. 그녀의 결심에 흔들림은 없다.), 그리고 이 네명의 일상에 함께하는 다른 여성들과 남성들이 등장한다. 

사실 그들의 일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결혼 생활이란 보여지는 것과 보여지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장미 비파 레몬처럼 아름답고 평온하고 상큼한 듯한 우리의 결혼 생활이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고독과 슬픔... 그리고 갖자지 문제들이 장미의 가시처럼 불쑥 불쑥 튀어 올라오고 레몬같이 인생이 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그녀들의 일상은 이렇듯 평온한 듯...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 일상을 잘 헤쳐나가고 현대의 여성다운 강인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더 그녀의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사랑스러운지도 모른다.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일상을 보게 되고 나의 하루를 사랑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그녀의 소설은 언제나 나에게 더 없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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