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숲에서 사람의 길을 찾다
최복현 지음 / 휴먼드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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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로 산책은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 천천히 걷는 일’이라고 한다. 산책을 하듯 그렇게 천천히 책을 읽어 나가는 행위를 난 독서산책이라고 말한다.
산책을 즐기는 것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과 흡사하다. 그래서 조금 더디더라도 천천히 문장 하나하나를 되짚어 가며 읽는 것을 즐긴다.

저자 최복현의 ‘인간 본성을 찾아가는 22편의 명작 산책’이라는 부재로 쓰여진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전문학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1장부터 4장까지 아름다운 꿈과 용기, 살며 생각하며, 여러 사랑의 색깔들, 삶의 모순들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하였다. 더불어 전통적 문예사조인 고전주의부터 상징주의까지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책 속에 담긴 의미를 더 깊이있게 생각하게 만든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을 <꽃들에게 희망을>로 시작하여 <모모>, <이방인>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셨던 만해 한용운 평전으로 끝이 난다.
천천히 선정된 책을 읽어가다 보면 한 사람의 성장과정을 엿보는 듯하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살며 생각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청소년기를 거쳐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는 청년기 마지막으로 살아온 인생의 돌아보며 모순된 삶에 대해 반성하는 노년기까지의 우리네 일생이 책 속에 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책 숲에서 사람의 길을 찾는다>라고 지은 것은 아닌지. 저자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우리네 일생을 미리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듯 하다.

독자의 대상을 청소년을 생각하고 쓴 책이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진다. 무언가를 꿈꾸며 계획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살아온 날을 돌아보며 새롭게 살아갈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 보는 것이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준비가 아닌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더 커다란 후회를 하기 전에 미련없이 그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줄도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선 자신을 온전히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독서산책을 즐겨보는 여유를 갖는 건 어떨는지…

봄이 오는 길목에 떠난 산책길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그리고 책과 함께 독서 산책을 떠나보려 한다. 나를 찾아 천천히 걸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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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 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50권
문학의숲 편집부 엮음 / 문학의숲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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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1일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셨다. <무소유>, <인연이야기>, <아름다운 마무리> 등의 다수의 저술활동을 하셨고 세상에 무소유의 삶을 설파하셨던 스님의 입적 소식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슬픔을 안겨주셨다. 그러나 스님은 가시는 길 마지막까지도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시면서 떠나셨으니 많은 이들이 존경하지 아니할 수 없는 행동이었으리라.

스님의 이름으로 마지막으로 출간된 책 <내가 사랑한 책들>은 법정 스님의 글과 법문에서 언급된 책들 중 50권을 추려 만들었다.
“세상에 책은 돌자갈처럼 흔하다. 그 돌자갈 속에서 보석을 찾아야 한다. 그 보석을 만나야 자신을 보다 깊게 만들 수 있다”고 말씀하신 스님의 말처럼 이곳의 추려진 50권이 책은 보석 중의 보석이라 할 수 있다.

<월든>,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오래된 미래> 등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조화로운 삶을 이야기 하는 책으로 친자연적 삶을 실천하고 살아오신 스님의 마음이 담겨 있다. 또한 지난친 성장과 발전, 개발이라는 이름을 행해지는 일들에 대한 비판적 마음을 담은 <성장을 멈춰라>,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을 통해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며 살아온 것들 것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통해 좋은 책을 읽기 위한 스님 스스로의 노력이 엿보인다.
책 마지막에 작성된 스님이 읽어오신 책들을 보면 한 분야에 치우친 독서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독서를 해오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직.간접 경험이 스님의 글과 법문에 좋은 이야기로 담겨 질 수 있지 않았을까?

더불어 책을 공기에 비유하시며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요소’라는 말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독서삼매에 몰입하고 있을 때 내 영혼은 투명할 대로 투명해진다”는 표현을 쓸 만큼 스님의 독서 사랑을 남달랐다.

50권의 책을 한 권으로 엮으려다 보니 그 양이 방대하긴 하지만 읽은 내내 지루하지 않았던 건 아마도 한 구절의 스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은 아니었나 싶다. 그냥 읽고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기에 이곳에 실린 50권의 책 중 몇 권 정도는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님의 말씀대로 책을 읽어가는 것에 즐거움이 있고, 스스로의 영혼이 투명해 지는 것을 느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아침 내 둘레를 돌아보고 새삼스레 느낀 일인데, 내 둘레에 무엇이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았다. 차와 책과 음악이 떠올랐다. 마실 차가 있고, 읽을 책이 있고, 듣고 즐기는 음악이 있음에 저절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오두막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하구나 싶었다. 차와 책과 음악이 곁에 있어 내 삶에 생기를 북돋아 주고 나를 녹슬지 않게 거들어 주고 있음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중 ‘책의 날에 책을 말한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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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 내 안의 강점발견법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지음 / 고즈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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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를 만났다. 나이 24세. 대학 졸업반의 그녀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휴학을 선택했다. 흔히들 어학연수나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을 결정하지만 그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전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은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 보며 자기 안에 강점을 발견하는 방법을 인도해주는 책이다.
책은 “누구에게나 강점이 있고, 그것을 발견하여 개발하는 것이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요결”임을 강조한다. 물론 강점발견의 중요성을 기술한 책들은 시중에 많이 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강점발견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실험을 바탕으로 강점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있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인 6명의 저자들은 각자 다른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언론인, 정신과 의사, IT 개발팀장 등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들이 책이라는 매개체로 만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멘토가 되고 코칭스텝이 되어 한 권의 책을 저술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은 “세상이 정의하는 내가 아닌, 내가 정의하는 나를 찾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강점을 찾고 그것을 개발하기 위한 방법으로 6가지를 제시한다.

생애 분석을 통한 강점 발견법인 산맥타기, 가족이라는 거울에 비춰 자신을 들여다보는 DNA코드 발견법, 욕망을 분석하는 욕망 요리법,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일에 내가 있기에 몰입을 강조한 몰입 경험 분석법, 탁월한 성과에 숨어 있는 보물 찾기인 피드백 분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객관적인 나와 주관적인 나를 찾아가는 내면 탐험. 이렇게 6가지의 방법을 가지고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6명의 저자가 자전적 서술방식으로 강점발견법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것이 전부는 아니다. 자기만의 강점발견법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고, 여기에 제시된 방법을 자기에게 적합한 방법으로 재개발한 이도 있을 것이다. 단지 저자들은 캄캄한 밤길에 빛을 비춰 자기 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고 있을 뿐이다.

내게 맞는 강점발견법은 어떤 건지 책에서 제시한 검사과정을 직접 해봤다. 결과는 ‘피드백 분석’이었다. 피드백 분석 저자와 직업이 비슷해서일까. 저자의 장점은 물론 문제점도 닮아 있다.
‘계획세우기 -> 계획과 결과 비교하기 -> 강점 분석하기’중 강점 분석을 위한 시간을 투자한 경험이 없었으며 계획에 대한 결과의 세부사항까지 비교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서론만 있고 본론과 결론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글쓰기와 같다.

‘계획을 세울 때 기대와 실제 결과를 비교하되, 결과에 기대수준을 꿰맞춰서는 안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정확한 자기 분석을 위해서는 좀 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얼렁뚱땅 넘겨버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장기판의 말을 바라보듯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폴 발레리는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남이 만들어 놓은 계획 속에 뛰어 들어 물밑에선 허우적거리며 힘겨워 하는 우아한 백조 같은 인생을 살기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고 스스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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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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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생의 굴곡 많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는 곳 마다 세계사에 길이 남을 사고와 마주치고, 한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사건을 만든 인물이 얼마나 될까? 작가 황석영의 인생이 그렇다. 오죽하면 황석영 가는 곳마다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가 지나온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사고의 연속이었다. 그런 그의 작품 바리데기를 읽고 있노라니 바리의 인생의 그의 인생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리는 7자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막내까지 딸인 것을 안 엄마는 바리를 산속에 버리지만 집에서 키우던 흰둥이가 아이를 찾아와 자기의 집에 놓고 보살펴 바리는 생명을 부지하게 된다. 또한 어린 시절 장질부사 염병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이후 영매의 기질을 보이게 되고, 그런 그녀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할머니. 이후 할머니는 바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 종종 꿈에 나타나 그녀의 갈 길을 알려주는 인도자 역할을 해주신다.
바리라는 이름은 ‘버려진 아이’라는 뜻도 있지만, 바리데기 설화 공주의 이름이기도 하다. 할머니는 가끔 바리에게 바리공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리데기는 오귀대왕의 일곱째 공주로 태어나지만 곧 버려진다. 그러나 부모가 병이 들자 버려진 바리공주가 부모와 죽어가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서천의 생명수를 찾아 나서게 되고, 온갖 신들의 저항을 받으며 고생끝에 생명수를 구하고 세상도 구한다는 내용이다.

바리네 가족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가족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할머니와 칠성이(바리의 강아지), 바리 이렇게 셋이 북에서 탈출하여 중국에서 생활하게 되지만 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아빠를 찾아 나서던 중 칠성이마저 잃은 바리는 홀로 중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이후 그녀 삶의 머나먼 여정이 시작된다.
환타지 같은 그녀의 꿈과 바리데기 설화 이야기가 현실에서의 그녀의 삶과 연결 되면서 평탄하지 만은 않은 그녀의 삶을 암시하지만, 할머니와 칠성이의 도움으로 때마다 고비를 넘길 수 있게 된다.

“이런 괘씸한 것! 네가 죽지도 않은 것이 감히 자기 꿈속에 우리를 불러내다니.”

“칠칠은 사십구, 사십구일 동안의 고행을 통과하면 너는 돌아갈 수 있노라.”  
중국에서 런던으로의 밀항. 배에서 보낸 고통의 시간은 그녀가 꿈에서 본 지옥의 생활과도 같은 고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런던에 도착한다. 다행히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발마사지를 시작하게 되고, 빚도 갚으며 조금은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 또한 파키스탄인 압둘 할아버지의 손자 알리를 만나게 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9.11 테러로 인해 남편과의 이별 그리고, 아이와의 이별 등 그녀의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바리의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은 건 어쩌면 그녀가 인간이 가진 업보를 짊어 지고 가는 형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구원을 위해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처럼 그녀는 세상 고통의 이유를 찾아 저승길로 간다.

“여기는 서천의 끝, 팔만사천 지옥 팔만사천.”

“넋이야 넋이로다
서천의 하늘 땅끝
무간 팔만사천 지옥
해꾸지하고 해꾸지당한
서로서로 묶인 넋들
초넋 이넋 삼넋 들어
살아나고 살아나라
아홉 겹 하늘 위로
하얀 새 날아가듯
풀려나고 풀려나라
훨훨 훠이훠이
훨훨 훠이훠이”

“말 좀 해봐. 우리가 받은 고통은 무엇 때문인지. 우리는 왜 여기 있는지.”
“사람들의 욕망 때문이래. 남보다 더 좋은 것 먹고 입고 쓰고 살려고 우리를 괴롭혔지. 그래서 너희 배에 함께 타고 계시는 신께서도 고통스러워하신대.”

저승길을 돌고 돌아 생명수를 마시고 돌아오는 바리에게 죽은 영혼들은 자신들의 고통의 원인에 대해 물어본다. 어쩌면 우리 현실의 삶의 고통을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진 욕망으로 인해 세상을 썩어가고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대립이 생겨나는 것이다.
다시 돌아온 바리와 남편 알리, 새로 시작하는 그들의 인생길에 그들은 또 다른 고통앞에 슬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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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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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다. 성 아래로 강물이 흘러와 성은 세계에 닿아 있었고, 모든 봄들은 새로웠다.”
작가 김훈이 남한산성을 지으며 남긴 글이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려 했던 작품 속의 작가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난다.

남한산성에는 소설이 없다. 다만, 현실을 반영한 한편의 글이 담겨있다. 하지만 작가는 일러두기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
진짜 이 책은 소설일까?

청의 공격으로 남한산성으로 도망가듯 들어간 인조와 세자 그리고 조정 대신들. 47일간 그곳에서의 생활을 고스란히 담은 글에는 성 안과 밖의 어떠한 팽팽한 대립적 구도를 나타내지도 않는다. 다만, 상황을 보여줄 뿐이다. 장기판을 펼쳐두고 제 3자가 장기두는 두 사람을 각각 내다보며 상황을 지켜보듯 그렇게 김훈은 성 안과 밖을 지켜보기만 한다.

성 안으로 들어가지고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밖의 사람들 또한 잘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다만, 밖에서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왜 청나라는 성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는걸까? 과연 그들은 전쟁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움직임은 없었다. 그들은 지켜볼 뿐이다.
드디어 칸이 삼전도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성 안에 있는 사람들도 알게 되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또 기다린다.
하지만 성 안과 밖의 대치 속에서 긴장하고 힘들어 하는 존재는 따로 있다. 바로 백성. 성 안과 밖을 지켜보는 백성들은 이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들에게는 이 시간이 그들의 또 다른 보리고개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서날쇠, 나루, 정명수 등 소설의 전개상 중요 인물로 등장하지만 그들은 천한 신분을 지녔다. 그리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나라에 대한 충성이 아니다. 그들은 먹고 사는 것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을 꿈꾼다. 그들에게 지금의 이 상황은 단지 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에 지나지 않는다. 나라는 그들에게 충성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다만 도움을 요청할 뿐이다.
그렇게 김상헌은 서날쇠를 시켜 임금의 서찰을 들고 구원병을 요청하러 성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서날쇠가 구원병을 요청하고 들어온 다음날 임금은 남한산성 서문을 지나 삼전도로 나아가 청나라 칸에서 절을 하고, 굴욕의 역사를 만든다. 그리고 청나라는 본국으로 귀환하게 된다. 세자와 세자빈 그리고, 척화를 주장한 대신들과 여자들을 데리고…

결국 남한산성에는 어떠한 위협도 가해지지 않았다. 전쟁에서의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성 안을 지켜보던 자들은 인조 임금과 세자가 나오자 그들의 나라로 갔다. 성 안의 있던 자들은 성 밖으로 나오면서 다시 제자리도 돌아갔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다.

무엇일까?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참을 고민하다 글귀 하나가 생각이 났다.
“가자, 나는 인간이므로, 나는 살아 있으므로, 나는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성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삶 안에 죽음이 있듯, 죽음 안에 삶은 있다. 적들이 성을 둘러싸도 뚫고 들어갈 구멍은 있을 것이다. 가자, 남한산성으로 가자.”
김상헌이 울부짖든 던진 마음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인간이므로, 살아 있으므로 그렇게 살아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고자 하는 것이다”
인조 임금의 처절한 한마디, 그렇게 그는 살았지만 조선은 죽어갔다. 꽉 막힌 성안에 갇혀 그는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작가는 처연하게 이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다. 그래서 인지 읽는 내내 한 폭의 그림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다소 지루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지만 작가가 지닌 독특한 문체는 풍경화를 바라보는 내내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결코 지루하지 않을 짧지만 강렬한 김훈만이 가진 문체는 글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흥미로웠다.
“버티는 힘이 다하는 날에 버티는 고통은 끝날 것이고, 버티는 고통이 끝나는 날에는 버티어야 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었는데, 버티어야 할 것이 모두 소멸할 때까지 버티어야 하는 것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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