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나라 정벌 - 은주 혁명과 역경의 비밀
리숴 지음, 홍상훈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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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에게 모여서 의식을 치르면서 다른 부족을 죽이는 것은 신들에게 봉헌하는 제사 의식일 뿐만 아니라, 구경꾼들에게 정신적 자극과 만족을 주는 ‘성대한 잔치‘였다. 예를 들어 인간 희생을 바친 여러 제사에는 고의로 학살한 흔적이 많이 남아 있으며, 더욱이 인간 희생의 수가 부족할 때 제사를 바치는 이는 희생자의 죽음을 최대한 늦추어서, 지체가 잘린 인간 희생이 최대한 몸부림치고 절규하고 저주하도록 했다. 이런 심리 상태는 고대 로마에서 검투사들의 격투를 구경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 P606

다스쿵촌의 발굴 보고서는 상나라 인신공양제사의 피비린내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인간 희생을 도륙하고 가죽을 벗기는 행위는 당연히 제사하는 이가 신에게 바칠 음식물을 가공하는 과정이지만, 제사를 바치는 이는 인간 희생이 사지가 잘려 나간 뒤에 몸부림치고 절망하며 항쟁하는 모습을 감상하며 즐겼던 듯하다. 제사 지내는 것은 일종의 공공 의식이자 전례였는데, 이런 피비린내 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은 칼과 도끼를 휘두른 사람뿐만 아니라 다스쿵의 귀족에서 평민에 이르는 많은 관객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 P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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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성과 자존감은 우리 사회에서 양립할 수 없을까? 엄마들은 왜 아이를 키우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과연 모성을 벗어던져 버려야만 엄마들은 자존감을 확립할 수 있는 것인가? - P284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이제 행복이 아닌 부담이다. 그러니 차라리 나 혼자 사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가 저출산의 핵심원인으로 우리 사회의 가족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사회를 가족과 혈연을 대단히 중시하는 사회라고 여겨왔지만, 사실 그건 목표 달성을 위한 집단이었을 뿐, 우리의 가족관에는 애초부터 내면의 정서적인 의미가 상당히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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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대에,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귀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그 ‘희귀한‘ 아이들이 받는 대우는 희한하게도 천덕꾸러기를 넘어 ‘그 존재 자체가 불편해진‘ 아이러니를 우린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모순점은 결국 저출산이 가져온 아동과 육아에 대한 몰이해가 아동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악순환임을 시사한다.
어른들조차 완벽하지 않지만, 이 세상은 아이들이 완벽하고 조용한 인형이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아동 혐오에 대한 감수성이 사라져 아이들 심신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하는 이 불안전한 세상에서, 그래도 사람들은 저출산과 인구 붕괴를 떠들며 여자들에게 아이를 낳고 키워보라고 할 것이다. - P262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가족이라는 작은 정서적 공동체 안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분위기는 곧 여성에게는 엄마가 되어 인생의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또 굳이 엄마가 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결국 가족이 누군가에게 정서적인 만족을 줄 수 없는 사회에서 무작정 엄마가 되라고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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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감이 조성되는 현상도 간과할 수 없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공포심이다. 아이를 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항상 시끄러운 아이들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이런 아이들의 단편적인 모습은 사회적으로 육아 자체가 오로지 매우 힘든 것으로만 인식하게끔 한다. 육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선택하고 싶지도, 더 깊이 알고 싶지도 않은 삶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 P259

우리가 타인의 모성을 불편해하는 이유는 본능에서 찾을 수 있다. 모성이 원래 아주 동물적인 본성이기 때문이다. 모성은 애초에 내 자식의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이 감정은 내 자식을 생존시키겠다는, 아이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이기심으로까지 변질되기 쉽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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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애 엄마들은 브런치를 먹지 말아야 할까? 여기엔 두 가지 측면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경제력이 단절된 여성이 호의호식하는 것에 대한 혐오와 육아와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다. 특히 여기에는 전업주부를 경제적 무능력자로 간주하는 시선과 그러한 무능력함에 대한 혐오가 짙게 깔려 있다. 즉, 그런 여성들은 아이와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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