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통치자가 무능함으로 인해서 당사회의 근간이 몇 년 또는 심지어 수십 년 안에 쉽게 깨져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820년과 907년 사이에 벌어진 당 왕조의 마지막 붕괴 과정에는 자격 미달인 여러 황제들과 왕조를 멸망으로 몰아간 최악의 여러 조건들이 조정 내부에 존재했다. - P34

중국 역사에서 왕조가 붕괴될 때에는 마치 스스로 가속도를 내며 추락하는 것 같은 때가 여러 번 있었는데, 당도 바로 그런 경우이다. 유능한 군주 한 사람이 파손된 배를 몰아 안전한 곳으로 가기에는 역부족인 말세기적 상황이었다. 헌종의 죽음과 함께 당 왕조 중흥의 마지막 희망마저 조정의 무지한 암살범들에 의해 날아가버렸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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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사회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반드시 알아야만 안심할 수 있는 대단한 일이란 없었다. - P52

원래 일정한 나이가 지난 뒤에는 지혜가 실제 나이에 맞춰 성장하지 않아. 모두 똑같이 노인이라 적힌 패를 받을 뿐, 예순 살이나 여든 살이나 차이가 없지. - P59

네가 형용할 수 없는 뭔가란 시간이야, 하고 그가 말했다. 음악은 우리에게 시간을 들려주거든. 우리 자신의 그림자를 들려줘. - P68

어떤 사람들의 만남은 특정한 시기에만 가능하도록 운명이 지어졌는지도 모른다. - P71

서른네 살의 피아니스트는 아직 젊었고, 열일곱 살의 내게 유치한 장난을 칠 줄도 알았다. 하지만 음악계에서 십 년 동안 미래의 스타로 주목받아 온 사람에게 더 올라갈 곳이 없다는 건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였다. - P77

무대 위에서 연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함을 매번 홀로 마주하는 것보다는 무대 뒤에서 누군가의 완벽한 신뢰와 의지의 대상이 되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함께 연쥬아거나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피아노 연주자 곁에 있는 조율사처럼 말이다. - P78

"맞아. 무대에 오르는 순간 마주하는 것은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야. 결국 연주자는 그 순간 자신과 피아노의 대화에만 집중해야 해. 인생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마음속 괴물을 떨쳐 내야만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지."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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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가 좋은 교습 일을 마다하고 남들 눈에 예술가가 아니라 노동자로 보이는 조율사를 선택한 이유는 솔직히 학부모를 상대할 수 없어서이다. 계속 돈을 벌려면 재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이들을 칭찬하고 격려해야 하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다.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사실은 두들긴다고밖에 할 수 없는 그 졸렬한 소리에 내 예민한 귀가 무뎌지고, 심지어 심신까지 되돌릴 수 없게 망가지는 것이다. - P23

불멸의 악장은 영혼을 꿰뚫을 수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작곡가의 넘치는 재능과 연주자의 뛰어난 실력만 기억하지, 누구도 조율사의 역할을 떠올리지 않는다. 사실 조율사도 분수를 알아서 뒤로 물러나는 데 익숙하다.
성공한 공연에서 정확한 음률과 조화로운 음색이 빠질 수 없듯 이야기가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서는 절제를 아는 서술자가 필수적이다. 그런 서술자는 조잡하고 자질구레한 부분을 잘라 내거나 주제와 문장 사이의 리듬을 조정하되, 함부로 기름칠하거나 자의적으로 좋은 결말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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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은 규슈 해안 상륙을 지원하기 위해서 총 9기의 폭탄을, 다시 말해 3개 침공 부대에 2기씩, 그리고 일본 예비군을 괴멸하는 데에 3기를 써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미군 병사들이 방사능이 퍼진 전장으로 들어가면 입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다. - P262

트루먼은 "S-1"으로 알려진 멈출 수 없는 열차에 처음에는 승객으로 올라탔다. 그러나 요사이에 트루먼의 모습은 단호하다. 대통령은 책상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진 명판을 올려놓았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 P263

한때 자부심으로 가득했으나 이제는 근심에 휩싸인 20여 명이 어문고의 아치형 문을 통과한다. 10년 넘게 아시아와 태평양을 공포에 몰아넣은 제국을 넘겨주기 위해서 소집된 자들이다. - P270

8월 15일 오후 2시 도쿄, 내각이 사퇴한다. 외무대신 도고는 구성 중인 새 정부에 참여하라는 요청을 받지만 거절한다. 그는 1941년에는 전쟁을 막으려고, 1945년에는 강화를 이루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자신이 전범으로 기소되리라고 예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진주만 공격에 책임이 있는 정부의 관료였다. 그는 비통하지 않다. 일본에서는 개인적으로 잘못이 있든 없든 간에 나쁜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일은 흔해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 P282

그는 자신이 개발에 일조한 핵폭탄이 오랜 복무 기간에 길잡이별이 되었던 도덕적 진보의 길을 파괴할 것이라는 걱정으로 고통스럽다. 그는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이 앞으로 나올 핵폭탄에 비하면 폭죽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통해서 알고 있다. 스팀슨은 과학의 유혹이 인간의 도덕성과 자제력을 뛰어넘을까 두렵다. - P287

그는 대통령에게 건넨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나는 긴 인생에서 중요한 교훈을 배웠습니다.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신뢰할수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를 불신하고 그에게 불신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 P288

1947년 10월 스팀슨은 외교정책을 다루는 기관의 잡지인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쓴다. "나는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를 신뢰하는 것이라고 자주 말했다. 그러나 나를 속이려고 결심한 사람에게는 이것이 늘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여야겠다." - P290

일본인들에게 도쿄 재판은 "승자의 정의"의 냄새가 강력했다. 피고석에 앉은 일본인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패배했기 때문에 기소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었고, 그 주장에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었다. 일본인들은 또한 자신들이 백인의 재판에 희생양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거의 모든 판사가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과 영연방, 프랑스, 네덜란드 같은 식민국 출신의 백인이었기 때문이다. - P305

헨리 스팀슨은 일본인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비유한 적이 있다. 겉으로는 선량한 의사이지만 혈청을 마시면 악마로 변하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대다수의 일본인은 괴물로 바뀌기 전까지는 똑똑하고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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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섬의 사령부에서 스파츠 장군은 여전히 항공 전력의 결정적인 위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민간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로 결심한 상태이다. 그는 양심을 지키면서 부대에 남아 있기를 원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 P192

최고전쟁지도회의는 결론에 이르지 못한다.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을 듯하다. 합의는 일본 문화의 핵심이며, 천황에게 결정을 제시하기 전에는 반드시 합의가 필요하다. - P217

국체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천황은 좁은 의미의 국체를 받아들인다. 천황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군부를 기반으로 하는 천황제 전체의 존속이 아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고토, 즉 황실 가계의 존속이다. 만일 그것이 군부의 희생을 뜻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장군들과 제독들은 그를 잘 보좌하지 못했다. 그들은 거듭 그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 천황은 그들에게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 - P220

식량이 부족해지고 폭격이 이어지자 보통의 시민들은 기차 역사와 공중목욕탕의 벽에 낙서를 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썼다. "천황을 저주한다. 국민에게 전쟁의 비극을 떠안겼다." 또다른 글은 이러했다. "천황이 전쟁의 책임을 져야 한다!" 경찰의 보고서는 천황이 어떻게 바보, 백치, 응석받이로 무시당하고 있는지 기록한다. - P221

스파츠가 부관 세라 배그비에게 음울하고 초조하게 한 말에 그의 좌절감이 드러난다. 배그비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쓴다. "상관께서 말하기를, 이 전쟁이 끝나면 각 나라에서 선도적인 과학자를25명씩 총살하거나 그럭저럭 인도적인 방법으로 죽여야 한답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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