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픈 기억과 상처가 있으면 이를 덮어 버리거나 묻어 버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그림자 같고, 지나간 일들은 다시 반복된다. 과거가 있는 한 귀신은 존재한다. 인간 세계 곳곳에 귀신들이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귀신인지도 모른다. - P493

일반적으로 귀신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다. 어느 모로 보나 부정적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귀신들이 화해와 용서, 망각의 기능을 한다. 독자들은 현실을 그린 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역사와 과거의 실상, 인물들의 왜곡된 인성에 대해 강한 분노와 절망, 무력감을 느끼지만, 이미 귀신이 된 인물들의 서글픈 내레이션에서는 그런 분노와 절망, 무력감이 다소 누그러져 일종의 화해와 용서, 카타르시스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귀신과 인물이 동질화된다. 귀신이 사람이고 사람이 곧 귀신인 것이다. 이런 이해와 동화의 힘이 이 소설에서 귀신들이 갖는 기능이자 일종의 힘이다. 귀신이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잘못된 삶의 대변자이자 억울한 현실의 증인이 되는 것이다. - P502

주인공 톈홍과 독일 연인이 겪었던 고통, 가족을 포함한 무수한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그들이 감수해야 했던 비난과 질책은 이 소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아픔 중 하나다. 소수자들을 사진 속의 대상처럼 완전히 타자화하는 것은 대단히 비겁하고 잔인한 일이다. - P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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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서로를 얘기하지 않는 것이다. 예의로 서로를 대한다는 것은 언어의 예절을 이용하여 서로를 가능한 한 멀리 밀어내는 것과 다름없었다. 누구도 강가에 닿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외로운 섬이 될까 두려워 거미가 거미줄을 토하듯이 액체 상태의 말을 분출하여 공기 중에서 가는 실을 만들고, 섬유 상태의 가는 실로 서로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가벼운 충격을 만나면 서로 흩어질 것이고, 이미 섬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서로가 부르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최소한의 가는 실 같은 예의가 있는 것이다. 절대로 의미 있는 뭔가를 묻지도 않고 인사도 건네지 않는다. 분명히 한가족이면서도 바람이 불면 먼지처럼 흩어져 날아가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이처럼 상처를 받을 말은 하지 않는 것이다.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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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을 가져다 팔면 장사가 좀 될 것 같네요. 겉포장에는 일본어를 몇 자 인쇄하고 말이에요. 대륙 사람들은 항일정신 운운하면서 일본 놈들을 다 때려 죽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일본인들을 무척 부러워하거든요. 일본 식품인 것처럼 꾸며서 팔면 아주 잘 팔릴 거예요."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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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저리도 먼 곳으로 던져 버릴 수 있는 걸까. 어떻게 해서 모든 경계를 다 허문 채 부르짖고 구제하고 다투면서 거의 분골쇄신의 지경까지 갔다가, 막이 내리면 질서 잃은 몸이 즉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걸까.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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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그것‘이 필요해서 ‘그것‘을 샀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필요한 것을 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집안이 부귀해지며 가족 전체의 삶이 즐거워지지요. 삼대가 건강하여 아들을 낳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사야 할 물건들을 알려 주는 거예요. 무엇을 사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사업하는 사람의 능력에 달려 있지요. 사업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시장의 수요를 창출해 냅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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