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족에게 모여서 의식을 치르면서 다른 부족을 죽이는 것은 신들에게 봉헌하는 제사 의식일 뿐만 아니라, 구경꾼들에게 정신적 자극과 만족을 주는 ‘성대한 잔치‘였다. 예를 들어 인간 희생을 바친 여러 제사에는 고의로 학살한 흔적이 많이 남아 있으며, 더욱이 인간 희생의 수가 부족할 때 제사를 바치는 이는 희생자의 죽음을 최대한 늦추어서, 지체가 잘린 인간 희생이 최대한 몸부림치고 절규하고 저주하도록 했다. 이런 심리 상태는 고대 로마에서 검투사들의 격투를 구경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 P606
다스쿵촌의 발굴 보고서는 상나라 인신공양제사의 피비린내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인간 희생을 도륙하고 가죽을 벗기는 행위는 당연히 제사하는 이가 신에게 바칠 음식물을 가공하는 과정이지만, 제사를 바치는 이는 인간 희생이 사지가 잘려 나간 뒤에 몸부림치고 절망하며 항쟁하는 모습을 감상하며 즐겼던 듯하다. 제사 지내는 것은 일종의 공공 의식이자 전례였는데, 이런 피비린내 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은 칼과 도끼를 휘두른 사람뿐만 아니라 다스쿵의 귀족에서 평민에 이르는 많은 관객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 P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