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어떤 부분에 성역을 두고 그에 대한 합리적 논의를 봉쇄하기, 큰 목소리로 논리와 팩트fact를 깔아뭉개기, 자기 역사와 사회를 무조건 찬양하기,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면 그 사회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계해야 한다. - P168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단단한 논리와 팩트로 무장한 사람일지라도 큰 목소리 한 방에 묻혀버린다. 큰 목소리가 가짜란 게 드러나도 더 큰 소리를 내면 상관없다. 이런 판국에 누가 논리와 팩트에 공을 들이겠는가. ‘아니면 말고‘는 퇴장해야 한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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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에서 빵 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

천황 칭호와 독자 연호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완벽히 일본 국내용이었다. 동아시아 국제 무대에서 천황 칭호와 독자 연호는 용인되지 않았다. 일본 스스로도 조선이나 중국과 외교를 할 때 그 용어들을 외교문서에 쓰지 못했다. 그래도 국내에서는 소꿉장난처럼 꿋꿋하게 사용해온 것은 가상하나, 대단하게 떠벌릴 일은 아니다. 원래 달력은 당대 중심 지역의 것을 쓴다. 당시 중국 연호를 쓰는 것은 현재 우리가 서기 달력을 보며 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주체 ㅇㅇ년‘처럼 독자 달력에 헛심 쓰는 사람치고 변변한 사람 못 봤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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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가 위대한 것은 광개토왕이 있어서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해서도 아니고, 바로 이 지정학적 지옥 속에서 악전고투해 살아남은 점에 있다.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한국 사회의 유별난 특징이 있다면 대개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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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족주의는 특이한 점이 있다. 민족주의란 모름지기 모든 타 민족에 대한 반항에서 출발해야 할 텐데 한국의 그것은 상대를 봐가며 선택한다. 소련 ·중국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미국에는 온순하며, 미국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이 소련 ·중국에는 순한 양이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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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나라 정벌 - 은주 혁명과 역경의 비밀
리숴 지음, 홍상훈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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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에게 모여서 의식을 치르면서 다른 부족을 죽이는 것은 신들에게 봉헌하는 제사 의식일 뿐만 아니라, 구경꾼들에게 정신적 자극과 만족을 주는 ‘성대한 잔치‘였다. 예를 들어 인간 희생을 바친 여러 제사에는 고의로 학살한 흔적이 많이 남아 있으며, 더욱이 인간 희생의 수가 부족할 때 제사를 바치는 이는 희생자의 죽음을 최대한 늦추어서, 지체가 잘린 인간 희생이 최대한 몸부림치고 절규하고 저주하도록 했다. 이런 심리 상태는 고대 로마에서 검투사들의 격투를 구경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 P606

다스쿵촌의 발굴 보고서는 상나라 인신공양제사의 피비린내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인간 희생을 도륙하고 가죽을 벗기는 행위는 당연히 제사하는 이가 신에게 바칠 음식물을 가공하는 과정이지만, 제사를 바치는 이는 인간 희생이 사지가 잘려 나간 뒤에 몸부림치고 절망하며 항쟁하는 모습을 감상하며 즐겼던 듯하다. 제사 지내는 것은 일종의 공공 의식이자 전례였는데, 이런 피비린내 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은 칼과 도끼를 휘두른 사람뿐만 아니라 다스쿵의 귀족에서 평민에 이르는 많은 관객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 P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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