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화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날카롭게 풍자. 하지만 실은 모든 시대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시즌 1 (6disc)
리처드 J. 루이스 외 감독, 타라지 P. 헨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요즘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생인 조너던 놀란이 각본을, 그리고 이름(혹은 악명)높은 미드 '로스트'의 연출가인 J.J.에이브람스가 연출을 맡은 이 드라마는 독특한 설정과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개성있는 캐릭터 등 갖출 것은 전부 갖춘 아주 멋진 드라마다.





드라마의 설정은 이렇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테러리스트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의 제작을 여러 기업에 의뢰했다. 그리고 주인공 중 한 명인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해커이자..etc.) 헤럴드 핀치가 그 장치를 만들어낸다. 극중에서 그저 '기계'라고 지칭되는 이 장치는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감시 및 도청하여 범죄에 연루될 사람들을 색출해 내는데, 그 과정에서 이 기계는 정부가 관심을 가지는, 즉 대량학살을 목표로 하는 테러리스트뿐만 아니라 테러와 관계 없는 범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 역시 색출하게 되었다.
본래는 이 '관계 없는'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는 매일 밤 삭제되게 세팅되어 이 기계는 정부에 팔렸지만, 핀치는 테러와 관계 없는 이러한 일반인들을 도와 범죄에서 구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런 구출을 실행에 옮겨 줄 파트너로 특수부대 출신이며 전직 CIA 요원인 또다른 주인공 존 리스를 섭외한다.
'기계'는 실시간 감시를 통하여 향후 24시간 에서 48시간 사이에 범죄에 노출될 인물의 사회보장번호(아마도 주민등록번호 비슷한 게 아닌가 싶음)를 제시하고, 그 번호를 실마리 삼아 두 주인공은 범죄를 막기 위해 움직인다.


이러한 설정은 자연스레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 영화에서 범죄에 관련된 인물을 색출하는 것은 인간이었으나 이 드라마에서는 기계이고, 영화에서 그러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공권력이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사법권과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그들은 부패 경찰의 계획을 저지하기도 하고, 경찰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조작을 눈치채어 사람들을 범죄로부터 구해낸다. 사실 이 두 주인공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수많은 가명과 위장 신분을 사용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계가 제시하는 인물이 어떤 식으로 범죄에 관계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범죄를 계획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범죄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 기계는 그저 그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만 알 뿐 그들의 역할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용의자suspect도, 피해자victim도 아닌 '요주의 인물(person of interest)'인 것이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주인공들은 종종 용의자를 피해자로 오해하거나 혹은 반대의 실수를 하고, 그런 설정이 이야기의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드라마의 각 화는 기본적으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각 다른 인물에 대한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식으로 진행되지만, 그러는 사이사이 두 주인공의 어둡고 심각한 과거 얘기가 드러난다. 두 주인공은 꽤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하고 있지만 서로를 거의 알지 못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핀치는 리스의 과거를 상당 부분 알고 있겠지만-그가 모르는 것은 거의 없다-본인은 매우 비밀스러운 인물이라, 리스는 그의 과거는커녕 현재의 신분이나 거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호시탐탐 그를 감시하고 그의 소재를 파악하려고 스토킹(..)을 하곤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파트너이고, 핀치가 모든 감시나 해킹 등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육체능력에 관한 한 먼치킨에 가까운-_- 리스가 현장 임무를 담당하는 형태로 완벽하게 분업이 이루어져 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느 정도 서로를 믿고 있으며, 심지어 상대방에게 목숨을 맡기는 사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시종일관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는데, 그나마 리스가 핀치를 '핀치 씨'가 아닌 '핀치', 혹은 '헤럴드'라고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핀치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항상 리스를 '리스 씨'라고 부른다. 정말로 위급하거나 걱정되는 상황에서 '존'이라고 부른 걸.. 23화 통틀어 딱 두 번 들어 본 것 같다.=_=


내용에 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고(무조건 보시라! 수사물 좋아하면 특히나 더!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캐릭터는 개성있고 또한 매력적이며, 영상미 역시 훌륭하다. '기계'의 감시 화면을 적절히 활용하고 그러한 화면으로 회상을 표현하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감시 화면이 아닌 실제 영상미 또한 뛰어나며 그것이 드라마의 차분한 분위기와 어울려 멋진 효과를 이끌어낸다. 두 사람이 사무실로 사용하는 곳은 예산 삭감으로 운영이 중단된 도서관 건물인데, 양장본이 빼곡히 꽂힌 서가가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과 최신 기술로 무장된 기계의 공존은 역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음악마저 훌륭하다. 배경음악도 영상과 줄거리에 아주 잘 어울리지만, 중요 장면마다 적절한 삽입곡의 사용이 빛난다. 특히 두 주인공이 첫번째로 만나는 강적이라 할 수 있는 엘리아스가 등장하는 7화 마지막에 흐르던 'Sinner man'과 엘리아스와 관련된 또 다른 편인 19화에 삽입된 'Ne me quitte pas'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22화 중반에 잠시 나왔던 데이빗 보위의 'I'm afraid of Americans' 역시 아주 절묘했다.


매 화 다른 사건과 주인공들의 개인사 내지는 과거를 엮어넣는 솜씨도 훌륭하고, 진지하고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 와중에 개그까지는 아니어도 재치있는 대사와 장면도 종종 등장하고, 주인공이나 관련 인물이 적절하게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여하튼 긴장감을 잃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는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보시라고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다.
1시즌은 적절한 대사건과 절단신공으로(..) 마무리되고, 9월부터 2시즌이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 시즌은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지, 두 주인공의 남은 과거 얘기는 또 어떤 것들인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 게리 올드만 외 출연 / UEK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원작을 먼저 읽고, 1979년판 BBC 드라마를 보고, 다시 원작을 한 번 더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를 봤더라면 설명이 부족하다거나 이해하기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었겠구나. 하지만 원작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니 원작을 온전히 따라가지 않는 부분이 거슬릴 수밖에 없구나. 이것은 비단 이 작품 뿐만이 아니라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모든 영상물을 볼 때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이 작품의 경우, BBC판 드라마가 워낙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가며 재현해낸 수작이었기 때문에(물론 드라마의 경우 전체 7화짜리라 러닝타임 두 시간 남짓인 영화보다는 훨씬 자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다) 나로서는 영화를 보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더 많았을 수밖에 없었다.
자잘한 부분들-영화에서 생략된 세세한 장면들이나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을 제외하고, 내가 감독의 각색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러니까 내게 있어 특히나 더 신경쓰이고 조금은 거슬리기도 했던 부분들을 중심으로 얘기해 보려고 한다.


1. 체코 스캔들
원작에서는 분량이 한참 지나서야 이 이른바 '체코 스캔들', 즉 '테스터파이 작전'에 관한 내용이 나오지만,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시간 순서상으로 거의 맨 처음에 위치하는 이 작전 장면을 맨 처음에 배치했다. 여하튼, 원작에서 테스터파이 작전이 수행되는 공간은 체코 프라하 외곽의 브루노라는 곳에 있는 안전가옥 앞의 숲 속이지만, 영화에서는 부다페스트의 노천 카페이다. 나는 이 작전 부분을 보면서 그저 어이가 없었다. 사정이 있어서 로케 촬영지를 체코가 아니라 헝가리로 바꿨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체 내용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작전을 정말로 이렇게 대충 넘긴단 말인가?!
나중에 어느 블로그 포스팅에서 읽었는데, 작전 수행 장소를 체코가 아니라 헝가리로 바꾼 것은 헝가리에서 관세(세금?) 20%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해서였다고 한다. 그래, 언제나 이런 현실적인 조건이 문제가 될 것이다. '밀레니엄'에서 핀처가 후반부의 호주 로케 촬영을 생략한 것도, 모르긴 몰라도 결국은 뭐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작전을 그렇게 카페 앞 장면 하나로 넘겨 버리다니. 물론 드라마처럼 이삼십 분을 투자하여 작전을 자세히 묘사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뭐, 리키가 파견된 곳이 원작에서는 홍콩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리스본이 되었다가 영화에서는 이스탄불이 되는 것 정도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2. 영화 속 사건의 시간대
원작에서, 서커스의 전 수장인 컨트롤의 지시로 짐 프리도가 테스터파이 작전을 수행했던 것은 10월의 일이었다. 컨트롤은 그 해 크리스마스 무렵에 사망했고, 조지가 은퇴하고 퍼시가 서커스의 새로운 수장이 된 후 리키 타르가 홍콩으로 파견되어 간 것은 이듬해 4월의 일이었다. 그리고 소설 속의 현재, 즉 조지 스마일리가 두더지(Mole) 색출을 위한 조사를 수행하고 있는 이 시점은 리키의 홍콩 출장으로부터 6개월 정도 후, 즉 10월쯤의 일이다. 짐이 모진 고초 끝에 영국으로 송환되어 등 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하고 서스굿 사립학교로 부임한 것은 5월경의 일이며, 그 불과 얼마 전인 4월에 홍콩에서 리키를 만난 이리나는 서커스의 수장인 엘러라인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서커스 당직실에 잠입한 피터는 리키가 전보를 보낸 4월분의 당직 일지를 확인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시간대가 다르다. 짐이 작전을 수행한 것은 11월(인가 10월인가;)로 되어 있으며, 조지는 피터를 시켜 서커스 문서 자료실에서 그 달의 당직일지를 빼내 오라고 지시한다.(원래 피터가 문서 자료실에서 확보해 오는 것은 테스터파이 작전 관련 서류지만.. 이런 세세한 건 그냥 넘어가고.) 이스탄불에서 리키를 만난 이리나는 서커스의 수장인 컨트롤(엘러라인이 아니라)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 영화 속의 사건의 시간대를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리나가 컨트롤을 만나게 해 달라고 말하는 장면을 본 나는 조금 당황했는데, 그 이후에 조지가 짐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 짐 앞에 이리나를 대려오는 회상 장면에서는 더욱 당황했다.(이리나가 영화에서는 비공식 항공편이 아니라 배를 타고 출국하는 것도 그냥 넘어가자.. 아놔 이런 세세한 거 다 따지다 보면 한도 끝도 없겠다.)
감독이 시간대를 이렇게 설정한 것은 무슨 의도일까? 하긴 원작에서는 각각의 사건들이 일어난 시간 간격이 워낙 길고 계속 회상을 통해서 서술되기 때문에 사건 순서를 파악하기 참 힘들긴 했다. 영화에서는 좀 축약하려고 했던 건가.

3. 레이콘의 저택에서의 회의
원래 순서는 이렇다. 복귀 예정일에 본부로 복귀하지 않아 탈주자의 신분이 되어 버린 리키 타르는 홍콩에서 말레이로 도피했다가 자신에 대한 추적을 눈치채고 비공식 루트를 통해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먼저 자신의 상관인 피터에게 연락하고, 피터는 다시 레이콘에게 연락하고, 레이콘은 피터를 시켜서 조지를 데려온다. 바로 이 부분에서, 피터는 조지의 집에 미리 들어와 기다리고 있다가 귀가한 조지를 만나 같이 출발한다.



 거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그는 그 문을 부드럽게 밀어서 더 열어젖혔다.
 「피터?」 그가 말했다.
 그는 열린 문틈으로 가로등 불빛에 비친 스웨이드 가죽 구두 한 켤레를 보았다. 게으르게 포개어진 그 구두는 소파 끝부분에 비죽 나와 있었다.
 「옷은 그대로 입고 있는 게 좋겠습니다, 조지, 올드 보이.」 다정한 목소리가 말했다. 「갈 길이 좀 멀어서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열린책들, 2005년, 49쪽

이 장면은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며 특징적인 장면이라 뺄 수가 없다. 나는 영화에서 이 장면이 나오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드라마에서도 얼마나 인상적인 장면이었는데 이걸 그냥 넘기다니 싶었는데, 역시 나오기는 나오더라. 단, 도망자 리키 타르가 조지가 비워둔 집에 들어와 몇날 며칠을 살고 있던 걸 오랜만에 돌아온 조지가 발견했다-는 식으로 나온다.
리키 타르는 원작에서는 맨 처음 레이콘의 저택에서의 회의 후에 안전가옥으로 옮겨져 보호받고 있다. 도대체 이렇게 사건을 뒤섞어 놓은 것은 무슨 의도에서인가..

4. 샘 콜린스와 제리 웨스터비
로디 마틴데일이나 로더 스트릭랜드가 생략된 건 여기서 말할 필요도 없다. 원작에서 짐 프리도의 체코행에 동행하는 스캘프헌터 대원인 맥스가 생략되는 것은, 조지의 조사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인물이라 드라마에서도 빠졌으니 그냥 그렇다 치자. 그런데 원작에서 컨트롤의 요청을 받아 테스터파이 작전 당일에 당직을 섰던 것은 샘 콜린스이지 제리 웨스터비가 아니다. 제리 웨스터비는 신문기자로, 테스터파이 작전 후에 프라하에 방문하여 작전 당시 출동했던 체코 군인을 우연히 만나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조지에게 전해 주는 역할이다.
뭐.. 샘을 만나는 카지노 장면을 찍기가 여의치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제리도 술집에서 만날 게 아니라면 원작대로 샘으로 했어도 되는 거 아닌가?

5. 피터 길럼의 정체성
...그냥 이해가 안 간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다른 정체성이 아니라 성 정체성이다. 물론 다른 많은 분들도 언급하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원작의 피터는 동성애자도 양성애자도 아니다. 피터는 이 조사 시작하기 바로 전에 여자를 만나서 자기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단 말이지.. 아니 뭐 카밀라가 안 나오는 건 그렇다 치자. 어차피 카밀라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리즈(가 맞나;)처럼 중요한 인물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도, 도대체 왜, 무슨 의도로 영화의 피터는 동성애자가 되어야 했던 것인가. 그래서 좋다 나쁘다 하는 게 아니라 굳이 원작의 설정을 바꾼 것이 그냥 이해가 안 간다. 의도를 모르겠다.

6. 그 밖의 세세한 부분들
조지가 수영하는 모습은 왜 나와야 했던 것이며..('천사와 악마' 영화판에서 톰 행크스의 첫 등장 장면을 봤을 떄와 비슷하게 당황스러운 느낌이었음)
토비 이스터헤이즈는 왜 난데없이 현상수배자가 되어서 비행기 앞에서 찌질하게 울어야 했던 것이며..(안전가옥에서 피터가 을러대는 거 보고 싶었는데!)
'멀린'의 안전 가옥(그러고보니 소스 멀린이란 말도 영화엔 안 나왔나?)의 신호는 어쩌다가 우유 두 병에서 환풍기로 바뀐 것이며.. 아니 이건 너무 사소한 부분이군.
...뭐, 여하튼 그런 것들. 원작의 그런 세세한 부분을 하도 들이파며 읽었더니 원작과 다른 것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이네.orz

7. 좋았던 부분들
#더 말할 것도 없는 사내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 원작에서는 조지가 코니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 회상이랄 것도 없이 잠깐 언급되며 지나가는 그 파티가 영화에서는 멋지게 영상화되었다. 앤과 빌의 불륜, 그리고 현재의 별거 상황에 대해 그 전까지 따로 설명이 나오지 않았지만(원작에선 조지를 만나는 사람마다 앤은 잘 지내냐고 떠보듯이 물어보는데!! 보는 내가 다 짜증나..) 크리스마스 파티 때의 두 사람의 시선 교환,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밀회 장면을 통해 앤과 빌의 관계, 그리고 빌과 조지의 껄끄러운 관계에 관해 설명한다.
짐과 빌의 관계 역시, 절친한 친구로 알려져 있으며 조지가 서류상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옥스포드 재학 당시 빌이 짐을 추천하여 정보부에 들어오게 했다든가 하는 원작의 설명은 영화에서는 충분히 나오지 않았지만 그 대신 크리스마스 파티에서의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의 사이를 암시한다.

#그리고 앤. 앤은 영화 속에서 결코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에서 두 번 등장하지만 두 번 다 뒷모습이 보일 뿐이다. DVD에 특전 영상으로 들어 있는 삭제된 장면 중에 제리 웨스터비가 조지의 집에 전화를 거는 장면이 있는데, 앤이 전화를 받는 그 장면에서도 앤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는다. 마지막에 집에 돌아온 앤의 모습 역시 벽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원작에서 카를라는 앤, 정확히는 조지의 앤을 가리켜 '환상 없는 사람의 단 한 가지 환상'이라고 표현하는데, 영화에서의 앤에 대한 접근은 정말로, 실체가 보이지 않는 환상 같은 느낌이다.

#컨트롤의 체스 말들. 조지가 피터를 대동하고 컨트롤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은 영화의 오리지널인데, 팅커, 테일러, 솔저, 푸어맨, 베거맨이라는 암호만으로도 이미 인상적이지만 그것을 체스 말에 암호와 사진을 함께 붙여 놓은 식으로 형상화한 것은 정말 상징적이고도 인상적이었다. 원작과 드라마에 나오는 마트료시카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피터가 당직 일지(원작에서는 테스터파이 작전에 관한 서류)를 빼내는 장면에서, 긴장한 채로 서류를 바꿔치기하며 손이 덜덜 떨리는 연기도 물론 좋았지만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커스의 최상층-이른바 탑 테이블-로 올라가 회의에 참석하고 내려오다가 자기를 지나쳐 가는 로이 블랜드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듣고 표정이 굳는 그 장면이었다. 멘델이 피터의 작전을 돕기 위해 전화를 걸었고, 멘델이 전화를 걸었던 자동차 정비소에서 울려퍼지던 노래와 같은 노래를 로이가 흥얼거리는 것을 듣고 그 전화가 도청당했구나, 정말로 조지의 말대로 나는 감시당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그 순간의 연기가 아주 멋졌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evelgene 2012-09-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터의 성정체성 부분이요

develgene 2012-09-0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은 게이 문화가 보편적이거든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여성보다 남성이 감상적 공감대 형성이 좀 무딘 경우가 많잖아요. 현재 영국의 사회적

develgene 2012-09-03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와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위한 하나의 장치인듯 합니다.

세류 2012-09-04 12:12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원작에 그런 요소가 없는 것도 아닌데(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나긴 하지만) 하필이면 원작에서는 그런 정체성과 거의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좋을 피터 길럼의 정체성을 그렇게 바꾼 것이 좀 이해가 안 갔어요.^^;
 

일관되게 심란한 취향..-_-

네 편까지는 고정되어 있는데 마지막 한 편이 가끔 바뀜.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메멘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조 판톨리아노 외 출연 / 엔터원 / 2003년 6월
9,900원 → 8,9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원(1% 적립)
2012년 08월 04일에 저장
품절
리플리
안소니 밍겔라 감독, 기네스 팰트로 외 출연 / 드림플러스 / 2011년 7월
16,500원 → 14,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원(1% 적립)
2012년 08월 04일에 저장
품절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SE (2disc)- [할인행사]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이바나 바쿠에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4월
9,900원 → 3,800원(62%할인) / 마일리지 40원(1% 적립)
2012년 08월 04일에 저장
품절
파이트 클럽- [할인행사]
20세기폭스 / 2008년 5월
9,900원 → 9,900원(0%할인) / 마일리지 100원(1% 적립)
2012년 08월 04일에 저장
품절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라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7
에드몽 로스탕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라노 드 벨주락'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좀 애매한 계기이기는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아주 좋아했던 게임인 소프트맥스 사의 '서풍의 광시곡'을 통해서였다. 게임의 주인공인 시라노 번스타인의 모델이 바로 시라노 드 벨주락이라고 게임의 설명서에 명시되어 있었다.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과 문학 작품들을 참고하여 스토리를 구성한 그 게임은 내게 아직까지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게임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이 벌써 십 년도 더 전이다.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번역본을 찾다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 책이 다시 기억난 것이 작년이었다. 당시 개봉한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라는 영화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당시 구입한 에코의 신작 소설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는 이 책을 다시 기억해내고 바로 주문해서 받아 보게 되었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책을 차분히 정독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매력을 느꼈다. 시라노라는 인물은 첫 등장부터 독자를 사로잡을 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시라노와 크리스티앙, 그리고 록산 세 사람의 관계는 독자로 하여금 시종일관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쫓아가며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시라노의 달변, 그 속에 숨어 있는 록산에 대한 순수한 사랑, 하지만 그러한 사랑의 말들이 크리스티앙을 통해서만 록산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아이러니는 애수와 함께 묘한 웃음을 선사한다.

마지막에 찾아온 죽음 앞에서도 결코 '오래된 모든 적들'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강직함과 고결함은 시라노라는 인물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난 단 한 사람을 사랑했고, 그를 두 번씩이나 잃는구나"라는 록산의 말에 나는 결국 눈물짓지 않을 수 없었다.

열린책들의 완역본을 통해 이 유명한 희곡을 접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했다. 책의 말미에 실린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도 작가와 작품, 그리고 작품이 창작된 시기의 분위기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불어 원본을 읽을 수 있다면 역시 가장 좋겠지만 옮긴이가 최고의 정성을 기울여 번역했을 것이라는 데는 확실한 믿음이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