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가 기근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곤경에 처할 수 있는 정권에서 식인 사례들은 출현할 때마다 적당히 은폐되었다.(중략) 식인 관행은 도저히 입에 올릴 수 없는 주제라 당 지도부에 배포된 어느 보고서에서는 기근이 얼마나 심한지 알리기 위해 시신을 파헤치고 그 인육을 먹는 척해서 당의 명성을 더럽히려는 사보타주 행위자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 P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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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도자들은 고된 전시 상황에 적응된 군부 인사들이었다. 그들은 극단적으로 곤궁한 여건 속에서 게릴라전을 수행하며 20년을 보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제스 국민당 정권의 말살 정책에 대응해야 했고, 그다음에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군의 공격에서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당 자체를 뒤흔들며 주기적으로 벌어진 지독한 숙청과 한바탕 자행되는 고문의 시기를 견뎌 냈다. 그들은 폭력을 찬미했고, 대량 인명 손실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이데올로기를 공유했다. - P434

자살률도 유행병 수준에 이르렀다. 한 명이 살해될 때마다 무수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고통을 받았고 그들 중 일부는 목숨을 끊는 길을 택했다. 종종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간 것은 고통이라기보다는 다른 마을 사람들 앞에서 당한 수치와 굴욕이었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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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관리자는 경력이 끝장날 수도 있지만 노동 안전 기준 위반은그저 손목을 찰싹 때리는 처벌에 그쳤다. 목숨은 안전 장비를 설치하거나 노동 입법을 시행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덜 들고 쌌다. 따지고 보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전투에서 사람 한두 명 죽는 게 뭐 어떻단 말인가?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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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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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처럼 화려한 아파트가 있다. 부자들만 사는 아파트다. 이곳에 사는 두 소녀, 팡쓰치와 류이팅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단짝친구로 자라왔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왔고 문학을 사랑하는 그들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첸씨네 집 아들과 결혼한 이원과 친해져 그녀의 집에 찾아가서 그녀가 추천해 주는 책을 읽고 그녀가 들려주는 문학 이야기를 들으며 충실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유명 학원 강사 리궈화가 팡쓰치에게 눈독을 들인다. 그는 두 소녀에게 개인 교습을 해 주겠다며 그들을 이원과 떼어놓고, 팡쓰치가 혼자 있을 때 그녀의 집을 찾아가 쓰치를 강간한다. 그때 쓰치의 나이는 고작 열세 살이었다.

그 후로 팡쓰치는 계속해서 리궈화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쓰치와 이팅이 타이베이에 있는 고등학교에 합격해 타이베이에 집을 얻어 둘이서 살게 되자, 리궈화는 두 소녀를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자기가 타이베이에 가게 되면 가끔 들여다보겠다며 좋은 어른처럼 그들을 안심시키고는 쓰치와의 관계를 이어 간다. 리궈화가 자꾸 집으로 팡쓰치를 데리러 오는 것을 본 이팅은 이상함을 느꼈고, 쓰치는 결국 "나 선생님과 사귀고 있어"라고 비밀을 털어놓는다.

쓰치는 그 이상한 관계를 제대로 정의할 수 없었다. 그 관계를 정의하고 받아들이려면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믿어야 했다. 그래서 '사귄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이팅은 격분하며 내가 선생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물론 동경에 훨씬 더 가까운 감정이다) 알지 않느냐, 선생님 사모님과 딸에게 부끄럽지도 않느냐며 비난을 퍼붓는다. 영혼의 단짝에게 격렬한 비난을 받은 쓰치는 점점 더 궁지에 몰린다.

그렇게 쓰치의 정신이, 세상이, 영혼이 무너져 가다가 결국 어떤 날을 계기로 그녀는 실성하고 만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되었다. 열세 살의 어린 소녀가 50세의 남자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당하며 겪는 심리 변화를, 그녀의 삶과 정신이 완전히 파괴되는 과정을 처절하리만치 자세하게, 그러면서도 문학적으로 그려냈다. 읽는 내내 역겹고 고통스러웠지만 눈을 돌릴 수는 없었다. 이런 일이 현실에도 존재하고, 어쩌면 현실이 더 끔찍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반드시 작가 후기와 역자 후기, 그리고 맨 마지막에 실린 서평까지 전부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독서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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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에 대한 우리의 그런 부정적인 태도는 문학에서는 그리 맞아떨어지지 않는 듯하다. 한계가 없는 사람은 문학을 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작가의 한계는 문학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 - P335

우리는 독서를 책을 읽는 걸로 여기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 자신을 읽는 것임을 알고 있다. 독자는 책을 읽을 때 한 권의 책 안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읽어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부분에서 자신을 읽어내기 때문이다. - P337

우리는 글을 쓸 때 종종 이야기에 빠져서 사람에 관해 쓰는 걸 소홀히 한다. 소설 속에서 자신의 정치관을 피력하느라 등장인물의 생각과 목소리를 소홀히 하기도 한다. - P338

 그런데 작가의 사상은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표출되면 안 되고 은폐되면 될수록 좋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게다가 진정으로 사상성이 뛰어난 작품은 동시대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남의 생각을 무조건 추종하는 사상은 소설에 써넣을 가치가 없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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