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꼭 물고기처럼 느껴졌다. 맹목적으로 인파 속으로 뛰어들어 그들과 같아지기를 원했으나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되어버린. - P265

어머니는 미나가 한가한 부잣집 사모님이 되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미나는 생산지를 떠난 물건은 값이 오르지만 고향을 떠난 사람은 천해지는 법이라면서 이런 식의 부귀영화는 원치 않는다고 받아쳤다. - P268

앞쪽에 경기장 하나가 세워져 있었는데 왁자지껄한 군중이 본래의 모습을 잃은 물고기 떼처럼 경기장을 둘러싸고 맹목적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 P276

마치 누군가 꼬리를 잡아당겨 거꾸로 매단 고양이가 된 기분이었다. 이리저리 흔들려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 P288

현실 속의 수많은 감동적인 순간은 때로 지난 삶의 데자뷔 같다. - P291

쑤모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이 환락 의도시에서 때에 따라 차림새를 달리하고 일분일초를 다투며 자신의 삶과 미래를 꾸려가는 그 여자애가 종일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자신보다 훨씬 더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다. - P293

 대도시의 돈에는 가시가 잔뜩 돋아 있어서 그것을 잡으려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두 팔의 살갗이 찢기고 피를 흘려야 했다. - P294

"사는 게 힘들어요. 앞으로 좋아질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안유에게 물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씩 나아질까요?"
"아니요."
미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안유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 대로 다 지나가기는 해요." - P298

안유는 기운이 빠져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몽둥이에 맞아 기절한 후 털이 홀랑 뜯긴 늙은 암탉이 흠뻑 젖은 채로 물에서 건져내져 간신히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 P305

이 쓸쓸한 세상에서 이 한 번의 만남도 충분히 사치스러운데 무엇을 더 탐낸단 말인가.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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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적인 증오는 마치 부드러운 꽃줄기에 난 뾰족한 가시 같았다. 나는 그 때문에 엄마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게 됐다. 오히려 아빠가 그때 류 선생님과 결혼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엄마의 딸이었기 때문에 해서는 안될 그 생각이 마치 한 잔씩 들이부은 독주처럼 나를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곤란해졌고 엄마에게 정말 미안했다. - P244

사람이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 달릴 때는 뒷모습조차 케케묵은 느낌을 준다. - P248

정이란 것은 불꽃 덩어리 같다. 양방향일 때는 서로 의지하고 기댈 수 있지만 한쪽 방향일 때는 내 어머니처럼 황당하리만치 치근덕대고 미친 듯이 집착하며 증오에 휩싸여 애면글면한다. - P248

꽁꽁 얼어붙은 것들에게는 썩는 것도 일종의 사치였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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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마을은 줄곧 변화를 거듭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나태함은 변한 적이 없었다. 부귀와 빈곤이 함께 넘쳐흘러 재앙이 되었으므로 그 안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신중함과 용기가 필요했다. - P190

그는 일찌감치 현실에 의식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감정을 둘 곳이 없었다. 싫은 동료와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내야 했고 싫은 친구와 연락을 유지해야 했다. 싫은 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해야 했다. 싫은 삶은 다른 사람이 그에게 어설프게 씌운 올가미 같았다. 어두운 늪에서 발버둥 쳐도 빠져나올 기력이 없는 것처럼 그의 상태는 점차 무감각해졌고 삶에 대한 동경이나 자신에 대한 존중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 P191

그는 성인의 삶이란 꼭 모래시계 같다고 생각했다. 한쪽이 다 흘러내면 뒤집어 다시 흘러내리게 하고 그것을 반복한다. 모래시계 안에 갇힌 고운 모래는 한 톨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열정이 있어도 쓸 곳이 없고 꿈이 있어도 시대와 동떨어져 각종 제약을 받는다. - P194

지금 이건 이미 사랑이 아니었다. 그저 겪고 있는 일에 불과했다. 어쩌면 그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더이상 사랑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서로 잘 적응해서 결국 결혼하면 족한 것일지도.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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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거지로 전락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여유롭고 부귀하던 시절에 허투루 보낸 수많은 시간이 되돌아와 그의 뺨을 호되게 후려갈기는 듯했다. - P107

그렇게 엉거주춤하게 서 있자니 가느다란 실 같은 난감함이 소리 없이 그의 피부와 머리카락, 손가락에서 가닥가닥 뿜어져 나와 신들의 초상과 함께 온 집안을 휘젓는 것 같았다. - P110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그가 아는 모든 장사꾼은 예술을 하찮게 여겼다. 그들은 현실적인 이익이 없는 엉뚱한 상상력을 무시했고 감정과 연관된 것은 전부 경시했다. 늘 독선적으로 삶의 감성을 말살하면서 입만 열면 돈 이야기뿐이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 P127

여성에겐 남성보다 더 강한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모성애와 자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여성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더 세심하고 복잡한 것인지도 모른다. - P152

그는 만약 비극이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각자의 무너진 폐허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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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상처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한쪽이 칼로 찌르면 다른 한쪽은 피로써 되갚는 법이니까. - P14

이른 새벽의 해가 머리 높이 걸려 있었는데 마치 술병에 너무 오래 담근 청매실처럼 푸르뎅뎅했다. - P70

어찌나 끔찍한 이야기인지! 순간 공기 중에서 뭔가가 부서지면서 중생들 사이에 반짝이던 자비의 빛이 사라지는 듯했다. 이제 남은 거라곤 들어갈 땐 흰색이던 칼이 나올 땐 살육으로 시뻘게진 것뿐이었다. - P77

지금 샤오줘는 사원이 바깥세상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똑같이 화려하고 똑같이 허무하며 똑같이 잔혹했다. - P82

샤오쥐는 청정심의 느낌을 꽤 오래 경험하지 못했다. 경당에서 공부할 때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방황하기 시작했다. 이 공부가 끝나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타인을 구제한다고? 지금 자기 자신조차 구제하지 못하고 있는데? 예전에 배웠던 것도 전부 무용지물 같았다. 이미 혼란에 빠진 샤오줘는 자기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했다. - P82

선조들이 말씀하시길 ‘용서하라. 그리하면 자손들의 복이 늘어날 것이다. 양보하라. 그리하면 좁은 길도 쉽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말 한마디를 참으라. 그리하면 분란이 일지 않을 것이다. 한 번의 분노를 가라앉히라. 그리하면 건강한 마음을 기를 수 있다‘고 하였다. - P85

소년의 검은 머리가 얼마 나기도 전에 흰머리로 뒤덮이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축하객이 오자마자 조문객이 뒤따르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이를 생각하면 무상할 따름이다. - P85

사실 그에겐 아무 죄도 없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파고들어 결과만 놓고 얘기하자면 피는 위에서 아래로 흘러 이어지므로 무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97

 얽히고 설킨 인연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면 속세의 인연을 벗어날 수 있다. 마음에 아무 근심이 없으면 어디서든 초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고 자유와 여유를 얻을 수 있다. 떠돌이 수행자들의 전설도 아마 그렇게 탄생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누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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