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마을은 줄곧 변화를 거듭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나태함은 변한 적이 없었다. 부귀와 빈곤이 함께 넘쳐흘러 재앙이 되었으므로 그 안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신중함과 용기가 필요했다. - P190

그는 일찌감치 현실에 의식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감정을 둘 곳이 없었다. 싫은 동료와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내야 했고 싫은 친구와 연락을 유지해야 했다. 싫은 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해야 했다. 싫은 삶은 다른 사람이 그에게 어설프게 씌운 올가미 같았다. 어두운 늪에서 발버둥 쳐도 빠져나올 기력이 없는 것처럼 그의 상태는 점차 무감각해졌고 삶에 대한 동경이나 자신에 대한 존중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 P191

그는 성인의 삶이란 꼭 모래시계 같다고 생각했다. 한쪽이 다 흘러내면 뒤집어 다시 흘러내리게 하고 그것을 반복한다. 모래시계 안에 갇힌 고운 모래는 한 톨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열정이 있어도 쓸 곳이 없고 꿈이 있어도 시대와 동떨어져 각종 제약을 받는다. - P194

지금 이건 이미 사랑이 아니었다. 그저 겪고 있는 일에 불과했다. 어쩌면 그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더이상 사랑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서로 잘 적응해서 결국 결혼하면 족한 것일지도.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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