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을 전전하다 거지로 전락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여유롭고 부귀하던 시절에 허투루 보낸 수많은 시간이 되돌아와 그의 뺨을 호되게 후려갈기는 듯했다. - P107

그렇게 엉거주춤하게 서 있자니 가느다란 실 같은 난감함이 소리 없이 그의 피부와 머리카락, 손가락에서 가닥가닥 뿜어져 나와 신들의 초상과 함께 온 집안을 휘젓는 것 같았다. - P110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그가 아는 모든 장사꾼은 예술을 하찮게 여겼다. 그들은 현실적인 이익이 없는 엉뚱한 상상력을 무시했고 감정과 연관된 것은 전부 경시했다. 늘 독선적으로 삶의 감성을 말살하면서 입만 열면 돈 이야기뿐이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 P127

여성에겐 남성보다 더 강한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모성애와 자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여성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더 세심하고 복잡한 것인지도 모른다. - P152

그는 만약 비극이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각자의 무너진 폐허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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