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본토 사람들은 인건비를 끌어내리는 일을 귀신도 울고 갈 정도로 잘했다. 더군다나 선전은 특구이기까지 했다. 특구가 대체 뭔가? 인건비가 더욱 싼 곳이다. - P16
눈이라는 건 정말 보통 물건이 아니지 않은가. 누가 두려워하지 않으랴? 마사지사들이 바라는 것은 프런트가 한쪽 눈은 환하게 열고 다른 쪽 눈은 꼭 감아주는 것이다. 프런트에서 눈을 한 번 뜨느냐 감아주느냐에 따라, 맹인들의 하루가 순조롭게 지나가느냐 아니냐가 결정되었다. - P37
결혼식은 아주 간단히 치를 계획이었다. 제아무리 예쁘게 꾸며봤자 자신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겉치레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맹인의 결혼식이다. - P41
후천적인 맹인은 이와 달리 두 세계를 겪는다. 두 세계를 잇는 일종의 특수한 구역이 있는데, 바로 연옥이다. 그러나 후천적인 맹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연옥을 통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옥의 입구에서 후천적인 맹인은 한바탕 자아의 대혼란과 붕괴를 경험한다. 이 대혼란과 붕괴의 경험은 미친듯이 포악하고 잔혹하며, 폐허가 될 때까지 모든 낡은 것들을 때려부수고 뒤집어엎는다. 기억 깊은 곳에는 그가 결코 잃어버린 적 없는 이전의 세계가 있다. 그가 잃어버린 것은 그와 이 세계가 맺고 있는 관계일 뿐이다. 관계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세계는 순식간에 깊어지고, 단단해지고, 멀어진다. 문제는 이 변화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미리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 P74
후천적인 맹인의 침묵이야말로 진정한 침묵이다. 이 침묵에는 아무 내용도 없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비통함에 하늘을 탓하고 땅에 머리를 찧으며 견뎌온 고난과 절망이 담겨 있다. 그의 침묵은 잘못을 바로잡으려다 지나쳐 더 나빠져버린, 그런 성질의 것이다. 그의 고요 또한 마찬가지이고, 침착함 또한 그러하다. - P75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후천적인 맹인에게는 어린 시절이나 소년 시절, 청년 시절, 중년 시절, 노년 시절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활 후의 그는 곧바로 파란만장한 세상과 맞닥뜨린다. 풋내가 가시지 않은 그의 표정은 세상의 쓴맛 단맛을 두루 거쳐 나온 것이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숨겨진 비기다. 사실 그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며, 가슴속에 내력조차 모르는 사연을 품고 있다. - P76
맹인들은 곧잘 규칙을 만들곤 한다. 그들은 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데 꽤 신경을 쓰고, 어지간해서는 바꾸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일단 그렇게 하기로 하면 계속해서 해야 하는 것이다. 규칙은 그들의 생명과도 같다. 따르지 않으면 고생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길을 가다 모퉁이를 돌 때, 반드시 지금껏 지켜온 규칙을 따라야 한다. 한 발짝을 더 가도, 한 발짝을 덜 가도 모퉁이를 돌 수 없다. 잘못 돌았다가는 앞니와 작별하게 될지도 모른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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