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쿵은 한 가지 이치를 분명히 깨달았다. 사람이란, 제아무리 영리하고 사리에 밝다고 해도, 일단 맹인의 부모가 되고 보면, 자신이 먼저 눈이 멀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들은 평생을 오로지 자신의 일방적인 소망 안에서만 살게 된다. - P137

사랑은 천리 둑이 개미굴 하나에 무너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개미와 같다. 샤오쿵은 자신의 천리 둑에 아주아주 작은 구멍을 하나 냈을 뿐이었다. 나중에 가서 어떻게 막아보려는 마음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 P138

거짓말은 더러운 흔적을 남기며 그녀의 행복을 깎아먹었다. 부모님의 길고 아득하며 과분한 희생을 생각할 때마다 그녀는 자기가 속이고 있는 사람이 부모님이 아니고 자기 자신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거짓말은 멈출 수 없는 행진 같아서. 일단 왼발을 내디뎠으면 다음에는 반드시 오른발을 내디뎌야 했다. 그런 뒤에는 또 왼발, 또 오른발, 그러나 거짓말이란 결국 믿을 놈이 못 된다. 그놈은 반복을 견뎌내지 못한다. 어느 정도 반복을 하다 보면, 거짓말의 힘은 더 세지지 못하고 오히려 약해진다. 약해지고 약해지다 결국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마는 것이다. - P145

사실 쉬타이라이가 주먹을 휘두른 건 용감무쌍해서가 아니었다. 반대로 너무 겁이 많고 약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겁이 많고 약했기에 그는 참아야만 했다. 참을 수 없는 일조차 그는 그저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이 나갔다. - P1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방면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지 모른다. 그런 재능이 밖으로 드러날 때 그 자신은 단지 한 가지 사실만 알 뿐이다. 해보니까 쉽구나. - P97

애원이라는 것이 그렇다. 어느 지경까지 가면 애원은 죽어도 지켜야 하는 명령이 된다. - P109

두훙은 언제나 이렇게 운이 없었다. 처음부터 항상 헛디뎠다. 어디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명 헛디디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걸려 넘어지면 아프지만, 그래도 안정감이 있다. 바닥이 있으니까. 헛디디는 것은 다르다. 잘못 디디면 넘어질 곳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대로 추락이다. 그대로 쭉 떨어져버린다. 멈출 수도 없이. 온몸이 산산조각나는 것보다 더 가슴 떨리고 겁이 나는 일이다. - P111

이제 보니 맹인의 가장 큰 장애는 시력이 아니라 용기인 듯했다. 지나친 자존심이 초래한 약하디 약한 용기. 사푸밍은 어떤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었다. 맹인이 대체 뭐라고 눈이 멀쩡한 사람보다 더 큰 존엄을 지켜야 한단 말인가? 실은 맹인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 세상에는 인간의 존엄이 있을 따름이다. 맹인의 존엄이 외따로 존재한 적은 없다. - P1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오쩌둥은 공포가 날뛰도록 내버려 두면서 자신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거리를 두는, 그럼에도 인정 많은 지도자 역할을 맡았다. 얼마 뒤 폭력성을 제한하기 위해 그가 개입했고 캉성에게 그동안의 책임을 돌렸다. 공포정치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마오쩌둥은 구원자 같은 존재였다. - P248

잘 조율된 정치 운동의 허울 좋은 수면 아래에서는 표적을 찾아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도처에서 학대를 유발했다. 허베이 성에서는 용의자들이 모욕을 당하거나, 매질을 당하거나, 옷을 벗고 추위 속에서 서 있어야 했다. 며칠씩 지속되기도 하는 대회에서 희생자들은 그들이 횡령했다고 주장되는 액수와 일치하는 돈을 횡령했다고 실토할 때까지 계속 심문을 당했다.> - P254

대중의 찬동과 두드러진 사례들을 둘러싼 고도의 선전 활동을 틈타서 더욱 사악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부가 많은 정부 관리들을 재판 없이 조용히 숙청하고 있었다. <실종>이 일상다반사가 되었고 이는 삼반 운동에 예컨대 어떤 집단 전체를 숙청하는 것 같은 또 다른 목적이 있음을 암시했다. - P255

 삼반 운동이 끝날 무렵인1952년 10월에 안쯔원이 작성한 한 비밀 결산 보고서는 120만 명의 부패한 자들이 총 6억 위안에 달하는 돈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결론 내렸다. 범인들 가운데 공산당원은 20만 명도 되지 않았다. 숙청 작업의 상당 부분이 이전 정권 때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공무원들을 상대로 행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 P256

1949년에 마침내 정권을 잡았을 때 공산주의자들은 극심한 인력 부족에 시달렸고 따라서 재계의 상공업적 능력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해방 뒤에도 존속한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그동안 해오던 일에 계속 매진하면서 새로운 정부를 위해 일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 P260

또한 당은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의 갈등을 중재한다는 명목으로 강제력을 가진 관리 위원회를 설립하기도 했는데 해당 위원회는 사실상 노동력과 자본 둘 다를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 P262

로버트 루와 가장 친했던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처음에는 그래서 무척 상처를 받았지만 이내나와 친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위협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나처럼 자본주의에 물든 죄인에게 증오와 경멸을 느낄 뿐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 P2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해보면, 본토 사람들은 인건비를 끌어내리는 일을 귀신도 울고 갈 정도로 잘했다. 더군다나 선전은 특구이기까지 했다. 특구가 대체 뭔가? 인건비가 더욱 싼 곳이다. - P16

눈이라는 건 정말 보통 물건이 아니지 않은가. 누가 두려워하지 않으랴? 마사지사들이 바라는 것은 프런트가 한쪽 눈은 환하게 열고 다른 쪽 눈은 꼭 감아주는 것이다. 프런트에서 눈을 한 번 뜨느냐 감아주느냐에 따라, 맹인들의 하루가 순조롭게 지나가느냐 아니냐가 결정되었다. - P37

 결혼식은 아주 간단히 치를 계획이었다. 제아무리 예쁘게 꾸며봤자 자신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겉치레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맹인의 결혼식이다. - P41

후천적인 맹인은 이와 달리 두 세계를 겪는다. 두 세계를 잇는 일종의 특수한 구역이 있는데, 바로 연옥이다. 그러나 후천적인 맹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연옥을 통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옥의 입구에서 후천적인 맹인은 한바탕 자아의 대혼란과 붕괴를 경험한다. 이 대혼란과 붕괴의 경험은 미친듯이 포악하고 잔혹하며, 폐허가 될 때까지 모든 낡은 것들을 때려부수고 뒤집어엎는다. 기억 깊은 곳에는 그가 결코 잃어버린 적 없는 이전의 세계가 있다. 그가 잃어버린 것은 그와 이 세계가 맺고 있는 관계일 뿐이다. 관계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세계는 순식간에 깊어지고, 단단해지고, 멀어진다. 문제는 이 변화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미리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 P74

후천적인 맹인의 침묵이야말로 진정한 침묵이다. 이 침묵에는 아무 내용도 없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비통함에 하늘을 탓하고 땅에 머리를 찧으며 견뎌온 고난과 절망이 담겨 있다. 그의 침묵은 잘못을 바로잡으려다 지나쳐 더 나빠져버린, 그런 성질의 것이다. 그의 고요 또한 마찬가지이고, 침착함 또한 그러하다. - P75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후천적인 맹인에게는 어린 시절이나 소년 시절, 청년 시절, 중년 시절, 노년 시절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활 후의 그는 곧바로 파란만장한 세상과 맞닥뜨린다. 풋내가 가시지 않은 그의 표정은 세상의 쓴맛 단맛을 두루 거쳐 나온 것이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숨겨진 비기다. 사실 그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며, 가슴속에 내력조차 모르는 사연을 품고 있다. - P76

맹인들은 곧잘 규칙을 만들곤 한다. 그들은 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데 꽤 신경을 쓰고, 어지간해서는 바꾸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일단 그렇게 하기로 하면 계속해서 해야 하는 것이다. 규칙은 그들의 생명과도 같다. 따르지 않으면 고생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길을 가다 모퉁이를 돌 때, 반드시 지금껏 지켜온 규칙을 따라야 한다. 한 발짝을 더 가도, 한 발짝을 덜 가도 모퉁이를 돌 수 없다. 잘못 돌았다가는 앞니와 작별하게 될지도 모른다. - P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완견은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 것으로서, 그리고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타락한 중산 계급의 상징으로서 비난을 받았다. 소수의 특권층 외교관이나 고위 관료를 주인으로 둔 경우를 제외하고 머지않아 도시에서는 개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 P2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