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방면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지 모른다. 그런 재능이 밖으로 드러날 때 그 자신은 단지 한 가지 사실만 알 뿐이다. 해보니까 쉽구나. - P97
애원이라는 것이 그렇다. 어느 지경까지 가면 애원은 죽어도 지켜야 하는 명령이 된다. - P109
두훙은 언제나 이렇게 운이 없었다. 처음부터 항상 헛디뎠다. 어디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명 헛디디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걸려 넘어지면 아프지만, 그래도 안정감이 있다. 바닥이 있으니까. 헛디디는 것은 다르다. 잘못 디디면 넘어질 곳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대로 추락이다. 그대로 쭉 떨어져버린다. 멈출 수도 없이. 온몸이 산산조각나는 것보다 더 가슴 떨리고 겁이 나는 일이다. - P111
이제 보니 맹인의 가장 큰 장애는 시력이 아니라 용기인 듯했다. 지나친 자존심이 초래한 약하디 약한 용기. 사푸밍은 어떤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었다. 맹인이 대체 뭐라고 눈이 멀쩡한 사람보다 더 큰 존엄을 지켜야 한단 말인가? 실은 맹인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 세상에는 인간의 존엄이 있을 따름이다. 맹인의 존엄이 외따로 존재한 적은 없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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