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의 이름은 `흑인`, `백인`조차 아닌 `흑`과 `백`이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그들의 피부색과는 정반대로 흑인 목사는 백의 세계를, 백인 교수는 흑의 세계를 대변하고 있다. 그들의 인생 경험이 의미하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데, 흑인 목사는 검은 어둠 같은 세계에서 밝은 흰색 빛의 세계로 나왔고, 백인 교수는 밝은 빛의 세계에서 태어나 점점 회색으로 어두워져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빠졌다. 흑과 백이 의미하는 바는 시종일관 아이러니하다.
흑인 목사는 끊임없이 예수의 존재와 그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반면 삶이 곧 고통이라 여기는 백인 교수의 견해는 표층적인 차원에서 보면 묘하게도 불교의 기본 사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책 한 권에 이르는 길고 긴 토론과, 흑인 목사의 끈질긴 회유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백인 교수는 자기 생각을 결코 굽히지 않고 떠난다. 백인 교수가 거짓말처럼 생각을 바꾸고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결말이 아니어서 오히려 더 와닿았다. 바로 그 점이 매카시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서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있었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를 들여다볼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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