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일본 병사의 대부분이, 그리고 패전 후 일본인의 대다수가, 전쟁기의 잔학행위를 알게 될 때마다 자신들이 나쁜 짓을 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바로, ‘전쟁이란 그런 거야‘라는 식의 사고로 방어하고, ‘그 이상은 말하면 안 돼‘ 하며 몸을 사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양한 이유를 붙인다. ‘잠자는 아이를 깨우지 마라, 국익에 손해를 끼친다, 배상을 청구하면 어떻게 하나.‘ 전후세대도 이와 같은 감정적인 과잉방어를 계승하며 살아온 게 아닐까? - P208

그에게 전환점이 된 것은, ‘죽임을 당한 자의 처지에서 보았을 때 나는 어떤 인간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 된 시점이다. - P220

그는 "포로를 죽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불교도로서)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저항에 대해, 일본적 집단주의에서는 명령자가 처벌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명령자, 즉 처벌하는 자가 개인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대신 집단 전체가 ‘저 자식은 못 써‘라고 판단하여 진급시키지 않음으로써, 보이지 않는 처벌을 한다. 보이지 않는 처벌에서 처벌하는 자는 숨어 있다. 처벌하는 것은 집단이다. 물론 그가 "포로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적극적으로 항의했다면 공개적으로 처벌당했을 것이다. - P227

밀그램은 ‘어떤 목적을 수행하고자 하는 사회 조직에서 사람은 손쉽게 ‘대리 상태‘가 되며, 자신을 타인의 요구를 수행하는 도구로 간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 P233

부하의 마음속에서 책임은 줄곧 윗사람이 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부하는 ‘권위에 의한 허가‘를 요구한다. 사실 윗사람에게 계속해서 허가를 구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이 도덕적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감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볼수 있다. - P234

복종은 반대 의지나 철학이 극적으로 대결하는 형태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관계, 영달의 희망,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기술적인 관행이 만연한 분위기 속에서 나타난다. - P235

순종적인 것이 선(善)으로 간주된다. 판단력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만 요구되며, 목적 그 자체에 대한 회의나 비판은 기피된다. 그리고 업무는 집단의 관점에서 수행된다. 살인이나 반사회적 행위조차도 업무일 수 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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