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만 해도 일본은 괴물이면서 또한 스승이기도 했다. 일본은 중국을 가르쳤다. 수천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일본에서 공부했다. 일본은 피란처였다. 중국 정부가 명망 있는 혁명가 쑨원을 포함해 반대자들을 탄압하자 그들은 도쿄로 망명했다. 또한 일본은 중국의 롤 모델이었다. 중국의 개혁 엘리트들은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이 어떤 식으로 군사화와 산업화를 실현하여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나서게 되었는지주목했다. 좋든 나쁘든, 20세기 중국사의 대부분은 일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들어졌다. 일본과 중국이 ‘순치(이와 입술의 관계)‘라는 것은 상투적인 표현이었다. - P26

20세기 초까지 일본은 대륙 진출의 야망을 지닌 제국으로 자신을 개조한 아시아의 강대국이었다. 반대로 중국은 완전히 굴욕을 당했다. ‘동생‘과 벌인 첫 번째 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은 다음에는 일본을 비롯한 여러 제국주의 열강에게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못한 채 많은 영토를 빼앗기는 상황을 감수해야 했다. 이들에게는 일본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자기 힘으로 부흥에 성공한 일본의 능력에 대한 존경이 뒤섞여 있었다. - P37

거의 1000년 동안 중국 왕조들은 과거제도로 관료들을 통제해왔다. 그러나 과거시험의 문제들은 경직되었고, 긴급한 현안과 거의 관련 없는 고전적인 판례들의 지식만 요구했다. 1905년, 청은 대담한 조치의 하나로 과거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과학과 외국어 공부를 요구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인생의 수십 년을 과거시험만을 위해 공부하며 보냈던 수많은 소외된 엘리트는 기회의 사다리를 강탈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제도의 종말은 중국의 구세대가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1937년까지 30년 동안 약 3만 명의 중국 학생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과거와는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었다. 예전에 아시아인들은 언제나 중국으로 배우러 왔지만, 지금은 일본이 스승이었다. 예를 들면, 장제스는 중국 학생들에게 군사 전략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도쿄의 진무학교에 입학했다. 동료 학생들 중에는 중일전쟁 중 군정부장을 지낸 허잉친도 있었다. (중략) 그에게 일본에서 3년간의 생활은 일본의 질서의식, 외교, 근대화에의 헌신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서도 깊은 경계심을 품게 했을 것이다. - P38

장제스, 마오쩌둥과 마찬가지로 왕징웨이 역시 젊은 시절 중국에 구원이 필요하고, 자신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할 사람이라는 신념을 지녔다. 1905년, 왕징웨이는 청을 전복시키려고 쑨원이 만든 비밀 결사조직인 중국동맹회에 가입한 뒤, 금세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중략) 왕징웨이 역시 일본 유학을 선택했다. 1904년 일본에 도착해 법률과 정치를 공부했다. 그곳에 있는 동안 『민보』의 편집자를 맡았고 열정적인 구호로 중국에는 혁명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주요 독자들 중 한명이 젊은 장제스였다.
불과 스물두 살의 나이에 왕징웨이는 쑨원의 헌신적인 혁명 동지가 되어일본에서 돌아왔다. - P40

처음에는 공화국에 대한 많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권력이 정당과 의회가 아닌 군벌들에게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위안스카이는 군사력을 이용해 쑨원을 밀어내고 자신이 대총통이 되었다. 외국 열강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쑨원보다 군인이 정권을 장악하기를 원했다. - P42

1919년 5월 4일, 베이징 내 여러 대학에서 3000명의 학생이 외국 공사관 지역으로 행진했다. 그리고 일본의 이익을 변호한 장관을 ‘나라를 팔아넘긴 도둑‘이라 비난하면서 그의 집에 불을 질렀다. 학생들은 "민주 선생과 과학 선생"을 이용하여 "국내 군벌과 국외 제국주의"로부터 고통받는 사회를 구하자고 맹세하는 운동을 광범위하게 촉발시켰다. 시위는 몇 시간 만에 끝났다. 하지만 그 여파는 다가올 10년 동안 중국의 사회와 문화를 탈바꿈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신문화운동은(이 시위를 기념하는) ‘5·4운동‘과 뒤얽혔다. 애국적인 중국인들은 영원한 약점처럼 보였던 중국의 여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 발전과 정치 개혁을 요구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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