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금융의 일상화로 투자가 주업이 된 사람들이 허다하고, 기술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임금노동의 비중은 계속 줄고 있지만, 빈곤 통치에서 임금노동이 갖는 위상은 여전히 견고하다. 노동이라는 기준이야말로 근대 빈곤 통치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이기 때문이다. 강제노역에서 근로연계복지에 이르기까지, 빈곤 통치의 역사는 인간에게 노동을 강제하기 위한 일련의 지식과 제도를 구축해온 과정이다. - P105

공익 활동은 학계와 언론, 노동운동계가 농민공 문제에 대해 부단히 제기해온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권리의 박탈 문제를 미봉할 뿐 아니라, 지역 내 위계 관계를 묘하게 비틀었다. 노동자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기생하는 폭스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폭스콘의 온갖 편의를 봐준 정부, 금방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을 짓고 외지 청년들로부터 꼬박꼬박 임대료를 챙겨온 지역 소유주까지, 폭스콘의 지역 생태계에서 한자리를 차지한 관계자들이 센터 활동의 후원자를 자처했다. 이들은 붉은 행사 현수막을 배경 삼아 자원봉사자 조끼를 입은 폭스콘 노동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정부나 기업의 민생 업적으로 ‘스펙화하기 바빴다. 어찌 보면 이는 폭스콘기업이 노동자 자살 방지를 위해 기숙사 창문에 창살을 설치하고그 아래 그물을 깔아두는 행태보다 더 잔인했다. 자원봉사자로 호명된 노동자가 자신을 철저히 소외시킨 공공의 ‘사회‘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 P115

쭤메이가 돌봄노동을 ‘자유‘로 번역하면서 노동 유연화를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은, 가정에서 노동력 재생산이 비가시화되고 심지어 ‘여성 노동‘으로 오독된 데 대한 페미니즘의 비판을 상기하면 자못 당황스럽다. 이 풍경은 가난한 농촌여성이 가정에서의 전통적인 성 역할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결과라기보다, 도시에서 열정을 부추겼던 일들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결혼이 유일한 돌파구가 되어버린 절벽 상태를 비춘다. 결혼은 어느새 절박하게 성취해내야 할 목표가 됐다. - P132

‘사회적 공장‘은 노동자들을 단순히 기계, 노예, 짐승으로 억압하는 대신 이들의 열망을 한껏 부추기는 방식으로 가치를 수탈한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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