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선별적 포섭, 보호, 배제를 제도화하면서 공공부조 수급자에서 난민·이주자에 이르기까지 빈자를 식별하고 등급화한다. 지구상의 공유부commons 를 상품화하고, 인간생명을 인적 자본으로 취급하며 경쟁을 독려해온 기업은 고도로산업화·전문화된 반빈곤 네트워크의 젖줄이 됐다. 이들은 사회공헌, 윤리적 자본주의, 임팩트 투자, 환경·사회·거버넌스ESG 등 시기별로 다양한 구호를 변해가면서 빈곤산업의 언어와 문법을 ‘혁신‘하고, 다수의 빈곤을 초래한 대가로 축적한 자본의 극히 일부를정부, 대학, 비영리재단, 시민단체에 세련된 퍼포먼스와 함께 재분배한다. - P5

숱한 제도적 · 실천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결핍이란 지워내야 할 불운, 수치, 숙명으로 남았다. 그런 점에서 빈곤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 P6

6장은 한·중 대학생으로 구성된 한국 대기업 자원봉사단이 중국에서 벌인 활동에 관한 문화기술지다. 일방적인 선물을 거부하는 중국-국가, 전략적 이익에 몰두하는 기업, ‘진정성 게임‘을 반복하는 실무자, 타인의 빈곤보다는 자신의 불안을 치유하고 싶어하는 한국 학생, 빈곤산업의 내부고발자를 자처하는 중국 학생이 뒤엉킨 현장은 빈곤 레짐의 통치성에 대한 정돈된 비판을 거스른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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