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기본적으로 타자와 매우 긴밀하게 관계를 맺는 행위이며, 그렇기 때문에 번역에는 번역가가 한 인간으로서 타자와 관계를 맺는 일반적 방식이 반영된다.-pp.111
번역 같지 않은 번역이 찬사를 받아 번역이 아니라는 가상의 느낌을 만드는 데 주력하게 되면, 번역은 ‘번역 냄새가 나지 않는, 매끄럽게 잘 읽히는 가독성 높은‘ 글로 규격화되고 표준화되어갈 가능성이 있다. 처음부터 우리말로 쓴 글에는 제1요구조건이 되기 힘든 ‘가독성‘이 번역의 결과물에는 제1요구조건처럼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그런 위험의 신호일 수도 있다.-p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