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휴일날 출근하고 오후 2시쯤 들어오는 남편이 차가 마구마구 흔들려 운전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흘렸다.

창밖을 내다보내 햇빛을 쨍쨍한데 가지만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정말 많이도 흔들리는 것 같다. 점심을 먹고난 민경이는 한참을 이것저것(그림그리기, 장난감 가지고 놀기 등)하고 놀다가 배가 출출해 지는 지 지난번 제과점에 들렸을때 눈에 들어온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한다.

 당시엔 민경이가 원하는 피자빵만 하나 사고 햄버거는 그냥 지나쳐 버렸었다. 민경이는 피자빵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피자빵만 쥐어져도 흡족해 했다.

그런데 문득 그날 본 햄버거가  머리에 떠오르는지 햄버거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밖에 나가기가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햇빛이 화창해서 오리털 파커를 입혀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1층으로 내려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바람이 얼라나 세게 몰아치는지 다시 현관 안으로 들어와 민경이 모자를 단단히 씌었다. 용기를 내어 다시 마음먹은 제과점으로 향하기로 했다. 

아파트 측면 샛길로 가면 바람이 덜 불것 같아 민경이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는데 바람이 얼마나 세게 몰아치는지 앞을 보고 걸을 수가 없었다. 몸의 균형을 잡지못할 정도로 세게몰아치는 바람속에서 제과점은 왜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그러나 민경이는 햄버거를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바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다. 제과점 앞에 다다랐을때 다른곳으로 향할까봐 빨리빨리 제과점으로 들어가자고 조그만 손으로 소매를 잡아끈다. 

원하는 햄버거를 사가지고 제과점을 나왔지만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갈 길이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용기를 내어 돌아온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파트 정원길을 따라 걷다보니 세차게 부는 바람속에서도 파릇파릇 연한 새싹들이 돋아나는 모습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앙상한 산수유 나뭇가지에도 노오랗게 꽃몽오리가 맺힌게 곧 피어날 채비를 하는듯 하다.

민경이에게 가던길을 멈추고 노오란 산수 꽃몽오리를 보여주니 즐거워 한다.  날씨만 좋아도 민경이에게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었지만 바람이 너무나 새게 불어서 얼른 가던길을 제촉했다.

드디어 아파트 현관앞에 다다랐을때 바람의 세기는 절정을 이루어 민경이 모자가 훌러덩 벗겨지고 말았다. 단단히 동여 맺지만 봄을 시샘하는 바람 앞에서는 당해내질 못한 것 같다. 

그날 민경이는 무사히 집에 돌아와 원아던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흡족해 했다. 그 바람에 난 몸살기가 있는지 몸이 으슬으슬 한게 봄바람을 쐐인덕을 톡톡히 보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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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3-13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어. 어제 바람 심하게 불더라~~~
산수유 나무도 있구나. 담에 가면 보여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