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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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지구의 덩어리에서 어디를 쪼개고 들어가도 인간의 모습은 같을테지... 그 작은 동네 원미동에 사는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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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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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욕실 유리컵에 꽂힌 세 개의 칫솔과 빨래건조대에 널린 각기 다른 크기의 양말, 앙증맞은 유아용 변기 커버를 보며 그렇게 평범한 사물과 풍경이 기적이고 사건임을 알았다.

#173. 강의를 마치고 돌아올 때 종종 버스 창문에 얼비친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오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나왔다. 어떤 사건 후 뭔가 간명하게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을 불만족스럽게 요약하고 나면 특히 그랬다. '그 일' 이후 나는 내 인상이 미묘하게 바뀐 걸 알았다. 그럴 땐 정말 내가 내 과거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화는, 배치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마음 속에는 얼음 가시들이 촘촘히 박혀 한기가 가득한데, 바깥은 여름이다. 눈이 시리도록 부신 바깥의 그 열기가 차가운 슬픔까지는 들어오지 못한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그 고통의 가시들이 다 녹아 사라질까? 글이 화려하지 않은데 반짝거리고, 너무나 일상적인데 찬란하다.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정의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다. 존 맥그리거의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과 <너무나 많은 시작>을 읽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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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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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만 따뜻한 단편드라마를 본 듯하다. 80분의 기억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연약한 삶을 붙들고 사는 이들의 만남과 우정...인생의 잔잔한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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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 - 고은 작은 시편
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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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시간도 순간이 만들어주는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눈깜빡하면 사라져 버리는 '찰나' 속에 작은 이야기가 시인의 눈을 통해 광대한 그림으로 펼쳐진다. 시인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 곳, 그 때에 그런 의미가 담겨져 있는지 나는 또 몰랐을 것이다.

#13.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 보았다.
#21. 부들 끝에 앉은 새끼 잠자리 온 세상이 삥 둘러섰네.
#29.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 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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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에오스 클래식 EOS Classic 10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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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을 다시 만나는 기쁨은 생각보다 컸다. 어릴적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 빠진 나를 종종 위로해주곤 했었는데...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너무 아쉬웠다. 꽃이 눈처럼 날리는 초록색 지붕, 다이애나, 자작나무 숲, 퍼프소매, 마릴라 아줌마, 매슈 아저씨... 아저씨가 돌아가셨을 때 진짜 많이 울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동안 어린 나를 설레게 했던 길버트^^ 추억에 한껏 부풀어 오른 벅찬 가슴이 계속 두근거린다.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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