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verdandy > [퍼온글] 다양한 구분-coffee to coffee


Coffee to Coffee

 

1. 볶음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


인스턴트 커피는 가용성 커피(Soluble coffee)라고도 하며, 커피원액을 만든후 수분을 제거하여 고체화(분말 또는 과립 상태)한 커피로, 우리가 쉽게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커피입니다. 대개 로부스타종 커피를 사용하여 만듭니다.
이에 반해 볶음 커피는 커피콩(커피빈/생 커피)을 잘 볶고, 갈아서 뜨거운 물로 차 우리듯이 조리해서 마시는 커피를 말합니다. 질 좋은 아라비카종의 커피를 사용하여 향기와 맛이 좋으며, 생활 수준의 향상과 자연 식품 선호 붐에 편승하여 차츰 애호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주로 아라비카종 커피를 볶아서 사용합니다.

   

 

 

2. 커피의 3대 원종?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를 커피의 3대 원종이라고 합니다. 커피는 식물학상의 분류에 의하면 꼭두서니과(Rubiaceae)  코페아(Coffea)속의 야생 상록수로서 현재 식용으로 재배되는 것은 약 10여종이라고 합니다. 그중 아라비카(Arabica)종이 전체 생산량의 약70% 이상, 로부스타(Robusta/Coffee canephora)가 약20%이상이 생산되며, 그밖에 리베리카(Liberica), 엑셀사(Excelsa/Coffea dewevrei)등이 소량 생산되나 품질이 좋지 않아 경제성이 없다고 합니다. 커피는 적도를 끼고 남, 북위 25°사이의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며 이 지역을 커피벨트 혹은 커피존(coffee belt/coffee zone)이라고 부릅니다.  아라비카종의 커피는 대체로 향과 맛이 뛰어난 커피로, 까다로운 재배조건(커피존에서 고도1000~2000m의 높은 지대, 20℃안팎의 연 평균 기온, 연 1500~2000ml의 강수량, 적절한 일조량, 기름진 토양/화산토, 상대적으로 적은 수확량 등등)으로 재배에 많은 수고가 따릅니다. 이에 반해 로부스타종의 커피는 비교적 병충해에 강하고 저지대에서도 잘 자라서 대량 경작과 수확이 쉬운 반면, 맛과 향이 많이 뒤진답니다. 여기서 다시 맛과 품질을 따져서, 아라비카종 커피를 브라질(세계 제일의 커피 생산국)커피와 콜롬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마일드 커피로 구분하여서, 로브스타와 함께 세계 3대 커피라고 부릅니다.  

 

3. 레귤라 커피/고메이 커피/스페셜티 커피/원두 커피/배전두 커피?


보통, 커피숍의 메뉴를 보면 레귤라 커피, 원두커피, 고메이(그루메) 커피, 스페셜 커피 등으로 적힌 커피를 볼 수 있습니다. 질이 좋은 커피 생두(Green bean)을 잘 볶고(Roast) ⇒ Specialty coffee/Premium coffee, 정도에 맞게 갈아서(grind) 여러 가지 방법으로 뽑아서 맛있게⇒Gourmet(구르메/불어)커피,
일상적으로, 보통으로 마신다 해서⇒Regular coffee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두커피라는 말로 부르기도 하고, 볶은 콩 커피라 해서 한자로 焙煎豆 커피 혹은 가배커피라고 일본식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볶은 커피로 부르면 좋을 듯 합니다.결국 다 같은 커피를 말하는데, 물론 질 좋은 아라비카종의 잘 볶아진 커피를 일컫는 말이지요. 아라비카종(레귤라용)의 커피는 카페인의 양도 로브스타종(인스턴트용) 커피에 비해 1/2정도 함유한다고 합니다.

 

 

4. 콜롬비아 커피/ 브라질 커피/ 블루마운틴 커피?

 

아라비카종의 커피가 마일드와 브라질로 나뉜다고 했지요. 마일드를 또 콜롬비아 마일드와 그 밖의 마일드로 나누기도 합니다. 커피존의 지역에 따라 중·남미권, 아라비아/아프리카권, 동남아권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아라비카종 커피 종자(씨앗)도 티피카, 버번, 카투라, 마라고지페 등 여러 종류가 있어서, 지역에 따라 종자에 따라, 경작방법에 따라, 수확 건조 방법에 따라 제각기 독특한 맛을 갖게 됩니다. 당연히 지역에 따라서 커피 맛의 특징이 다르며, 또한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일반적으로 나라이름->지역이름(지방명이나 선적항구, 집하장 등)->농장이름 순으로 구체적으로 적혀 있을수록, 등급 표시가 높을수록 좋은 고급의 커피입니다. 예)Colombian Bucaramanga Supremo는 콜롬비아의 부카라망가 지방에서 재배된 커피 중 선별하여 스크린#18이상의 수프리모(최상)급 커피입니다.  참고로 커피의 주요 생산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중남미권 : 브라질,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페루, 멕시코, 온두라스,자마이카, 쿠바, 하이티 등.
  • 아시아, 태평양 : 인도, 인도네시아(자바,수마트라,술라웨시), 중국, 파푸아 뉴기니, 하와이 등.
  • 아라비아/아프리카권 : 예멘, 이디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아이보리코스트 등.

  5. 다크 로스트/ 미디엄 로스트/ 시티 로스트?

 

 
커피의 생콩(green bean)은 약간 비릿하고 매캐한 풀냄새 비슷한 냄새 외에는 커피 특유의 향과 맛이 없습니다.  이 것을 불에 잘 볶으면(roast) 맛과 향이 생깁니다. 이 때에 어느 정도로 볶느냐에 따라서 맛과 향에 많은 차이가 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커피는 생산 지역에 따라, 품종에 따라 특징이 제각기 달라서, 그 특징에 맞게, 마시는 사람의 기호에 맞게, 쓰임에 따라서, 볶음 정도(Roasting grade)를 달리 해서 볶습니다. 그래서 볶아진 상태에 따라 크게, 옅게 볶음(Light roast)/ 중간 볶음(Medium roast)/ 짙게 볶음(Dark roast)의 3단계로 나누기도 하는데 표로 구분해 보겠습니다.

 

 

Roasting Grade   

약배전

라이트 로스트 (Light Roast)

아주 약하게 볶음

약배전

시나몬 로스트 (Cinamon Roast)

약하게 볶음 . 시나몬 ( 계피 ) 색에 가까움

중배전

미디엄 로스트 (Medium Roast)

중간 볶기에서 약하게 볶은

중배전

하이 로스트 (High Roast)

중간 볶기

중배전

시티 로스트 (City Roast)

중간 볶기에서 강하게 볶은 . 뉴욕시티에서 시작됐다고 해서 시티 로스트

강배전

풀시티 로스트 (Full City Roast)

약간 짙게 볶기

강배전

프렌치 로스트 (French Roast)

짙게 볶기

강배전

이탈리안 로스트 (Italian Roast)

아주 짙게 볶기

 

6. 블렌드 커피/브랜드 커피?


블렌드(blend)는 섞기 혹은 섞음이라고 합니다. 단종 커피(한 가지 종류의 커피/ 스트레이트 커피)에는 제각각 개성이 있고, 좋은 맛이 있지만, 부족한 맛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종류의 커피를 섞어 균형 잡힌(조화된) 맛을 창조하는 것을 블렌드라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커피의 개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도 블렌드하기도 하며, 고가의 희귀한 커피 맛을 저가의 커피를 이용하여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예;블루마운틴 타입 혹은 블렌드) 블렌드하기도 합니다. 커피에 자신있는 외국의 레스토랑 메뉴에서는 종종 Our own special blend(스페셜 하우스 블렌드, 하우스 스페셜이라고도 함)라고 쓴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 가게만의 독자적인 특별 섞음 커피'라는 뜻입니다. 브랜드(brand)는 상표라는 뜻으로, 「커피 미소」에서 볶은 커피에는 「커피 미소」라는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지요. 물론 블렌드(섞음)한 「커피 미소」커피도 「커피미소」라는 브랜드(상표)로 나갑니다.

 

7. 산지별 커피의 맛

 

Coffee

Taste

과테말라 안티구아(Guatemala Antigua)

스모키한 독특한 향과 블랙 초콜릿의 끝 맛이 개운한 커피

코스타리카 타라쥬(Costa Rica Dota Tarrazu)

향이 풍부하고 마치 브랜디 같이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결점이 별로 없는 커피

콜롬비아 수프리모(Colombia Supremo)

균형 잡힌 신맛과 단맛, 쓴맛이 조화를 이룬 mild한 커피의 대명사

브라질 산토스(Brazil Bourbon Santos)

향기가 smooth하며 알맞은 산도에 고상한 맛. 블렌드 커피에 많이 쓰임

이디오피아 이가체페(Ethiopia Yirgacheffe)

포도주의 은은한 신맛과 과일  향, 초콜릿 맛이 어우러진 순한 맛

케냐AA(Kenya King AA)

풍부한 향기와 독특한 쌉쌀함, 포도주 같은 여운을 지닌 커피

탄자니아 킬리만자로(Tanzania Kilimanjaro)

와인 향과 꽃향기가 살짝 감도는 신맛과 감칠맛이 조화된 커피

인도네시아 만델링(Indonesia Mandheling)

풍부하고 깊은 맛과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자연의 낭만적인 맛

파푸아 뉴기니(Papua New Guinia)

Organic 향기와 신맛, 감칠맛, 단맛 등이 잘 어우러진 균형 잡힌 커피

예멘 모카(Yemen Mocha)

감칠 맛 나는 초콜릿의 여운을 지닌 풍부한 향기와 균형 잡힌 개성의 커피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Jamaica Blue Mountain)

부드러운 맛과 우수한 향, 균형 잡힌 조화된 맛. 세계 최고의 명성을 지닌 커피의 황제

 

참고!) 커피의 맛,품질을 표현하는 요소에 대해...


1 .아로마(aroma) : 커피 볶는 과정에서 열작용으로 생기는 각종 휘발성 방향 물질에 의한 커피 향기. 커피를 볶으면 약 800여 가지의 방향물질이 생깁니다.
 

 

2. 바디(body) : 커피 맛의 농도와 깊이. 농밀함. 흔히 '입안에 가득찬 혹은 꽉 찬 느낌의 정도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3. 산도(acidity) : 신맛의 정도. 커피의 신맛은 쓴맛, 단맛과 함께 커피 맛의 3대 요소입니다. 좋은 신맛은 새콤하다라고 표현되며, 일반적으로 고도가 높은 데서 재배된 커피가, 뉴 크롭(신 생산품)이, 옅게 볶을수록 신맛이 잘 살아납니다. 잘 못 볶던가, 볶은지 오래되었던가, 잘 못 보관했다던가, 잘 못 추출한 경우, 나쁜 신맛이 나기도 합니다.

 

4. 플레이버(flavour) : 향미, 맛(수용성 물질에 의한 Taste)과 향기(방향성 물질에 의한 Aroma가 합하여 만들어내는 커피 특유의 맛. 좋은 커피에는 풍부한 향미(flavour)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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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verdandy > 고대사의 맥을 제대로 짚었다


훌륭한 책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민족사관의 입장에 섰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나름대로 근거가 뚜렷하고 체계가 서 있다. 그런 내용을 아름다운 유화에 담아냈으니 금상첨화로세. 화풍의 대부분은 서양화(유화)지만, 일부 그림들은 또 일본 전통 화풍을 채용해서 흥미롭기도 하다.

<대쥬신제국사>를 본 지 오래 되어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그 책 서문에서 김산호 화백이 이 그림들을 그린 것은 단순히 역사적 고증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뭔가 영감 같은 것을 받아 그렸다고 설명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나도 그 그림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딱히 꼬집어 이유를 말할 수는 없으나 정말 뭔가 실제로 일어난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영감에만 의지하지 않고, 그 사이에 쏟아져나온 새로운 학설들을 열심히 흡수하여 보강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칭찬할 만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신라 김씨왕권의 유래를 선비족(모용씨) 별동대에서 찾고 있는 점. 신라 왕릉에서 발굴되는 유물들이 흉노가 몽골고원과 시베리아에 남긴 유물들과 놀랄 만큼 유사성을 보이는 점이 이 이야기를 읽고 비로소 풀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 책의 중심 내용은 신라의 기원이 아니라 일본과 백제의 관계이다. 논지의 중심은 <비류백제와 일본의 국가기원>과 일치하고 있으므로, 이해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백제의 기원지로 일컬어지는 대방고지(오늘날의 요령성 서부 해안가) 이전 역사, 즉 북만주에서 소서노와 비류 세력이 고구려와 공존하던 시절부터 추적하여 그려낸 것은 처음 보는 시도라 대단히 신선했다. 倭의 어원이 위(上)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처음 듣는 것이지만 나름대로 합리적 설명이라 생각되었다.

나아가 百濟를 '밝지'(밝은 땅, 태양의 나라)로 풀어낸 것을 보고는 무릎을 쳤다. 고구려의 어원이 '가우리'일 것이라는 주장을 내가 처음 접한 것도 <대쥬신제국사>에서였는데, 지금은 그 주장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백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우리말의 음차일 것이란 생각만 했지 정확한 어원이 무엇일까 궁금했었는데, 김산호 화백의 설은 분명히 설득력이 있었다. 위국(倭國) - 위밝지(倭百濟) - 나라밝지(奈良百濟)로 이어지는 계통적 설명은 백제사에 얽힌 수많은 수수께끼들을 잘 설명할 수 있는 틀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지도가 훌륭하다는 것. 화백의 작품이니만큼, 역사 교양서에 수록되는 보통 지도들보다 훨씬 큼지막하고 유려하게 고대 세계 각 세력들의 분포와 이동로가 잘 그려져 있다. 올컬러 인쇄에 고급용지를 사용해서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소장용으로 손색이 없다.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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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갈대 > 진화의 핵심 = 네트워크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내가 가끔 들르는 어떤 사이트 주인장께서 2003년에 읽은 좋은 책 5권 중 한 권으로 꼽으셨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 먼저 읽고 추천하는 책들은 대개가 만족스럽기 마련, 서점에 들렀다가 눈에 띄어 냉큼 샀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리뷰를 쓰기 위해 모니터와 마주한 지금, 내가 이 책에 지고 있는 이 엄청난 빚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육천 원이라는 가격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이 책의 가치를 말이다. 다행히 뒷표지에 리처드 메츠거라는 사람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고 있다. "하워드 블룸은 다윈, 프로이트,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몇 안 되는 선구적 학자들 중 한 명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최근까지 우리 인간은 세상을 나누면 나눌수록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왔다. 어떤 대상을 더 작은 부분으로 계속 쪼개는 '환원주의'가 모든 분야의 학문에서 주된 연구방법이었다. 물리학자들은 원자를 핵과 전자로 나눴고, 핵을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나눴으며 이들을 다시 더 작은 입자들로 나눴다. 가장 작은 궁극의 입자를 밝혀낸다면 우주 전체를 움직이는 절대법칙을 알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유전학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각각의 유전자를 알면 유전자들의 집합인 개체를, 더 나아가 개체들의 집합인 사회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다. 심지어 리처드 도킨스 같은 신다윈주의 학자는 근본적인 개체는 우리 각자의 내부에서 우리를 조종하는 유전자이며, 이 유전자는 극도로 이기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로는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잘 알다시피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어떤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흔히 각 부분들이 모여 전체의 특징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이젠베르크는 "전체가 부분의 특징을 결정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사실에 너무 놀랐던 나머지 그는 자신의 자서전 제목을 <부분과 전체>로 정했다(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출판되고 있다). 명백히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며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부분들에 집착하기보다는 부분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했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엄청난 충격을 던져 주었으며 21세기의 화두 '네크워크' 이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현재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차드 도킨스를 비롯한 신다윈주의자들은 유전자 하나하나에 집착한다. 그들은 유전자 A가 행동 A를 이끌어내고 유전자 B가 개체 B의 어떤 특징의 원인이며 유전자 C 때문에 집단이 어떤 경향을 띤다는 식의 설명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형질 발현에 참여하는 유전자는 딱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형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알아야만 한다. 설사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형질을 나타낸다 하더라도 그 형질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어떻게 유전자 A가 형질 B의 원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부분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저자는 유전자들, 개체들, 집단들 간의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춰 진화를 다시 해석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진화의 핵심은 "협동과 관계"이지 "유전자의 이기성"이 아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창조의 시작은 사회성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중성자, 양성자, 전자 모두는 본능적으로 결합을 원한다. 이들이 모여 원자가 되고 원자들이 모여 분자가 되며 이런 식으로 계속 결합하여 소행성, 행성, 태양계, 은하계, 다은하계 행렬이라는 거대한 격자들까지 이루어졌다. 생명체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초의 미생물 중 하나인 스트로마톨라이트의 화석은 이들이 서로 돕는 세포 집단들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분업을 통해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번성하고 있는 박테리아 역시 네트워크의 달인이다. 이들은 고도의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습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저자가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대상은 인간이다. 저자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제시된 집단 정신(GLOBAL BRAIN)이라는 개념이 실은 아주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왔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 모방과 다양성이 집단내에서 뿐만 아니라 집단 간 토너먼트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이렇듯 저자는 놀라운 통찰력으로 여러 현상들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으며 다루는 내용 또한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미래까지, 미생물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무조건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읽는 내내 벼락을 맞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읽기 전보다 무척 깊고 넓어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선구적인 저작이고 머지 않아 고전이 될 것이다. 번역도 매끈하고(이렇게 번역이 잘 된 과학책은 정말 드물다) 각주도 친절하게 달려 있다. 저자의 정교하고 논리적인 글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문학작품을 읽는 기분이랄까). 내용도 재미있고 그다지 어렵지 않다. 도대체 어떻게 더 칭찬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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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hoyahan1 > 슬프고, 위험하고, 아름답고, 흥미로운 곳!

 

가치 있는 책에는 나름의 장점이랄까, 미덕이란 것들이 있다. 이 책도 여러 미덕을 갖추고 있는데, 우선 다른 여행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해박한 역사지식을 들 수 있다. 여행서와 역사란 언뜻 무거운 궁합으로 보이지만 여행서를 읽는 대부분의 목적은 외국의 문화가 궁금해서가 아니던가. 그리고 문화란 다름아닌 그 나라가 겪어온 역사가 현재의 생활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깊이 알고 그 나라를 여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서들은 추측과 인상으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캄보디아에 가면 캄보디아인의 역사가 펼쳐지고, 베트남에 가면 베트남인의 역사가 펼쳐진다. 앙코르 와트에 대해 몇몇 글들을 읽었지만 직접 앙코르에 가고 싶다고 느낀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보는 사람마다 똑같은 탄성만 내지르는 앙코르 와트라 오히려 심드렁한 기분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막연한 감동 대신 앙코르의 조각에서 캄보디아인의 문화와 생각들을 실감나게 읽어내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신비의 극치를 달리는 국적불명의 유물만이 아닌, 고대 캄보디아인 삶과 정신세계가 깊게 아로새겨진 앙코르와트를 소개받은 것 같았다.

베트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경이라기엔 비효율적으로 길쭉한 베트남의 나라모양에 대해 오랜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에는 어느 정도 대답이 나와 있었다. 외침의 역사 못지 않게 비옥한 들을 가진 남쪽으로의 확장도 베트남 역사의 특징이었으며, 오랜 세월동안 계속된 남벌정책으로 결국에는 남부의 크메르인을 굴복시키고 길쭉한 국가모양을 갖게 된 베트남. 그리고 현대까지 지속되는 남북의 이질성에 대해 알고 나니 피상적인 베트남에 대한 인상은 사라지고 베트남을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완벽한 무지에서 몇 가지 상식을 소개받았을 뿐인데도 인도차이나에 대한 나의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전에는 간단하기 짝이없는 이미지로 인도차이나를 정리하곤 했지만, 이제는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그곳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채로운 세계인지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역사에 대한 서술도 상당히 많고, 제목대로 식민지, 전쟁, 독재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인도차이나의 슬픔을 다루고 있지만 의외로 이 책의 분위기는 재치있고 일견 발랄하기까지 하다. 쉽게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에피소드는 여느 가벼운 여행기는 따라가지 못할 유머를 지니고 있다. 저자는 특히 캄보디아에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한데, 한때 컴퓨터를 가르쳐준 캄보디아 청년과의 우정은 무척 다정해서 읽기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실제로 체류하기도 했던 캄보디아, 나아가 인도차이나와 작가의 밀착감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감동이다.  뭐니뭐니해도 여행한 곳을 사랑하는 여행가의 글이 가장 실감나고 재밌는 법이니까.

비록 위트있는 눈으로 보여지기는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인도차이나는 아직도 아픔에 신음하는 곳이다. 많은 나라가 다닥다닥 국경선을 붙이고 있는 이 곳은 셀 수 없는 많은 전쟁이 있어왔다. 베트남은 시시때때로 중국과 서구열강의 점령시도에 시달렸으며,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베트남의 등쌀에 고생해왔다.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강산은 반세기동안 고엽제와 폭탄에 불바다가 되기도 했다. 베트남의 밀림은 많이 회복됐지만, 캄보디아의 풍요로웠던 들은 생산도 할 수 없는 황무지로 변해버렸고 지금도 셀 수 없이 많은 지뢰와 불발탄을 껴안고 있다. 인적이 드문 곳의 아름다움에 끌려 걸어갔다가 지뢰를 밟을 수도 있는 곳, 그곳이 인도차이나다. 그곳은 여전히 슬프고 위험하지만, 수많은 인간군상이 살아가고, 외부인을 유혹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흥미로운 곳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꼭 나만의 인도차이나를 담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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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dohyosae > 약탈 혹은 발굴?


80년대 지금은 철거된 중앙청에 자리잡았던 중앙 박물관에서 서역 문물전을 개최한 적이 있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갔지만 벽화를 뜯어낸 유물들만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하체는 뱀이고 상체는 여인인 벽화가 눈을 끌었는데 그 그림의 주인공은 중국 신화에 나오는 인류의 어머니라는 <女왜>였다.

이때 전시된 소장품은 <오타니大谷콜렉션>이라 불리는 서역의 약탈품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오타니콜렉션의 1/3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서역은 결코 우리에게 혜초나 고선지의 여정처럼 멀리 있는 곳이 아니었다.

대영박물관의 문화재를 원주인에게 돌려준다면 남는 것은 건물뿐이란 웃기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서구 유럽이 제국주의를 확장하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유물을 약탈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쉴리만의 트로이 유적 발굴인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도굴이며, 약탈행위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도적행위를 트로이 유적을 발굴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

솔직히 서구 열강이 중앙 아시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러시아의 남진 정책 때문이었다. 특히 영국은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 식민지였던 인도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란을 연결하는 남진 저지선을 구축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왜 중앙 아시아 탐험의 원조인 스웨덴 사람 스벤 헤딘이 영국에서 기사작위를 받고 옥스브리지-옥스포드와 캠임브리지를 합쳐서 영국인들은 이렇게 부른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지 유념해야할 것이다. 오엘 스타인 역시 헝가리출신 유대인이었지만 영국의 식민지 인도의 라호르에서 행정교육을 담당한 사람이었다.

이들 덕택에 중앙 아시아 지역이 샅샅이 탐험되고 더 이상 지도상에 Terra incognita-미지의 땅-로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 댓가는 너무나 참혹했다. 중앙 아시아에는 더 이상 그 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증명할 유물이 남아있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직 남아있는 것은 폐허와 바람과 모래언덕 뿐이다. 자신의 역사적 실체를 갖지 못한 민족은 그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것이다. 그 지역은 지금의 신장성新疆省지역이다. 그곳은 먼 옛적 서하가 건국되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에 흡수되어 자신들의 역사를 망각하고 존재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들이 그곳에 존재했었다는 또는 자신들의 위대한 조상이 이곳에 있었다는 존재감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서구 제국주의자들은 유물의 발굴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철저하게 약탈당한 민족은 그 존재마져 위태로운 것이다. 서역의 모래바람은 이제 한 민족의 정체성마저 황량한 타림분지의 고비사막 속으로 뭍어버리려하고 있다. 그 시발점에 약탈의 역사가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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