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부동산] 몇천만원으로 부동산 투자하기
작성일 2004/09/06 10:33 조   회 9285 추   천 11
윤재호홈으로 | (주)메트로컨설팅 대표 프로필메일
부동산 칼럼니스트 / 저서 <3,000만원으로 시작하는 부동산투자 101가지> 저자 외 3권 공저

소액 투자자는 남보다 한 발 앞선 투자에 나서야  

 

부동산 거래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고객 들 중 몇 천 만원의 종자돈으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일수록 투자액수가 적어서인지 목소리가 작아 여러 번 되물어봐야 할 정도로 머쓱해 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의욕은 높지만 실전경험이 없다 보니 한결같이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 거의 매일 부동산 관련 사기가 매체마다 소개되다보니 투자자들은 ‘겁도 나고 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하기 일쑤’라는 게 일반적인 하소연(?)이다.

 

게다가 매스컴에 자주 얼굴을 들이미는 부동산전문가들마저 자기가 영업하는 부동산 투자종목이 최고라고 ‘자랑’이기 일쑤다.

 

- 아파트를 취급하는 부동산전문가는 아파트를 사두면 수 천 만원 남는다고 하고,

- 상가 분양업자는 한물간 아파트보다 상가가 최고라 하고,

- 토지 매매업자는 돈은 역시 땅에 묻어 두는 게 으뜸이라고 하니

과연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부동산 소액투자자는 대체로 중개업소나 컨설팅업체의 감언이설에 끌려 투자하는 성향이 강하다.  종합적인 부동산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보니 투자방법을 가이드할 전문가를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1천~5천 만 원 안팎의 비교적 소액으로 부동산 투자하기에 적당한 상품을 굳이 꼽아본다면

아파트 분양권, 재개발 지분, 농지, 리츠(REITs), 부동산펀드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여러 곳에 투자정보 안테나를 세운 다음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나서 내 몸에 맞는 투자종목을 골라 투자에 나선다면 후회 없는 부동산재테크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법원 경매를 통해 소액 재테크를 하려면 무엇보다 ‘발품’을 많이 팔수록 유리하다.

경매물건은 한 달에 1만5천 건에 이르는 부동산매물들이 경매시장에 나온다. 관심 있는 부동산 정보를 접한 다음에는 하루바삐 현장에 달려갈 일이다.   많이 남는 부동산이라면 남보다 앞서야 낙찰(=경매부동산의 최고가매수인으로 결정) 받는 기쁨을 누릴 수 있고, 간혹 감정가가 시세보다 턱없이 낮아 첫 입찰물건에 낙찰 받아도 수천 만원의 차익을 거두는 사례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초보투자자는 무엇보다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소액투자자일 수록 대박 우량물건만을 찾기 일쑤다.

“내가 아는 누구는 5천 만원으로 상가 경매물건을 샀다.”고 우기는 투자자가 있는가하면, “1억원을 투자해서 한달에 월세 2백 만 원이 넘는 수익을 보는 상가주택을 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는 투자자도 드물지 않다.

경매를 통해 부동산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확신에 찬 투자물건이 있고 철저한 수익성 검토가 예상된다면 자신 있는 투자에 나서야 한다.  경매라고 해서 손도 안대고 코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당한 예상 투자수익률이 나거나 확실한 호재가 있는 부동산이라면 장기투자 목적으로 과감히 투자에 나설 때 성공확률을 높인다. 앞으로 여러 회에 걸쳐 ‘솔직’(?)하고 ‘투명’한 소액 투자법과 투자종목에 대해 논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경매를 통한 소액 재테크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액 투자자가 노릴 만한 엄선 ’경매 상품’

경매의 특성 중 하나가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으면 ‘유찰’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1회 유찰할 때마다 가격이 20%(일부 법원 30%)씩 떨어진다.

 

20% 떨어지는 것을 저감률이라고 하는데, 금액이 높을수록 저감률이 높아진다(예를 들어 10억원에서 한번 떨어지면 2억원이 싸지지만 1억원에서 한번 유찰하면 2천 만원이 저감된다). 따라서 금액이 큰 부동산일수록 저감률이 높아 이득이지만 소액의 부동산은 저감률이 낮고 경쟁률이 높아 큰 차익을 거두기 쉽지 않다.

 

따라서 소액의 종잣돈으로 경매투자의 재미를 느끼려면 우선 남들의 관심이 몰리지 않는 소외매물이나 틈새종목을 고르는 게 유리하다. 인기지역의 중소형 아파트나 연립, 도심 토지 등은 투자자들이 많이 몰려 실속이 별로 없다. 소액 초보투자자는 되도록 투자자들의 관심이 덜한 비인기 틈새종목에 꾸준히 입찰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도권, 중소도시의 적은 평수 토지

 

토지는 경매시장의 대표적인 틈새종목. 땅은 개별성이 있어서 현장에 가봐야만 투자성과 수익성을 파악할 수 있다. 부지런한 투자자는 발 빠른 경매정보를 취합해 남보다 먼저 현장을 가본다. 시세보다 현저히 낮게 잡힌 감정가에 나온 대지, 자투리 토지, 그린벨트 토지를 집중적으로 답사한 다음 첫 입찰물건에 참여하면 큰 이익을 챙길 확률이 크다.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는 호재지역 보다는 낙찰가율 60~70%의 매물이 공급되는 지역 내 토지를 고르는 게 관건이다.

 

단지상가와 근린상가

 

요즘 택지개발지구 내 분양상가는 가히 인기폭발이다. 내정가의 두 배 이상에 낙찰되는 게 통례. 그러나 경매를 통할 경우 시세 대비 30~40% 싸게 낙찰 받을 수 있는 매물이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 특히 지은 지 오래된 단지 내 1~2층 상가와 공실이 많은 대형 근린상가는 감정가의 70% 선에 낙찰되는 물량이 풍부하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분양받기 보다는 경매를 통한다면 원가이하 수준에 매입할 수 있는 상가물량은 널려있다.

 

중소형 단독주택

 

아파트가 부동산투자의 핵심종목으로 바뀐 이후 단독주택은 여전히 ‘찬바람’ 신세다. 경매시장도 마찬가지. 낙찰가율 70%선을 왔다 갔다 할 정도로 비참(?)한 부동산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관심을 기울여 찾다보면 대박종목이다.

 

특히 재개발지구에 속한 단독과 수도권의 농가주택, 미니 다가구주택은 진흙 속의 진주이다. 집을 깔고 있는 대지의 활용도가 클수록 값어치가 빛나는 만큼 돈 되는 단독주택을 수개월 찾다보면 알짜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반 지하 다세대

 

다세대는 연립보다 작은 공동주택을 말한다. 주거지 주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세대주택은 별로 인기가 없어 매매도 쉽지 않다. 게다가 반 지하는 더욱더 관심 밖이다.

 

그래서 경매시장에도 인기가 엄청 없다. 낙찰가율 40~50% 안팎. 그러나 임대수요는 꾸준하다. 게다가 돈 없는 서민들이 애용하는 월세용 부동산이다. 분양가와 시세의 반값인 4~5천 만 원에 낙찰 받아 세를 주면 짭짤한 임대부동산으로 제격이다. 실속파와 경매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종목이다.

 

농지와 임야

 

토지 경매투자의 장점은 주택과 달리 명도(집 비우기)과정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바로 경매대금만 치루고 땅을 활용하거나 친척에게 농사를 짓게 하면 된다. 농지는 내년부터 도시민도 얼마든지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재테크로 용도로 적당하다.

 

임야(산)는 가족묘지, 수목원 등 활용가치가 충분하고 나중에 용도변경해 집을 지을 수도 있다. 낙찰가율 60~70% 안팎의 통계를 보이는 지역이라면 투자금 몇 천 만원으로도 얼마든지 투자가능한 잘 알려지지 않는 투자종목 중 하나다. 단, 농지는 지역마다 투자규제가 있으므로 미리 알아보고 입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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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믿는다는 것이 요즘처럼 혼란스러웠던 적도 없는 것 같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테러리즘의 기운은 종교적 색채로 가득 무장하고 있다. (물론 테러가 100% 종교로부터 비롯되었노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겉핥기 식으로 훑는다면 이슬람교 대 기독교의 다툼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어느 종교도 폭력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요즘 실상은 나를 (보수적인 교단에서 이야기하는) 진정한 신앙인일 수 없게 만든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왜 다른 종교는 안 되는 건지에 대해 묻게 되고. 나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참으로 힘든 것임에 틀림없다.

기독교의 보수성은 실로 지독하다. 좀 심한 표현이라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하나님을 믿는 건지 미국을 믿는 건지 알 수 없는 행동들부터 시작해서, (실제로 내가 아는 목사님께서는 유신 정권 때 조사를 받았지만 조사하는 측이 자신으로부터 어떠한 반체제적 행위도 발견할 수 없다며 이렇게 훌륭하신 목사님은 처음 봅니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자랑하기도 했을 정도이니) 유교 중심적인 사회에 초창기 뿌리를 내리기 위해 숱한 박해를 견뎌 왔을진 모르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는 지배 세력이다. 하지만 지배 세력이라 할지라도 지배 세력처럼 행동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 종교의 모습인 듯싶다. 끊임없이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자신이 지닌 것을 외면한 체 지니지 못한 부분을 바라보며 옳지 않다고 외쳐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종교인 것이다.

특히 이는 타 종교를 향한 배타성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단 하나의 신만을 옳다고 여기는 자세 속에서 타 종교는 절대적으로 옳지 못한 것으로 전락하고 말아 버린다. 그 안에는 사회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어떠한 고려도 존재치 않으며, 다른 신을 믿는 이들은 불경하고도 미개한 족속으로 치부되게 된다. 이러한 우월 의식이 존재하기에, 선택 받은 민족이라는 선민 의식을 지니고 있기에, 종교의 이름으로 타인을 지배할 수 있고, 타 종교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성경의 구절 구절을 분석하는 지루지리한 작업을 통해 기독교가 처음부터 단 하나의 절대자만을 인정하는 종교가 아님을 밝히고 있다. 야훼는 결코 처음부터 절대적인 대상이 아니었다. 다윗 왕 대에만 해도 사람들은 타 신을 인정했고, 야훼는 이스라엘 민족의 신으로서 존재했다. 일신 중심의 종교이긴 했지만 유일신적인 종교는 아니었던. 어쩌면 이는 타 종교와의 공존을 가능케 하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종교였는지도 모른다.

일신교의 발전 과정은 한 국가의 정치적인 영향력 확대 과정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타 국가에서 믿는 신을 배제하고 자신의 민족이 믿는 신을 절대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어찌 보면 타 국가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신적인 무장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신을 믿고 있는 선택 받은 민족이기에 지금은 고통 속에 놓여 있다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구원을 얻으리라는, 이는 자신이 믿는 신의 존재를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그 신을 믿는 이의 자의식을 높여 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배제에 근거한 힘의 획득이기에 궁극적으로 타 종교를 용납할 수는 없는, 어쩌면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영국의 한 수학자는 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67% 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던데, 인간으로서는 신의 존재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곳에서 종교는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종교의 진실성과 가치는 타 종교를 억압하고 자신만이 옳다고 무조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닌, 부조리에 대해 밝히고 소외 당하는 이들과 함께할 때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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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노부후사 > [퍼온글] 오시이 마모루 철학의 집대성 <이노센스>

회상1. 2004년 2월 말. 일본 동경의 중심가 록본기 힐즈 모리 타워에 자리잡고 있는 버진 시네마. 이날 전세계가 기다려온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신작 <이노센스> 완성을 기념하기 위한 기자회견과 시사회가 열렸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마쓰히사 이시카와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 마케팅 프로듀서, 영화의 주제가를 부른 이토 미키코와 성우진들이 차례로 자리를 잡았고 2월의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 기자회견장과 극장 안은 거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회상2. 지난 5월 개최된 세계 최고의 국제 영화제인 칸.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장편 경쟁부문에 초대된 <이노센스>의 수상 가능성이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결과적으로 수상에 대한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완벽한 비주얼과 묵직한 철학적 내용, 발군의 사운드 디자인 덕분에 '역시! 오시이!'라는 감탄이 여기저기 흘러나왔다.

회상3.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시아 판타스틱 부문에 초청된 <이노센스>는 올해 처음으로 제정된 아시아 영화상(EFFFF Asian Award) 부문중 '특별언급' 대상작으로 선정되어 다시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일본 개봉 당시의 <이노센스> 포스터
ⓒ2004 조은성
그리고 오는 10월 8일 2년간의 기획기간과 3년간의 제작기간, 최고의 스태프들이 참여해 완성된 <이노센스>가 드디어 국내에 개봉한다. 제작 당시부터 실사 영화에 못지 않은 화려한 비주얼과 철학적인 내용으로 많은 화제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이노센스>의 실체를 이제 얼마 후면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으로 시작되는 <이노센스>는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의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이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네트워크 속으로 사라진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국가 개념이 사라진 가까운 미래가 배경으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직속기관 공안 9과의 사이보그 형사 버트. 그는 신체의 일부분을 제외하고 전뇌화(電腦化)한 인물이다.

어느날 애완용 여자 사이버그인 가이노이드(소녀형 로봇)가 갑자기 이상을 일으키며 자신의 주인을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에 버트는 자신의 파트너인 토그사와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로봇을 만들어낸 제조업체 로커스 솔루스사의 내력을 조사하던 중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왜 로봇을 인간의 모습과 감정을 지닌 존재로 만들려고 하는가' 등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안드로이드, 로봇에 더 가까워 진 여성, 축제 기간에 인형(로봇)을 불태우는 인간들, 스스로 육체를 버리고 네트에 융합해 인간을 초월했다고 자만하는 KIM, 그리고 폭력 조직인 홍진회 등을 만나면서 버트와 토그사의 혼란은 점점 가중된다.

두 사람은 결국 실제 생명체의 고스트(영혼)를 로봇에 복사하는 불법행위인 '고스트 더빙'을 통해 생명체의 모습을 띤 '가이노이드'를 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처럼 <이노센스>의 이야기 구조는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더 심오한 주제를 지녔다. 특히, 현재 인간의 사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밀턴과 데카르트, 공자와 성경 등 수 많은 텍스트들을 인용한 철학적인 대사가 끊임없이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오시이 마모루의 만만치 않은 철학적 내공을 짐작케 한다.

즉, <이노센스>는 한 번 보고 버리는 1회성 팝콘 무비가 아니라 상당히 집중해서 감상해야 비로소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는 영화다. 또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 영화다.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는 물론, 전편인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의 감상은 필수. 여기에 수많은 철학적 텍스트들을 이해해야 비로소 영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이노센스>의 테마라 할 수 있는 구체관절 인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그럼, 오시이 감독은 왜 인형을 테마로 삼은 것일까? 그의 영원한 테마인 '인간은 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에 이보다 더 부합하는 예술 분야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 시절 폴란드의 유명한 인형작가 한스 베르메르(1920∼1975)가 만든 구체관절 인형의 사진을 접한 후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이미지에 매료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이노센스>에 도입하기 위해 오랫동안 수많은 사진 자료를 검토했다. 덕분에 일본의 요츠야 시몬의 자화상적인 등신대 인형에서 영감을 받아 KIM(일본의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다케나카 나오토가 목소리를 맡았다)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했으며 아타미의 인형 미술관에서 전시된 바 있는 돌하우스와 오르골 박물관의 거대 자동 연주기에서 힌트를 얻어 KIM이 거주하는 거대한 저택의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미국 뉴욕 사진 미술관과 독일의 파 스페코라 등을 방문, 인형 피부의 질감을 연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노센스>의 개봉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의 동경근대미술관에서 구체관절 인형전을 열기도 했을 만큼 구체관절 인형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하지만 <이노센스>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바로 미래 도시의 정경(情景)이라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과거와 미래, 그리고 경건함과 불안감, 희망이 융합된 거대 도시를 사실적으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오시이는 이러한 도시 창조를 위해 일본뿐 아니라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했다.

특히, 스페인과 홍콩, 뉴욕, 상하이, 타이페이, 라오스 등의 로케이션을 통해 얻은 이미지, 즉 건물들로 인한 원경 없는 폐쇄성과 솟아오른 마천루의 단호한 수직선, 그 틈으로 비치는 도시의 불빛 등은 영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다.

전편에 비해 많은 진보를 거듭한 강렬한 액션도 볼거리.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버트와 인형들 간의 총격전 시퀀스(이 시퀀스를 통해 쿠사나기 소령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법으로 깜짝(?) 등장한다)는 물론, 조직 폭력배인 홍진회와의 총격전 등이 바로 그에 대한 결과물이다.

가장 압권인 장면은 편의점에서의 총격전 장면. <매트릭스>를 능가할 만큼 강렬한 이 장면을 위해 무려 6개월을 쏟아 부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노력이 집약된 작품인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2D와 3D의 절묘한 조화도 상당히 돋보인다. 특히, 영화 중반 펼쳐지는 도시 축제 장면은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저 황홀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이 장면들은 언 듯 보기에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90%이상 아날로그 기법으로 완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배경이 대부분 애니메이터들이 각 요소들을 끔찍할 만큼 세밀하게 계산해 일일이 손으로 그려낸 장면들이다. 한 마리 새를 연상시키는 비행정과 물빛에 반사된 도시의 간판들과 불빛, 그리고 책상에 꽂힌 책들과 어두운 도시의 뒷골목 등 극도로 사실성이 돋보이는 배경들이 쉴새없이 등장, 관객들의 눈을 황홀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이노센스>는 점차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편되고 있는 애니메이션계에 2D와 3D의 절묘한 조화와 사람의 작업이 얼마나 섬세하고 감동적일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역동적이면서도 장중한 배경 음악도 감상포인트. 아직까지도 잊기 힘든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오프닝 뮤직의 변주가 <이노센스>의 도입부를 장식하고 있으며 마지막 엔딩 타이틀롤에서 만날 수 있는 이토 키미코의 '나를 따라오세요(Follow Me)'도 인상적이다. 특히, 영화 후반 쿠사나기가 버트 앞에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가와이 겐지의 음악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여실히 증명해 보인다.

<이노센스>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사운드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dts-ES의 웅장한 사운드를 충분히 경험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필히 사운드 시설이 완벽한 극장을 찾아 감상하시길) 이 작품의 사운드 디자인은 미국의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것으로 유명한 스카이워커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담당했다. 덕분에 기존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사운드 디자인을 선사한다.

오시이 감독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바셋 하운드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실제로 대단한 애견가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자신의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한 바 있는 바셋 하운드, 가브리엘과 잡종견 다니엘을 키우기 위해 10년 전부터 자택을 아타미로 옮기고 온천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예외 없이 바셋 하운드가 등장한다. 주인공 버트가 기르는 개가 바로 바셋 하운드. 자신의 모든 개인 시간을 애견과 함께 보내는 오시이 마모루는 "세상이 점점 기계화, 문명화, 도시화되면서 인간은 자신의 신체라고 하는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신체라고 하는 것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현대인이 개를 키우는 것은 잃어버린 신체의 대체물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하고 역설한다.(사실, 그는 "믿을 수 없는 인간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개 한 마리를 상대하는 편이 더 편하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한 바 있다)

이처럼 철학적인 내용에 완벽한 기술을 더하기 위해 드림팀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최고의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우선,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이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오른팔 스즈키 토시오가 특별히 초빙되어 영화의 전반적인 마케팅을 조율했으며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프로덕션 I.G의 대표 마츠히사 이시카와가 전체 프로듀서를 담당, 최고의 제작 환경을 제공했다.

여기에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작품에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거장, 가와이 겐지가 음악을 맡아 완성도에 무게를 더했으며 뛰어난 가창력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유명한 일본인 재즈 가수, 이토 키미코가 자신의 음악을 기꺼이 헌사했다.

이 외에도 <인랑>으로 널리 알려진 오키우라 히로유키가 캐릭터 디자인이자 작화 감독을,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스왈로우테일>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 Vol.1> 등을 통해 명성을 얻은 바 있는 타네다 요헤이가 전체적인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아 최고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노센스>는 프로덕션 I.G와 스튜디오 지브리와 한 제작 협력으로도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두 거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협력에는 마츠히사 이시카와 프로듀서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는 <천사의 알>로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작업을 한 후 18년만의 재회였던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이노센스>라는 타이틀과 주제곡 'Follow Me'는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도입되었다)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의 합류 덕분에 수많은 마케팅 제휴사를 끌어들일 수 있었으며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물론, 흥행에서도 오시이 작품중 최고의 성적을 거뒀음은 물론이다.

제임스 카메론과 쿠엔틴 타란티노, 워쇼스키 형제 등 세계적 감독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이노센스>가 과연 얼마만큼 국내 성적을 기록할지는 미지수지만 전작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보다 한층 더 심오해지고 진일보했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다.

영화의 전체적인 진행을 담당한 마쓰히사 이시카와 프로듀서는 인터뷰를 통해 "처음 <이노센스>의 완성본을 봤을 때에는 오이시 마모루 감독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하지만 10번쯤 보니까 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이노센스>가 쉽게 접근하기에 다소 난해한 작품이지만 "모든 말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고 대신 영상이나 음악에 치중하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황홀한 영상과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큼 뛰어난 애니메이션이다.

<오마이뉴스> 조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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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보슬비 > 어떤걸 타실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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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데메트리오스 > 이것은 예술이다! m

 

정말 예술입니다!!

 

 

출처 - 일본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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