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지금 살 때인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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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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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지금 살 때 인가? ”라는 질문을 골똘히 생각하던 중 필자는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현자(賢者)를 만나서 해답을 얻었다. 꿈 이야기는 이렇다. 꿈속에서 현자를 만났는데 그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현자의 코는 거대했고, 눈은 개구리처럼 튀어나왔고, 아랫입술은 툭 튀어나왔다. 말을 더듬었고 시도 때도 없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가끔씩 허공을 쳐다보며 혼자 말을 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지렁이 기어가는 모습과 똑 같았다. 현자는 몽유병 증상도 보였다.

하루는 자다가 침대에서 기어 나와 몽유상태에서 걷기 시작하여 무려 30킬로미터나 걸어갔으며 마침 새벽 교회 종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기도 한 적이 있었다. 그 날 새벽에 마을 주민들은 현자가 잠옷 차림으로 펄럭이며 집으로 허겁지겁 달려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필자는 현자(賢者)의 존함을 여쭤봤다.

“저는 브라운스톤이라고 합니다.

댁의 존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내 이름은 아담스미스 라네”

난 깜짝 놀랐다. 덜 떨어지게 생긴 바로 이 사람이 그 유명한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담스미스라니...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제가 한 가지 여쭤볼게 있어서요.

땅에 대해서도 잘 아시는지요?”

“응, 좀 알지. 내가 10년 만에 완성한 책 국부론을 보면. ‘토지의 지대’ 편에 땅에 대해서도 써놓았지.”

“아 네~~땅에 대해서도 잘 아시는군요. 그럼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한국의 땅값이 요즘 많이 올랐는데,

지금이라도 사야 합니까?”

“땅을 지금 사야할지 말아야할지를 알려면 우선 땅값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먼저 알아야해” 아담스미스는 대답했다.

“땅값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땅값은 2가지요인 즉, 지대(rent)와 시장이자율에 의해서 결정되어 진다네.”

“좀더 자세히 알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먼저 지대(rent,임대료)부터 설명함세. 지대(rent)란 땅을 빌린 사람이 땅주인에게 주는 사용료를 말하지. 지대는 땅주인이 결정하는 게 아니고 땅을 빌리는 사람이 땅을 이용해서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느냐에 의해서 결정되어진다네. 지대가 오르면 땅값은 오르지, 그런데 지대는 수요에 달려있다네, 수요가 많으면 지대가 오르고 그 결과 땅값도 오른다네, 또 지대(rent)는 취업자수(노동량)이 많아질수록 오른다네.”

“네 그럼,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죠. 현재 땅의 가장 큰 수요자인 기업들이 중국 등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어요. 이미 안산반월공단의 공장이 매물로 많이 나와 있어요. 그리고 지대에 영향을 주는 취업자수는 요즘 예전만큼 늘지 않고 오히려 줄고 있어요. 아담스미스님의 말씀대로라면 땅값이 오르기 힘들겠군요.”

“자네 말대로 기업들이 한국을 떠난다면 한국 땅값이 오르기 힘들지. 내 책에도 이미 써놓았듯이 페루광산이 개발되자 영국의 광산주인은 지대를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어다네. 글로벌 경쟁시대에 땅도 상대적인 경쟁력이 작용한다네. 또 취업 노동자수가 줄어들고 있다면 지대하락요인으로 작용하지. 그러나 최종 결론을 내리기전에 땅값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소인 시장이자율도 살펴보아야 한다네.”

“시장 이자율은 땅값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죠?“

“땅값은 시장금리에 내려가면 오른다네.

금리가 10%일 때 땅값은 10년-12년간 임대료에 상당하는 가격으로 팔린다네.

그러나 시장 이자율이 6%,5%,4%까지 떨어진다면 땅값은 20년,25년, 30년간의 임대료 수입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상승한다네.“

“영국의 땅값은 30년간의 임대료 수입 합계액 만큼에 팔리지만 프랑스의 땅값은 20년간의 임대료 수입 합계액 만큼에 팔린다네..이러한 현상은 양국의 금리차이 때문일세.”

“시장 이자율 변동에 따른 땅값 변동이 장난이 아니군요.”

“그렇다네.”

“네.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최근의 한국땅값 상승은 시장 이자율이 급격히 내리는 바람에 오른 것이군요.”

“그렇지..근데 한국 땅값은 얼마인가?”

“공시지가 기준으로 1830조원입니다. 공시지가가 시가의 절반이라 가정하면 시가기준으로 약 3600조원입니다.”

“GDP(국내총생산)대비해서 몇 배인가?”

“GDP(660조원) 대비해서 5.5배입니다.”

“음..95년도 미국 땅값 총액이 GDP 대비 0.7배인데..미국의 작년 GDP에 이 비율을 적용하여 땅값을 추산하면.. 미국 땅값 총액은 약 10,000조원이 된다네..
그러면 한국 땅 다 팔면 미국 땅의 36%를 살 수 있네...”

“한국 땅 다 팔면 미국 땅 1/3을 살 수 있다고요? 미국 땅이 한국의 98배 인데요. 한국 땅이 너무 비싼 것 아닌가요?”

“불문가지(不問可知)일세.. 내가 미국인이라면 그런 교환비율에 동의 안해.”

“제가 생각에도 좀 비싼 것 같아요.“

“그렇다네..이제 답변이 된 것 같으니 난 그만 가겠네..”

아담스미스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혼자서 중얼 중얼거리며 지렁이 기어가듯이 사라졌다.

갑자기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밥 먹고 자요.” 나는 아내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일본 토지신화 붕괴’란 책을 읽다 깜빡 잠이 든 것 이였다.
펼쳐진 책에는 이렇게 씌어져 있었다.
“일본 토지신화 붕괴의 원인으로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과 잘못된 금리인상 정책 때문에....”

누군가가 “땅, 지금 사야할 때인가?”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지금은 땅 사기엔 위험한 시기이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일부 투자 유망한 땅은 항상 있을 것이다.”
2004.09.23 09:50 @ 2004 i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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