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13
요시다 타로 지음, 안철환 옮김 / 들녘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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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에 각종 기사들을 보면 자주 나오는 단어들 중에 하나가 웰빙이다. 특히 유기농 식품과 채식위주의 식단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하지만 유기농 식단을 제공할 우리의 농어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피폐해지고 있고 그나마 대부분의 농어촌은 화학약품에 의한 대량생산채제하에서 익숙해서 유기농 식품을 제공하는 것이 힘들다. 따라서 유기농 식단을 유지한다는 것은 상당한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게 되었다. 웰빙이라는 의미가 경제적 부유함과는 다른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에게는 부자들의 생활방식이라는 의미로 와전되고 있는 듯하다. 산업화에 의한 대량소비상품이 부유함의 상징이던 시대에서 자연적인 삶이 부자의 생활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녕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삶이란 경제적 여유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인가? 물론 시골에 내려가는 일부 귀영자들을 보면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도시적 삶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도시적 삶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부유함에 상관없이 전 시민이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삶 즉 웰빙을 추구할 수 있다면 어떻까?

   이에 대한 해답으로 이 책은 머나먼 중남미의 아바나로 우리들을 인도한다. 한 나라의 수도임에도 전 도시적으로 100% 유기농 채소 및 육류들을 재배하며 도시민의 식단의 상당부분을 해결하여 식량자급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도시. 시내 중심지의 공업지대나 번화가에도 자투리 땅이라도 이용해 유기농업으로 푸르름을 유지하는 도시. 어떤 상황에서도 완전 무료 의료 및 교육서비스(대학과정 포함)를 제공받을 수 있는 도시. 전통농경사회와 같은 인간적인 공동체가 유지되는 도시. 이것이 바로 아바나의 모습이다. 이러한 도시의 변화에는 쿠바 건국이후부터 진행된 부분도 있지만 유기농업과 관련된 부분은 불과 10여년만에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변화에는 역설적으로 힘겨운 고난의 시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날에도 단 2개만 남았다는 공산주의 국가들중 하나인 쿠바이기에 다른 한 나라인 북한이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했듯이 90년대 중반 공산국가들의 몰락으로 엄청난 경제적 위기를 겪는다. 공산주의국가들 사이에서 설탕을 비롯한 몇몇 농산물만을 생산하는 국제분업체제하에서 대부분의 물자들을 헐값에 수입해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취하다가 그 모든 상황이 무산된 것이다. 수입품이 대부분 안 들어오게 된 것은 물론이요, 주 생산품인 농산품들도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이루어졌기에 농기계, 비료, 농약등의 부족으로 생산량이 줄고 판매처가 사라져 경제가 거의 붕괴 직전에 간 것이다.

   그 속에서 쿠바가 선택한 길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유기농 식단 및 자연주의 생활로의 변화 및 소규모 커뮤니티의 부활을 통한 고난의 극복이다. 그 결과 산업주의 사회의 확산이후 유일무일한 지속가능한 삶으로의 실험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저자가 지적했듯이 그들의 시도가 단순히 경제봉쇄된 남의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환경파괴와 화석연료의 고갈로 위협받는 인류의 미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시의 슬랩화, 환경파괴, 농촌의 몰락,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고갈과 가격 급등 등 우리가 지금 겪는 문제의 상당수를 해결하는 방식의 하나를 쿠바의 아바나가 우리에게 제시한 것이다.

   물론 맺음말에서 일본인이었던 저자가 강연했던 다수의 일본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처럼 쿠바에서만 가능한 특수 이야기라고 강변할지도 지나치게 쿠바에 경도된 편협한 시각이라는 비난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곰곰히 읽어본다면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유행하는 웰빙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며 우리에게도 의미있는 사례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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