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지금 살 때인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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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한국에 온 김에 충청도 행수이전 예정지를 찾았다. 먼저 부동산에 들렀다.

"서울의 남산에 해당되는 전월산을 중심으로 반경 5키로 범위를 벗어나 수용 당하지 않는 주변 땅을 가진 사람은 전부 대박이 났죠. 논이고 밭이고 산이고 할 것 없이 모두 평당 30만 원 이상은 줘야 해요." 부동산 주인이 한말이다.

 

"불과 2년 전만해도 내가 밥도 사주고 하던 동네 건달들이 지금은 부동산중개로 50억 원씩 챙겨가지고 그랜저타고 다니며 팁을 탁 탁주고 해요. 내 참.. 나도 진즉에 부동산중개나 했어야하는데..." 부동산 사무실에서 만난 한 현지 주민이 한말이다.

 

필자가 부동산 사무실에 앉아 있는 동안에 한 농부가 들어왔다.
가만히 돌아가는 사정을 지켜보니 그 농부는 요즘 분위기 파악하고 자신의 재산 재평가(?)목적으로 자주 들러는 모양이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대박 맞은 농부는 이제 농사보다 자신의 재산가치 등락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필자 생각엔 농부들은 이제 더 이상 농사 짖지 않을 것 같았다.일부 신문보도에서처럼 그랜저로 쌀 배달하는 농민은 보진 못했다.

 

길가 구멍가게에 들러서 음료수를 사면서 주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땅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물어봤다.
"나야 조금 가지고 있지. 3천 평 밖에 안되.."
평당 30만 원 씩만 잡아도 구멍가계주인은 9억원의 순 재산을 가진 알부자였다.
점심때 길가의 매운탕 집에 들렀다. 적어도 200평은 되어 보였다. 주인은 이미 대박이 나서인지 매운탕 한 그릇 더 파는 데는 별로 관심도 없어 보였다. 매운탕집 주인이 부러웠다. 매운탕 먹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래저래 땅 한 평 없는 월급쟁이들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수이전 예정지 바로 위의 조치원 읍에 들렀다. 땅값을 알아보았다. 대지가 평당 350만원을 호가했다. 서울 강북의 싼 지역 땅값이랑 얼추 비슷했다. 조치원에서 오른 건 땅 값 뿐이 아니었다. 기차역 옆에 있어 소음이 심한 30평 욱일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작년 말에 8천 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1억5천만 원하고 그러네요. 왜 이렇게 오르는지 모르겠어요." 헉! 달랑 8개 월 만에 80%가 폭등한 셈이다. 조치원에서 하루를 잤다. 모텔엔 자동차가 꽉 찼었다. 모텔 주인말로는 요즘 경기가 좋다고 했다. 서울하곤 딴 판이었다.

 

다음날 고추와 칠갑산으로 유명한 청양에 갔다. 그곳에서 25년 이상 살아온 토박이 이장을 만났다.
필자와 부동산 업자를 보더니 이장은 이렇게 말했다.
“왜 이제 왔어. 벌써 기획부동산이 와서 다해먹었어...걔(기획부동산)들은 심하게 하더라고..
땅을 잡아서 5배에서10배씩 남겨먹고 팔더라고.. 손님 오면 땅 보여준다고 고생은 내가 다하는데.. 많을 땐 하루에도 4탕, 5탕 식 뛰었지..하긴 나도 한 1억 원 정도는 벌었어..근데 요즘 물건도 없고.. 거래도 없어..지금 야산 두개 남아있는데...보시겠시유?”

필자는 이장 말로는 묘 자리로 쓰면 좋다는 야산과 돌산 하나를 보고 왔다.
산 아래 자동차 터널이 통과하고 있어서 아무리 죽은 귀신이라도 귀머거리 귀신이 아님 다음에야 도저히 잠들기 불가능한 산 이였다. 이장이 보기엔 내가 한심해도 한참 한심한 사람으로 보였나보다.

 

현지에서 파악한 바로는 충청도의 마지막 오지인 청양도 벌써 해먹었고 예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느림보(?) 신문에선 발 빠른 전문가들이 청양과 예산에서 지금 작업 중이니 지금도 늦지 않다고 구문(?)을 보도한다. 신문보고 땅 투자하다간 쪽박 차기 딱 알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산과 천안도 들렀다. 삼성이 들어선다는 아산 탕정 지역 주변은 이미 게임이 끝나있었다.
" 여기 땅값은 오를 대로 다 올랐어요. 이미 5월부터 거래가 줄고 한가해요. 논은 평당 60만원 70만 원하고...천안과 온양사이의 도로 주변의 논은 평당 200만 원 이상을 부르죠.”


현지 부동산 중개인이 얼마 정도를 투자하겠냐고 묻길래 한 3 억원 정도하려 한다고 하니 "그 돈으로 여기선 투자할 곳이 없어요. 늦었어요. 작년에 왔어야지. 그 돈으로 땅 사려면 다른 곳을 알아보세요.”라며 다른 한곳을 추천해주었다. 그곳은 수원 보호지로 평생 개발하곤 거리가 먼 지역이었다.

 

강남 부동산에 들렀다. "서산의 임야를 평당 13만원인데 잘하면 10만원에 살 수 있게 해 드릴께요. 내년되면 아무리 못해도 20만원은 받을 수 있어요. 사세요."중개인의 권유였다.


나는 당진 서산 땅에 대해서 나름대로 벼락치기(?)공부를 한 결과 이미 벌써 남들이 해먹은 것을 알았다. 요즘 신문의 아랫도리를 보면 온통 서산 당진 땅 광고이다. 부자되려면 서산,당진 땅에다 돈을 묻어야 한다고 한다. 땅 사면 사은품도 준다고 한다. 남들 부자로 만들어주고 게다가 사은품도 주겠다는 광고까지 하는 참 좋은(?) 사람들이 많은 좋은 나라이다.

 

판교주변 성남지역의 부동산을 들러보았다. 그곳은 이미 서울 강남권만큼 땅값이 올랐다. 대지가 평당 1천만 원이라고 했다. 중개인은 여긴 늦었다며 마지막 남은 대박지역을 알려주었다. 여주였다."인공위성을 이용하는 월마트 물류창고가 들어서고.. 분당에서 여주까지 전철이 들어서고..시로 승격되고..그래서 여주가 유망하죠."라고 말했다. 여주로 달려갔다.


가보니 농원을 통째로 사서 쪼개서 팔고 있었다. 평당 50만원을 달라고 했다.
나보다 똑똑한 변호사와 의사도 이미 샀으니 빨리 따라 사라고 부추겼다.
여주까지 기획부동산이 작업을 하는걸 보니 이미 갈 때 까지 다 갔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오산에 들렀다. 오산의 한부동산에서 커다란 벽면의 지도를 보면서 대박 브리핑(?)을 받았다. 지도를 보던 중 난 깜작 놀랐다. 화성,오산,안성,평택 주변이 온통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었거나 예정지였다. 온통 개발지구 였다. 어느 세월에 저것 다 개발할 수 있을까? 저렇게나 많은 택지개발지구가 필요할까? 만약에 저거다 개발 하면 수도권 집값 박살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 부동산 중개인말에 나는 또 놀랐다.
오산, 화성지역의 경부 고속도로 주변의 절대농지인 논이 평당 300만원을 호가한다고 했다.
주변 시골길옆 대지는 평당 400만원을 불렀다. 필자는 “ 뉴 타운으로 지정된 서울 은평구 신사동도 올라서 평당 450만 원 하는데...뉴타운으로 지정된 강동구 천호동도 평당 1천 만 원인데. 오산 땅이 평당 400이면 너무 비싼 것 아닙니까?“
"논 한 평이 300만원하면 3천 평 가지면 90억원이네요. 논 700평만 팔아도 20억 원하는 서울 타워팰리스 68평을 사고도 1억원이 남네요.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건가요? 시골 오산주변 논 3평 팔면 서울의 뉴타운 지정 예정지인 송파구 거여 마천지역의 땅 1평을 살 수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서울 땅인데..아무래도 거품같아요."

"땅은 그런 식으로 계산하면 답이 안 나와요. 땅은 그렇게 평가하는 게 아닙니다." 반박하던 중개인은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나중에 이렇게 실토했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오른 오산, 서산, 당진 ,여주 이런 곳의 땅을 사시면 안 됩니다.대신에 아직 안 오른 화성 옆의 남사를 사세요." 라고 추천하였다. 남사는 옛날에 사이비종말론 신자들이 떼죽음한 오대양사건으로 유명한 곳이다. 나는 무서웠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땅값이 너무 올랐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이번에 사면 평생 내 땅되겠다 싶었다. 지금은 땅 투자하기 늦은 시점이다. 이번엔 흘러 보내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2004.09.10 14:25 @ 2004 i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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