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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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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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49년 출생

1972년 외국어대 졸업

1977년 서울대 대학원 졸(경영학 석사)

1979년 유한킴벌리(주) 기획조정실장

1995년~현재 유한킴벌리(주) 대표이사 사장

2000년~ National Trust 공동운영위원장

유엔환경계획(UNEP) ‘Global 500’ Award, 윤경포럼 회장

“환경경영 모범사례 만들 것”

서울 강남 한복판의 빌딩 13층에 자리잡은 문국현 사장의 집무실에선 강남지역 일대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침 전날 때이른 봄비가 내린 탓에 그의 집무실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은 꽤나 맑은 편이었다. “비가 한차례 내려야 고작 이 정도 하늘을 볼 수 있으니….” 새 정부 첫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막바지까지 환경부 장관 물망에 이름이 오르내린 장본인답게 문 사장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외국 도시의 ‘블루스카이 운동’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잔잔한 그의 목소리에는 어느덧 유한킴벌리의 상징이 되어버린 ‘우리강산 푸르게’ 캠페인을 고집스레 20년이나 이끌어온 한 경영자의 뚝심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 환경문제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기업인이다.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

벌써 20년 전 일이다. 83년도에 잠시 안식년을 얻어 외국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는 미국에서 막 경영혁신운동 바람이 불던 때다. 경영학 공부할 게 참 많더라.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간 돈벌이에만 매달리던 기업들이 지역사회나 환경문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더라. 실은 당시 경영혁신운동이라는 것도 넓게 보자면 바로 이런 흐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그간 외국에 들를 때마다 회의장이나 호텔만 왔다갔다하면서 도시환경을 살펴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눈이 열리더라. 그래서 나중에 귀국하면 할 일들을 차근히 정리해두기 시작했다. 경영혁신이 그 하나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또 하나다. 결국 이처럼 사회공헌에 눈뜨는 게 기업도 사는 길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주위의 반대는 없었나. 당시만 해도 환경문제나 사회공헌을 이야기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그 점에서는 내가 유한킴벌리에 몸담은 게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모기업인 유한양행이 우리나라 기업사에서 차지하는 무게랄까 하는 게 분명히 있지 않나. 다만 유한양행이 주로 자선이나 교육, 건강쪽에 힘을 기울였다면, 유한킴벌리는 환경이나 사회공헌활동쪽으로 관심을 넓혔다. 여러모로 유한의 정신이 큰 힘이 된 건 사실이다. 그 정신을 계승한다는 뿌듯한 마음도 크다. 물론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된 건 아니다. 다른 목적으로 써오던 예산을 이쪽으로 끌어온다고 한번 생각해보라. 심한 반발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닌가. 직원들은 차라리 임금이나 올려달라고 하지, 또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일도 아니고, 맘고생도 심했다.

# 예를 들어 환경경영이라고 하면 뜻은 좋지만,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환경경영의 진가는 자원을 덜 쓰면서 생산한다는 데 있다. 원가절감하는 데 왜 돈이 든다고 생각하나. 앞으로 경제성과 환경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그건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차이가 없다. 중소기업은 당장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마음먹기 나름이다. 그냥 지금껏 해오던 방식에 익숙해 있거나, 일시적인 편리함 때문에 기업들이 무관심한 게 답답하다. 불편한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새로운 흐름과 대화할 수 있는 자세가 CEO들에게는 필요한 게 아닌가. 한국에선 모델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환경경영에 힘써도 성공하더라는 모델을 꼭 보여주고 싶다.

문 사장은 지난달 “윤리가 곧 경쟁력이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윤경포럼의 대표로 뽑혔다. 윤경포럼의 출범에는 이제 시야를 환경문제에서 조금 더 넓혀야 한다는 시대정신이 큰 힘을 보탰다. 물론 문 사장의 행보는 이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사장에 취임한 90년대 중반부터 유한킴벌리에 윤리경영의 씨앗을 뿌린 덕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그의 남다른 관심도 사실은 윤리경영이라는 큰 물줄기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 실제로 유한킴벌리의 경영성과면에서 차이가 있나.

윤리경영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96년경을 고비로 이직률도 낮고 자산수익률도 좋아졌다. 불필요한 자산을 갖지 않으니 수익률이 좋을 수밖에. 중요한 건 이 덕에 IMF 때도 별 탈 없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96년경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4조경영, 인간경영, 지식경영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실업파고도 넘어설 수 있었다. 2~3년 전부터 위기에 대비해온 셈이지. 덕분에 남들이 우왕좌왕할 때 회사는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 직원들이나 회사 모두 재충전과 신뢰 구축의 계기가 됐고, 이런 바탕에서 IMF 이후 경영성과도 더 좋아졌다.

이야기는 어느덧 디지털시대의 본질이 뭐냐는 데까지 이르렀다. 문 사장은 단호한 어조로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가 어떤 ‘변화’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날로그시대는 기계적이고, 자원낭비적이고, 말하자면 다단계적이다. 반면 디지털시대는 자원과 시간, 인력이 절약되는 시대다. 옛날엔 은행을 직접 드나들면서 거래했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나. 과거의 프로세스 가운데 90%는 고쳐야 한다고 본다.” 그는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CEO나 지도층의 역할을 강조했다. 과정의 중요성과 변화를 앞장서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며. 그의 예리한 눈이 빛나는 대목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한킴벌리가 내놓는 ‘환경보고서’다.

# 기업의 생명은 회계보고서 아닌가. 환경보고서를 앞장서 내는 이유는.

기업들이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하는 분위기를 앞장서 이끌어보자는 데 있다. 그래야만 경쟁사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앞서가는 기업은 이노베이터의 역할을 맡고, 후발 기업은 이걸 디딤돌 삼자는 거다. 이래야만 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우리나라 기업경영이 모든 면에서 상향평준화되는 계기는 이처럼 사례를 가능한 한 투명하고 많이 공개하는 분위기를 이루어내는 것과 맞물려 있다.

# 기업들엔 또 하나의 규제로 비칠 텐데.

어차피 흐름은 이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우선 은행이나 주주, 시민단체의 요구와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그린라운드 등 세계적인 추세가 이처럼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게끔 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자면 이건 추가업무가 아니다. 새로운 규제도 아니고.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문 사장에겐 얼마 전부터 또 하나의 막중한 역할이 맡겨졌다. 바로 유한킴벌리에 지분출자한 킴벌리클라크 본사의 아시아지역 관계사들을 총괄하는 동북아 킴벌리클라크 회장으로 뽑힌 것이다. 물론 유한킴벌리 입장에선 별도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는 아시아 다른 지역의 회사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다. 다만 그는 동북아 사업본부를 우리나라에 둔다는 사실에 큰 의의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화두로 떠오른 동북아 중심국가 프로젝트와도 맥이 닿아 있다는 뜻이었다. “만일 이게 제대로 성공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들의 사업본부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에 한획을 그을 것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유한킴벌리의 경영성과와 사회적 평판을 킴벌리클라크 본사가 존중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말한 문 사장은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중국의 환경문제를 동북아라는 큰 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겠느냐”며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동북아 중심국가란 게 단지 세계적인 기업의 사업본부를 유치해 경제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데서 그칠 수만은 없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2003.03.19 00:00 @ 2004 i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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