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천자문 - 문자속에 숨은 권력, 천자문 다시 읽기
김근 지음 / 삼인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세 가지면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첫째는 천자문의 내용을 통해서 중화사상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권의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무엇을 강조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천자문의 내용이 사서삼경을 포함한 중국 주요 고전에서 주요어구를 따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책 한권을 통해 중화사상의 정수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다. 마치 최근에 고전 219권을 요약해서 만들었다는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이라는 책처럼. 자연현상에서 충효 및 군신간의 도리 및 인간사의 모습 등이 제시되는 데에서 자연의 질서를 인간사에 투영하려는 동양문화의 특성과 계급사회를 유지하는데 핵심가치의 강조 및 이를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세밀하게 제시한다. 그러한 모습은 단순히 몇천년전 중국의 모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에도 면면히 남아있다는 데에서 더욱 놀랍다. 특히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물을 약간이나마 먹은 요즘에는 학교에서 본 사회와는 다른 사회의 모습을 겪고 혼란스러워하는데 그 원인의 대부분이 배워온 서구사상과 아직도 사회에 면면히 흐르는 유교적 가치관의 괴리에서 온다는 점을 이책을 읽므면서 확인한 점도 하나의 수확이다.

    하지만 이러한 천자문의 내용 못지 않게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천자문이라는 텍스트를 현대적 관점에서 멋지게 해석한 김진 교수의 역량이다. 방범론적으로는 서구의 기호학적  및 심리학적 해석을 이용한 점도 흥미롭지만 유교적 가치관을 현대적 가치관으로 해석한 점도 재미있다. 물론 중간중간에 해석이 좀 작위적이거나 개인적인 가치관으로 해석한 부분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 부분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넘어갈 수 있다.

 

   또한 한자의 다의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독서의 관전 포인트다. 한자는 한자한자가 다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원을 추적함으로써 새로운 의미가 나타난다. 예를 들면 한자에서는 음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그 의미가 내포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돼지 해"가 "그림 화"와 유사한 독음이므로 "그리다"로 해석되어 "돼지 해"와 "칼 도"가 합쳐진 글자가 "칼로 새겨 그리다"는 뜻의 "새길 각"이 되다는 식이다. 따라서 같은 의미를 전달하더라도 어떤 한자를 쓰냐에 따라 내포적 의미가 달라진다. 예를 틀면 “비파를 뜯고 젓대를 분다”는 어구인 "고슬취생"이라는 어구에서 비파를 타는 동사를 선택시 일반적으로 쓰는 "탄알 탄"자 대신 “두드릴 고”를 써서 자칫 잔치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이로 인해 흐트러지기 쉬운 계급적 권위를 견제하려 한다는 해석 등이다. 이러한 내용은 몇 년 전 출판된 "노래하는 역사"라는 책을 보면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끝으로 음운과 각운까지 맞추면서 한자도 중복되지 않고 천개의 쉬운 글자로 중국의 주요사상을 한권의 책으로 요약정리한 주홍사로 추정되는 천마문 본래 저자와 이러한 택스트를 기호학적 방식으로 멋지게 편집해 낸 김근 교수의 역량에 감탄할 수 있는 점도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작은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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