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강의
서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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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에게는 요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긴 독서시간을 기록한 책으로 기록될 만하다. 몇개월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 다 읽지 못하고 기다리다가 이번에 다시 빌려 거의 2주넘게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책 분량이 656페이지나 되기 때문에 적지 않다는 점도 한 몫 했으나, 그보다는 이 책의 내용들이 빠르게 읽고 넘어가기에는 무게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서대원씨는 점을 치는 역자이지만, 이 책에선 점술서인 주역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처세서로서 주역을 설명했다. 주역에서 본문에 해당하는 64장을 각각 인생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나 처세에 필요한 내용으로 풀이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성공서 내지 처세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처세서 부류의 책들이 책을 읽는 순간에는 마치 모든 것을 이뤄낼 것처럼 용기를 얻지만 책을 덮고 실제 행동에 나설 때에는 그런 용기가 실제 부딛치는 어려움 속에서 눈녹듯이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나온 처세서들은 무엇인가 배운다기 보다는 잘 꾸며진 장식품처럼 작고 아담해 보기는 좋지만 그 수준이 천박하고 유치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일단 그런 느낌은 아니다. 한장 한장은 넘기면서 드는 생각은 급히 삼키면 체할 것처럼 하나하나를 음미해야겠다는 것이다. 각 장의 내용이 각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 내용을 하나로 요약하기는 힘들지만, 1)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2) 믿음이 있어야 하며 3) 나아갈 바와 물러설 바를 바르게 행하고 4) 겸양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본문을 읽다보면 이 책에서 애기하는 내용은 1) 이미 돈, 권력, 명예 등을 가진 이들이 이러한 영예를 어떻게 유지할지와 2) 현재 힘들고 어려운 이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로 나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아직은 전자보다 후자에 가깝기 때문에 관련된 장들이 가슴에 남았다.


그러한 장중에서 '구덩이, 험하다, 고생하다'는 의미의 감(坎)을 풀어쓴 29장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서 이글을 마칠까 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고생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習坎 有孚 維心亨 行 有尙

습감 유부 유심형 행 유상

설혹 구덩이에 빠지더라도 헤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매면 행함에 가상함이 있다.

 

習坎 入于坎窞 凶

습감 입우감담 흉

구덩이 속에서 다시 구덩이에 빠지니 흉하다

 

坎 有險 求 小得

감 유험 구 소득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희생하며 여러 사람을 구하면 작은 덕을 얻을 수 있다.

 

來之坎坎  險 且枕 入于坎窞 勿用

래지감감  험 차침 입우감담 물용

험하고 어려운 일이 몰려오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고 대비하지도 않으니, 어려움 속에 어려움이 닥치고 손을 쓸 방도가 없다.

 

樽酒 簋貳 用缶 納約自牖 終 无咎

준주 궤이 용부 납약자유 종 무구

(어려움에 빠지면) 정성스런 술 한동이, 투박한 기장밥 한 그릇에 순순한 마음을 담아 손님을 대접하면 마침내 허물이 없다.

 

坎不盈 祗旣平 无咎

감불영 지기평 무구

아직 궁지에 몰리기 직전인 상황에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친절한 자세를 가져야 허물이 없다

 

係用徽纆 于叢棘 三歲不得

계용휘묵 치우총극 삼세부득 흉

손발이 묶여 감옥에 같히고 3년으로도 용서를 받지 못하는 무거운 죄를 지어 발생한 어려움은 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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