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잡은 하루키의 책은 '먼 북소리'였다. 하루키의 책들이 뭔지도 모르고 일본 작가에는 별 관심도 없던 때 그냥 기행서 몇 권 일고 싶어서 고른 책.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과 함께.. 그게 작년 (2009년) 여름 쯤 되었었나 보다. 솔직히 읽다가 지루해서 던져버렸다. 한 1/3 쯤 읽었나? 일상에 대한 집요할 정도의 잡스러운 묘사들... 이렇게 생각했다... '당신의 잡스러운 일상에 관심 없거든 !!!' 그리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느 조촐한 술자리에서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며, 하루키가 소재로 떠올랐다. 그때 처음 느낀 것. 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제법 유명한가 보네, 다들 한 마디씩 떠드는 걸 보면... 그래서 호기심이 다시 생겼다. 한 번 읽어 볼까? 그럼 멀 볼까? '먼 북소리' 같은 책은 정말 싫은 데... 그리고 잡은 책이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느낀점. 이 인간 뭐야? 루저들의 삶의 일본판 결정판인가? 소외, 고독, 상실, 기묘한 일탈감, 머 이런 느낌.. 하루키의 이 책에서 등장하는 '호밀 밭의 파수꾼'을 3번 이상 읽지 않으면 나랑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주인공 선배의 대사로 인해, 먼 책인데? 그러면서 읽어버린 '호밀 밭의 파수꾼' 덕분에 이 하루키라는 기괴한 작가의 세계를 살짝 이해하게 되면서, 낯설고 익숙해지고 싶지 않지만, 왠지 궁금해 졌던 이 일본인 작가.

그렇게 나는 하루키의 작품들을 읽게되었고, 늘 그렇듯이 호기심이 생기면 한 작가의 작품을 죄다 읽지 않으면 안되는 성품 때문에 천천히 '해변의 카프카'를 읽었고, 마침 '1Q84'가 나와서 읽었고, 다시 '스푸트니크의 연인' '댄스, 댄스, 댄스'를 읽었다. 다른 작가들과는 다르게 하루키의 책들은 읽고 나면 남아 있는 쓸쓸한 낯설음 때문에(느낌은 좀 다르지만 김훈의 작품을 읽고 남아 있는 그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새로운 작품을 읽게되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단, 이 간직하고 싶지 않은 낯선 쓸쓸한 느낌이 지워져야지만 다시 읽게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키에 광분하지는 않는다. 광분하는 독자가 많다는 편집자의 말에 동의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책이 많이 팔려나간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또한 어떤 사람들 처럼 하루키에게 노벨문학상을 줘야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문학적 뿌리가 카푸카던 샐린저던 서구의 그 어떤 인간의 고독과 심오한 내면의 문제를 탐구했던 작가던 간에, 그리고 그가 서구의 정신적 유산과 일본의 문화적 유산을 절묘히 결합시킨 작품들을 써 내려간다는 의견에 이견이 있건 없건 간에, 하루키의 작품들은 코스모폴리탄적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극히 일본적이다. 비록 그가 서구 문학의 모티브들을 차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정서적 뿌리는 일본이다. 그리고 19세기 인상파 이후 서구인들이 자포니즘에 열광하고 있는 것으로 인해 하루키 또한 서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일본 작가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일본의 문화 다신적인 그들의 종교, '정령, 요괴' 같은 일본 토양의 정서적 뿌리는 결코 익숙해 질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의 상실, 다층의 복잡한 세계, 엘리스의 나라에 온 듯한 이상한 느낌, 더욱이 하루키적인 섹스의 진행 방식. 그러나 개인적으로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그의 인생관과 세계관...
일본의 전공투 세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운동의 동력이 상실된 세계'를 그만의 방식으로 추구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무엇을 하자는 말인가? 그냥 세계는 이상한 곳이고, 현실은 단 하나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큰 의미를 두고 살지 말자 머 이란 것인가?

내가 하루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면 하루키 소설 밖에서 또 다른 소설을 쓰면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나를 좀 이해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 당신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설명 좀 해보쇼
당신의 그 세계관은 그래서 뭘하자는 겁니까? 새로운 종교라도 만들고 싶은 겁니까?

일본 소설은 이제 접어야 겠다. 일본인들의 잡스러운 종교관에서 탄생한 잡스러운 영적인 이야기는 이제 끝~~~~~~~~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1Q84 1- 4月-6月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1년 01월 29일에 저장

댄스 댄스 댄스 - 상-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7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2011년 01월 29일에 저장
구판절판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3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1년 01월 29일에 저장

해변의 카프카 - 상-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4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1년 01월 29일에 저장
절판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말콤 글래드웰

 

최근 서점에서 신간이 나오면 주저없이 집어드는 저자의 이름이 몇 있다. 그 중에 한명인 글래드웰.

 

사 놓고 읽혀지기를 기다리는 책들이 20여권이다 보니, 사자 마자 앞 부분만 읽고 치워 놓았다가 주말에 눈이 띄여서 읽어 치웠다(?) 글래드웰의 책은 그의 출신 답게, 또는 세계를 뒤 흔들어 놓은 사람답게 소설이 아닌데도 흥미 진진하다. 때로 너무 깊은 이론적 증명을 위해 숫자가 많아지기도 하고 엔지니어스러운 용어들로 몇 페이지가 지겹기도 하지만, 그 터널의 끝에 있는 빛의 환함은 눈이 부시다.

 

그의 책은 등장할 때마다 장안의 화제가 되었고, 마케팅 이론가들에 의해 응용되었으며, 회사의 간부들 마저도 그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그 내용을 인용할 정도로 파괴력이 있었다. 블링크, 티핑포인트, 아웃라이어... 회사 경영과 마케팅 전략에서 어쩌면 가장 많이 인용되었을 지도 모를 그의 책의 내용들은 저자의 통찰력의 깊이와 사고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책 표지를 덮게 될 즈음에는 '이 이간은 천재인가봐... 쩝'하는 감탄사가 입안에서 맴돌기도 한다.

 

몇가지 테마를 엮어 놓은 이번 책도 역시 그런 범주에 들만한다. 이전의 책들과는 달리 세상을 뒤흔들어 놓기 까지는 못하겠지만, 충분히 흥미진진하고 몇가지 스토리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는 기자, 칼럼리스트는 어때야 한다는 지향해야할 롤 모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수준의 글들을 우리의 신문이나 잡지에서 본 적이 있던가?

 

다양한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과 성찰.  유럽에 '르네상스 맨' 같은 철할자 '알랭드 보통'이 있다면 북미 대륙에는 르네상스 맨 저널리스트 글래드웰이 있어  책 읽기가 행복하다. 한국에서 이런 수준의 글을 쓸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손석희가 글을 쓴다면 다양한 테마와 통찰력이라는 부분에서 이런 수준이 나오려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를 읽으며 머리 속에 떠오른 하나의 명령문은 마르크스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문장...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머리에 한 방 맞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인생, 니가 알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오쿠다 히데오. 일본 소설에 대해서는 지나가던 개 취급하던 내가 그냥 어느 선배의 추천으로 처음 집어들었던 작가. 그때까지 나는 에즈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심지어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도 몰랐다. 어느해 년말 송년회 술자리에서 어쩌다 추천할만한 책 이야기가 나왔고, 80년대를 최루탄과 함께 보낸는 한 친구가 '남쪽으로 튀어'를 추천했다. 일본의 전공투세대였던 아버지 이야기...

이 책을 읽고 너무나 인상이 깊어 히데오의 모든 책을 읽게된다. 늘 그렇듯이

유쾌& 재치. 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히데오의 대부분의 책들. 그런데 '내 인생, 니가 알아'는 이전의 히데오와는 단절하고 있다. 낯선 오쿠다 히데오의 이야기

그러나 피가 튀고 날 것 냄새가 나는 색다른 소설. 유쾌함과는 거리가 먼, 그러나 예의 그 재치는 살아 있는 이야기의 전개들...

책을 읽으면서 왠지 도시의 찬란함 뒤어 감춰져 있는 냄새나는 뒷골목을 봐 버린 느낌. 비릿함, 역겨움... 루저들의이야기, 집에 가는 길에 삐끼에게 이끌려 가면 만날 것 같은 등장 인물들, 소설의 주제로는 낮설지만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어떻게 보면 충격적인 소재들, 그런데 히데오의 소설이기에 그리 충격적이게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들.

감각을 자극하는 언어들, 적나라한 표현들, 그래서 여러가지 원초적 감각들을 느끼게 만드는 이야기들.

이것도 오쿠다 히데오겠지...

하지만 내게 최고의 오쿠다 히데오는 역시 '남쪽으로 튀어'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예술가의 삶은 극적이고 극단적이다!

만일 예술가의 삶을 이렇게 규정한다면 여기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특히 작가라는 범주로 한정 지으면 몇명이나 언급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꽤 많을 것 같다.
평범한 소재나 주제로는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세상에 반향을 일으킨 작품들은 대부분이 그 소재나 주제에서 범상치 않음이 분명함에야 작가의 삶이 어찌 평범할 수 있을까?
특히 평범하지 않은 일을 겪고 글로서 풀어내야 하는 사람들이 작가들임에 위의 명제는 그리 크게 틀려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전체가 아님에 참이 성립은 하지 못하겠지만...

로맹가리 = 에밀 아자르. 대단하다. 세상에 던지는 작가의 야유로서 그 만큼 통렬한 카타르시스를 맛 본 작가가 또 있을까 생각될만큼 로맹가리라는 이름으로 출판한 작품에 악평을 해 대던 평론가가 에밀 아자르의 이름으로 출판한 작품에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처음에는 카타르시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로 비참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이 따구의 인간들로 이루어진 쓰레기통 같은 평론계의 평가를 신경쓰며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면 그 시간이 처철하게 비참하고 참혹스럽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에밀아자르의 이름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 작품에는 세상에 대한 조소와 야유로 가득하다. 세상을 너머 조물주에 대한 조롱마저 느껴진다. 이런 느낌 때문에 그는 신을 믿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로맹가리가 죽고 난 후 에밀아자르와 그가 동일인이라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로맹가리에는 가혹한 혹평을 에밀 아자르에게는 찬사를 보냈던 평론가들은 기분이 어땠을까? 궁금해 죽겠다. 특히 '로맹가리가 에밀 아자르를 표절한다'고 까지 얘기했던 평론가의 기분은?

세상을 조롱하는 기분.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냥 권태로왔을 것 같다. 그래서 권총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을까? 작가의 삶이 극적이고 극단적이라면 로맹가리는 그런 삶을 정석대로 살다가간 작가다. 그리고 그의 글들은 가끔 눈부시도록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자기 앞의 생.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오래된 명제 앞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삶과 더불어 생각하면 그 의미는 더욱 깊은 심연으로 가라 앉는다.  

빌어먹을 로맹가리. 이따위의 아름다운 글들을 세상에 남겨 놓다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일을 코미디언인 저자가 세계 3대 순례지인 야고보의 길을 순례하면서 쓴 자기 성찰기(?)

프랑스의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600km에 이르는 순례코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에서 처음 알게된 이 길에 대한 에세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주저없이 집어들었던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동안까지 잃어버렸던 '여행 본능'과 '영혼에서 땡기는 소리'에 대한 자각을 일깨웠다...

혼자 했던 산행들이 내 삶에서 차지했던 비중들에 대해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의미에 대해  

혼자하는 여행 동안에 느끼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에 대해

혼자 떠나는 여행의 의미를 알고 난 후 탐닉했던 과거의 나에 대해

파노라마 처럼 지나가는 지난 여행들의 장면들... 지리산의 가을, 폭풍우 치던 동해안, 낯선 지구 반대편 우루과의 해안선, LA 공항에서 느꼈던 이유 모를 처절한 고독의 느낌. 그 여행들에서 만났던 사람들... 


혼자하는 여행에 대한 이유는 다양하다. 일상에 지쳐서, 상실감으로 인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충동적이 이끌림...그러나 혼자하는 순례 여행은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 것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내면의 무언가를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누구나 만난다는 신을 만나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떠난다는 것. 

하페 케르켈링은 책의 후반부에서 '신을 만났다'고 했다. 그냥 단지 만났다고만... 그의 책에서는 위트와 즐거운 투덜거림등이 전반적인 정서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가 신을 만난 순간은 짧지만 무겁고, 진중한 위압감이 드러나고, 구체적인 코멘트가 없기때문에 그가 만난 신은 도대체 어떤 신이었을까? 어떤 방식으로 만났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내가 떠난다면 나는 어떤 신을 만날 것인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그가 갔던 길을 가게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