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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수 많은 '성장 소설'의 역사에서 그림자 도둑은 분명 색다른 소재를 지니고 있다. 잔잔한 서정성 있고, 가슴 뛰거나 숨가쁜 에피소드는 없지만, 그래도 읽다보면 조금은 마음이 조급해지는 러브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수작이다.
성장 소설하면 당장 떠오르는 건 헤세의 데미안,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이 있는데 철학적 주제와 반역과 음모, 저항의 냄새가 배어 있는 강렬함이 독보적이기 때문에 이 두 작품은 그리도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밑바닥부터 헤집어 놓았고 오래도록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런 작품들보다 때론 한번쯤 소망해 보았고,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그림지 도둑 같은 작품들이 더 애틋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말랑말랑한 소설에는 러브 스토리가 녹아 있어서 남성적인 작품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있어서 좋다.
이 소설 속의 러브스토리는 '기욤 뮈소의 러브스토리'를 닮았다, 두 작가가 비숫한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렇지는 않겠지만, 느낌이 그렇다. '말랑말랑'한 가슴이 아렸다가 조금씩 녹아가는 듯한...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모두가 행복해 지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행복한 러브스토리...
로맨틱한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현실주의자들이나, 낯설음을 자기 트랜드화 시키는 황폐한 심장을 가진 사람들은 싫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 같이 '귀여운 여인', '노팅 힐' 같은 로맨틱 코메디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이 소설도 좋아할 것이다. 틀림없이...
상업적인 그런 뻔한 스토리 라인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서구식의 드라마 스타일이 소설을 좋아하지않는 사람들은 이 책을 절대 보지 마시라. 그들의 느낌으로 보면 뻔하고 짜증나고 뻔한 스토리라고 느낄지 모르겠다. 그림자 도둑이라는 아이디어도 재미있기는 하나, 현실감이 떨어지는 설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따듯한 카푸치노 커피가 그리워지는 날, 햇살 가득한 카페 창가에서 읽으면 좋을 듯한 책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면 더 좋을 듯...
아! 훌륭한 성장 소설이 또 하나 있다. 내 최고의 프랑스 작가 로맹가리(또 다른 이름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절대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