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인디언의 땅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73
필리프 자캥 지음 / 시공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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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터라 서부영화도 많이 봐왔고 서부영화에서 인디언은 '당연하게도' 항상 악역이어서 나도 무의식중에 헐리우드의 칼같은 이분법에 따라 인디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는 표현이 올바르리라(어렸을 때에는 진짜 영화를 골라봐야 한다. 영화만큼 세뇌에 좋은 미디어는 없다.).

초등학교 때 읽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제7기병대라는 소설에서도 수우족에 포위당해 장렬히 전사해가는 카스트장군을 비롯한 제7기병대원들에 안타까워했고 '잔인하고 미개하고 무자비한' 크레이지 호스가 이끄는 인디언에 대해서는 미워하는 감정만 잔뜩 생겼으니...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자. WASP의 시각에서 벗어나 인식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인디언만큼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갔던 종족도 없다. 누구의 땅도 아니었던 자연 그 자체였던 땅이 어느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채 남의 땅이 되어 생활터전을 빼앗기고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강제이주를 해야했다. 백인 이민족들이 옮겨온 병균에 수많은 부족이 멸족했고 그들의 총칼에 부녀자와 아이들을 잃었으며 그들이 뿌린 돈에 타락해갔으나 오히려 잔인하고 무식한 머리껍질 벗기는 짐승들이라는 누명만 쓰고 말았다.

비극적인 인종청소였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국가라는 나라에서, 평등과 법에 의한 통치를 한다는 나라에서, 20세기 최강국에서, 다른 나라의 인권을 거리낌없이 논하는 인권국가에서 인디언들은 어떻게 대접을 받는가?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지만 인디언 중에 마이클 조던이나 콜린 파웰, 덴젤 워싱턴 같이 성공한 케이스가 있는가? 인디언보호구역은 또하나의 인디언말살정책이다. 인디언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건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땅은 못돌려줄지언정 자연과 그 지혜 자체였던 인디언의 정신은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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