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9가지 오해와 편견
이영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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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소 영화를 많이 보면서 늘상 궁금해했던 역사상의 공동체들이 있었다. 일부는 이런저런 책이나 자료 등을 통해 그 역사와 특성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자료가 많지 않아 늘 지적욕구에 굶주려있었다. 이 책은 실로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였으며 책장을 넘겨본 순간 바로 내가 찾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서술되는 집단의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다. 히피, 집시, 아랍인과 유태인, 아메리카 인디언, 동성애, 마피아, IRA와 아일랜드, 스페인 내전과 보스니아 내전, 달라이 라마, 간디, 에바 페론

저자는 특히 이들 집단들에 대해 영화가 왜곡해놓은 잘못된 이미지를 타파하고자 한다. 일반대중에게 영화라는 강력한 미디어의 힘으로 하나의 공동체 혹은 한 사회를 철저히 왜곡하는 작금의 시대에서는 비판적이고 자주적인 학습이 필수적이다.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편견에 치우친 영화만큼 역사나 사회의 왜곡에 이바지하는 매체도 드물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영화들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얘는 좋은 놈, 쟤는 나쁜 놈'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주입당하고 있다.

이는 특히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영화의 내러티브나 관객동화작용에 효과적인 서부영화나 전쟁영화에서 많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을 예로 들어보자. 나 또한 어렸을 때에는 서부영화를 보며 자라와서 무의식중에 '인디언은 더럽고 못된 야만인'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수천년의 세계사에서 이들만큼 불행해진 집단도 없을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던 그들은 불과 1백년도 안되어 땅과 자유를 포함한 모든 것을 빼앗기고 그것도 모자라 전세계인에게 야만인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신대륙 발견'이라는 용어 자체가 서구중심적인 용어 아닌가. 신대륙은 서구인에게나 신대륙이었지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학살과 약탈, 인종청소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사실 위에 적힌 이들은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거나, 잘못된 편견으로 이해되고 있거나, 무관심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르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왜 해마다 상당수의 영화들에 이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영화들은 이들에 대해 정확한 묘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관심하지만 세계사의 중요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이제 보다 객관적으로, 편견없이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본 책조차도 완벽한 이해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만 나열한 부분도 눈에 많이 띈다. 그래도 이 책을 다 읽고 다른 자료를 찾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가치를 빛낸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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