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위해서 실베스터 스텔론이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취재하면서 준비했다고 했는데, 마치 이라크에 갔던 어느 선교단의 사례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얀마의 정글에서 뱀을 잡아 뱀 싸움꾼에게 공급하고 낚시를 해서 스님들에게 시주하는 땅꾼으로 살아가는 람보에게 한 선교단이 찾아온다. 거만하고 잘난 척 하는 그들을 정글로 안내해준 람보에게 곧 그들이 인질로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교단의 부탁을 받은 람보는 곧 용병단과 함께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출발한다. 서플에서 스텔론은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관객이 반응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람보4’의 흥행 실패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람보 자신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근육질 몸으로 혹독한 육탄전을 벌이기보다는 티셔츠로 몸을 가리고 사정없이 기관총을 쏘아대기만 한다.(정말이지 군인들과 용병들 간의 전투 장면은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젊은 시절 진흙탕 속에 숨어 있다가 순식간에 적을 해치우곤 하던 람보는 시종일관 기관총 뒤에 서서 소리만 질러댄다.) 그나마 본격적인 람보의 활약도 영화가 시작한지 40분이 지나서야 등장한다. 간혹 나오는 액션도 만만한 군인들의 목을 뜯어내거나 칼로 배를 긋는 잔혹함밖에 없다. 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인하다. 팔, 다리가 잘려나가고, 머리통이 날아가고, 온 몸이 공중 분해된다. 지금까지 봤던 말랑말랑한 전쟁 영화들과 비교하면 훨씬 더 리얼하고 처절하게 묘사했다. 그런 면에서는 전쟁을 소재로 한 액션영화, 오락영화라고 하기 전에 반전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법하다. “무의미하게 사느냐, 의미 있게 죽느냐”같은 대사들은 너무 생뚱맞고 뜬금없어서 2편의 “우리가 국가에게 해준 것만큼 국가가 우리에게 해줘야...”만큼 감동적이지 못하다. 서플에는 편집과 무기에 관한 스텔론의 뻔뻔하고 썰렁한 농담이 이어지는데 영화 속의 람보와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람보4’의 엔딩은 람보가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끝나는데, 서플에 나왔던 멕시코 시나리오로 5편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간혹 흥미로운 내용과 읽는 이를 꼭 가보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 책만큼 쉽게 쓴 여행서가 있을까 싶을 만큼 내용이 황량하다.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얼마 안 되는 분량의 글들, 그리고 매끈한 그림들과 간혹 사진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풍경들... 보기에 따라서는 참 불친절한 책이기도 하다. 그저 마음가는대로 찍은 사진들과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적인 그림들 그리고 길 위에서 느꼈던 짤막한 감상들, 다소 이색적인 풍경들, 그것도 없으면 소설이나 팝송의 한 구절로 채워져 있는 페이지들... 나쁘게 말하면 참 쉽게 여행하고 쉽게 썼다 이고, 좋게 말하면 정말 자유롭게 여행하고 자유롭게 썼다고 할 수 있다.
‘리쎌웨폰’ 시리즈의 마틴 릭스와 함께 90년대를 책임졌던 수퍼경찰 존 맥클레인이 돌아왔다. 하지만 조금 더 일찍 돌아왔거나 아님 조금 더 괜찮은 감독과 돌아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액션이 대단히 신선하고 새로웠던 1편이나 나름대로 개성 있던 2편과 달리 ‘다이하드4’는 너무 뻔한 장면들을 늘어놓는다. 터널에서 차량이 날아오는 장면, 엘리베이터 통로로 SUV가 떨어지는 장면이나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던 존 맥클레인이 전투기와 맞짱뜨는 장면들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다. 나머지 부분은 지루한 스릴러처럼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느슨하게 전개된다. 도시를 공격하는 해커 악당들과 그들로부터 중요인물을 보호하는 존 맥클레인의 이야기 또한 식상하기 그지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작품이 ‘다이하드’의 속편이 아니라 브루스 윌리스가 FBI요원으로 나왔던 또 다른 액션영화 ‘머큐리 라이징’의 속편이었더라도 상관없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존 맥클레인은 1, 2편에서처럼 재치 있는 유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저 액션 한판 뛴 다음에 특유의 냉소적인 웃음을 내뱉을 뿐이다. 간혹 전편들의 유머를 생각나게 하는 “엉뚱한 때에, 엉뚱한 곳에...”, “히피 카이 에이 머더 XX”같은 대사들이 튀어나오기는 한다. ‘다이하드4’는 JJ 에이브러함스가 감독을 맡았던 ‘미션 임파서블 3’처럼 훌륭한 속편이 되기에는 너무 심심한 작품이다. 마치 뒤늦은 귀한으로 실패했던 ‘람보4’를 보는 것 같다. 브루스 윌리스는 1, 2편에 못 미치는 3편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는데 솔직히 4편 또한 3편보다 크게 나은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전설이다’라는 전설적인 걸작을 쓴 리처드 매드슨의 또 다른 작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망설임 없이 선택한 책이다. ‘줄어드는 남자’ 또한 ‘나는 전설이다’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홀로 된 남자의 고독과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스콧은 바다에서 방사능 안개를 맞은 뒤 몸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는 점점 작아지는 자신의 신세를 괴로워하며 힘들고 어려운 경험들을 겪게 된다. “내게 남은 것은 소멸 뿐”이라고 아내에게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자기와 사이즈가 비슷한 10대 베이비시터를 몰래 훔쳐보거나, 딸이 건네준 딱딱한 플라스틱 인형을 더듬으며 말을 건네기도 한다. 거미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고양이에게 쫒기는 추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희망이 소멸된 마지막 순간에는 자기 자신과 싸워 얻은 승리감에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절망과 비관 속에서 살아가던 주인공이 갑자기 마지막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미래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 너무도 뜬금없고 낯설었다. ‘줄어드는 남자’에 다소 실망한 독자라면 몇몇 보석 같은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2만 피트 상공의 악목’은 여객기 날개에 매달린 괴물과의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모습이 긴장감 넘친다. 주인공 윌슨이 느끼는 불안과 초조함 등의 스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시험’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5년마다 시험을 치러서 탈락하면 제거하는 사회에 관한 이야기다. 내일 세 번째 시험을 봐야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슬픔과 안타까움이 잘 나타나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결말은 참으로 슬프고 안타깝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TV 영화로 유명한 ‘대결’은 고속도로에서의 이유 없는 추격전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와 박진감을 매우 생생하게 표현했다.(다행히 영화 또한 원작 못지않게 훌륭하다.) 한 유명작가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이야기 ‘몽타주’, 너무 짤막해서 그냥 트릭의 설명 같은 ‘홀리데이 맨’이나 ‘예약손님’ 등은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편이다.
1편의 주인공 데이비와는 달리 그리피는 거의 ‘엄친아’ 수준이다. 다양한 외국어 구사능력에 탁월한 예술 감각 그리고 그 나이에 걸맞지 않게 놀랍도록 치밀한 사고방식 등이 그렇다. 그래서인지 그리프에게는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그냥 고생 좀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뿐이다. 정체모를 추적집단인 팔라딘이 새롭게 등장하지만, 대부분 멀리서 감시만 할 뿐 1편의 국가안보국만큼 끈질긴 추격전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1편의 긴박감 넘치고,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에 비하면 2편은 마치 유럽과 남미를 느긋하게 여행하는 점퍼의 풍물기행 수준이다. 결국 2편 ‘그리핀 이야기’는 추적을 피하면서 점프 능력을 이용해 세계를 돌아다니고 연애를 하는 뻔한 이야기의 반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