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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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집 노파와 금복, 금복의 딸 춘희로 이어지는 ‘고래’의 이야기는 놀라운 흡인력으로 독자의 혼을 빼놓는다.
명확한 기승전결도 없는 것이 마치 누더기를 기워놓은 것처럼 수많은 에피소드와 무슨무슨 법칙들로 짜깁기 해 놓은 줄거리는 참으로 기발하고 흥미진진하다.
‘욕망의 서사시’, ‘대하드라마’ 운운하는 심사위원들의 찬사가 조금도 거북하지 않을 정도다.

지금가지 그 어느 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낯설음과 기이함, 당혹스러움과 강렬함... ‘고래’는 확실히 재미있다. 4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작가의 입담이 걸쭉하다. 가히 ‘언어의 마술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고래’를 과연 전통적인 의미의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펼쳐놓는 것 같다가도 곧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 처음에는 구성과 소재가 혼란스럽고 거북하다가도 곧 정신을 못 차리고 빠져들게 된다.

어쨌건 간에 천명관 작가는 독자와 평론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작품을 지배하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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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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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고, 좌절하고, 우울한 20대를 위한 상담사례 모음집이다.
무규칙이종예술가라 자처하는 김형태 씨는 확실히 젊은이들의 아픈 곳을 비수처럼 찌르는 말솜씨를 갖고 있다.

뻔한 충고를 일삼는 그저 그런 카운슬러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촌철살인의 충고들은 때로 너무 날카로워서 가슴이 아플 정도다.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며 꿈을 갈구하는 젊은이에게는 ‘이미 (꿈이 필요하다는) 답을 알고 있지 않느냐’라고 충고하고, 학벌도 돈도 없는 당신에게 희망밖에 더 있냐고 말하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저자 특유의 냉소적인 시각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1년에도 몇 번씩 변경되는 입시 정책은 국민들을 허둥지둥하게 만들기 위한 우민화 정책이라고 빈정거리기도 하고, 세상에서 제일 쉬운 세계가 ‘학교’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20대를 N세대, P세대라면서 주인공인 양 떠받드는 매스컴의 행태도 컴퓨터와 핸드폰을 더 팔아먹기 위한 수작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행동하라고 충고한다.
직장의 시스템이 틀려먹었다면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 보라고, 돈과 명예로 성공의 조건을 오염시키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기쁨을 찾으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감상적인 조언들이 정말 유용할는지는 좀 의문이다.
차라리 ‘좋아하는 일보다 돈 되는 일을 하라’, ‘6개월만 미쳐봐라’는 식으로 충고했던 세이노(Sayno)씨의 칼럼들이 더 그럴듯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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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부자를 깨워라
브라운스톤 지음 / 오픈마인드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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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저자의 다음 책인 '남에게 가르쳐주기 싫은 주식투자법'과 심하게 중복된다는 것이다.
원시인의 본능과 원숭이의 무리에 비유한 설명, 증권사들이 투자대회를 여는 이유 등 수많은 사례들을 비론 꽤 많은 부분이 중복된다.
'한때 500만원의 종자돈으로 45억 원을 벌었다가 전부 날리고 다시 25억 원을 모았다는 내용의 서문도 거의 똑같다.
본문 내용 중 대부분의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이런 식이다. 폭락장에서의 투자, 인터넷 광풍의 실패사례, 차트도사에 대한 아내의 핀잔 등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다.
아마도 저자가 야심차게 출간한 첫 책인 '내 안의 부자를 깨워라'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 이 못내 아쉬웠나 보다. 그래서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한 번 더 담은 책을 다시 쓴 것 같다.
결국 저자의 후속작을 먼저 읽은 나는 속은 기분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뜬구름 잡는 조언들이 아닌 진지하고 유익한 충고들이 많이 있다.
자기가 사는 동네에 집착하는 영토본능을 극복해야 한다는 식의 충고들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주식도사들의 말로 등은 지금껏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독특하고 인상적인 조언들이다.

장기투자, 신용카드 문제 등을 언급하는 부분은 너무 뻔한 것 같지만, 자신의 경험과 설득력 있는 사례를 곁들여가며 좀 더 호소력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가난한 철학자로 비웃음을 사던 탈레스가 올리브유 압착기계를 매점매석해서 큰돈을 벌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까지 말만 많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박사, 교수, 연구원들을 질타하는 부분은 통쾌하고 상쾌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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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7-29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말이죠, 이 책이 문제가 아니라 다음 책이 이 책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덕분입니다 ^^

sayonara 2006-07-30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문제는 제가 그 다음 책을 먼저 읽었다는 것, 그리고 그 다음 책이 훨씬 더 읽을만했다는 것... 그래서 제가 그렇게 억지를 부렸다는 것... 두둥~ ㅠㅠ

부자돼고파 2010-09-0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흠... 개정판이나 읽어야겠당... ^^
 
보도 섀퍼의 돈
보도 섀퍼 지음, 이병서 옮김 / 에포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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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셰퍼의 '돈'은 뻔한 재테크 서적들과 다르다.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나열한 책도 아니고, 경제신문이나 잡지 몇 번 뒤적이면 알 수 있는 내용을 편집한 책도 아니다.
저자의 조언은 다소 밍숭맹숭한듯하고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결코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자칭 돈에 관한 전문가들이라는 부류의 사람들이 흔히 놓치는 실질적인 조언을 담은 워크북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지 중간 중간에 메모를 할 수 있는 공란이 있기 때문에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독자 자신의 재정 상태와 마음가짐을 체크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기존의 책들과 다르면서도 보다 유용한데, 예를 들자면 일반적인 전문가들은 빚을 빨리 갚아야 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런 전문가들은 빚에 허덕이며 고생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보도 셰퍼는 빚을 갚아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이라고 강조한다. 매번 상환액에 버금가는 액수를 저축해 나가다보면 나중에 빚을 다 갚았을 때 그만한 저축액을 보면서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다. 뼈 빠지게 고생해서 빚을 다 갚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토록 힘들었던데 대한 눈에 보이는 대가는 없고, 빚을 다 갚았다는 만족감이 아니라 허탈함과 피곤함뿐이다.

누구라도 한 권씩 구입해서 두고두고 읽으면서 연습할 수 있는 자습서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출판사를 만나서 제대로 된 번역과 마케팅을 했더라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 버금가는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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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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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비타민 주사 놓는 것에 집착하는 의사와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파악불가 간호사가 각종 강박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치료한다.
뾰족한 것이라면 기겁을 하는 야쿠자, 자꾸만 공중그네에서 떨어지는 서커스 단원, 같은 병원의 학부장인 장인의 가발을 벗겨 버리고 싶어 하는 의사, 1루 송구를 두려워하는 프로야구 베테랑 3루수, 심인성 구토증에 시달리는 인기 작가.
그들은 모두 이라부가 처방한 감기예방주사를 맞고, 괴상망측한 치료를 받는다.

이라부를 찾아온 환자들은 일단 핫도그만한 비타민제 주사기에 주눅이 들고,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터무니없는 말 같기도 한 진단에 설득 당한다.
그리고 치료를 위해 애들 장난 같은 이라부의 제안에 따르게 된다.

환자들은 꼭 한 번씩 병이 탄로 날 결정적인 위기에 처하는데, 터무니없는 재치나 행운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특히 야쿠자 세이지가 칼로 손가락을 긋는 혈판장에서의 위기를 탈출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꽤 재미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라부와 마유미 간호사의 우스꽝스러운 성격을 굳이 그렇게 그릴 이유도 없는데, 그저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과장한 것 같아서 약간 거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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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28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저도 조만간 읽을꼬야요^^

sayonara 2006-07-2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향을 많이 탈 것 가터요오~ ㅠㅠ

짱꿀라 2006-07-31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라부와 마유미 간호사의 행동들은 재미와 웃음을 주기 위한 행동들이 아니었을까요. 웃음이 살아져 가는 시대에 이 책을 읽음으로 한번 웃을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 아니까 합니다.

sayonara 2006-07-3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마치 학원청춘만화의 주인공들처럼, 지나치게 과장된 제스처가 약간 거슬렸나 봅니다.
그저 철없는 독자의 괜한 욕심이었겠지요.. ^^;